김경욱 전 국토부차관 "우리나라 발전 위해 '예타제도' 꼭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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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획일적 잣대로는 지역 못 살려... 충주호 '저온수'가 지방소멸 막을 열쇠" [고창남 기자] ▲ 김경욱 인터뷰에 응하는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차관 ⓒ 고창남 30년 넘게 대한민국 국토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온 '국토부맨'이 돌아왔다. 수서고속철도(SRT)와 GTX 기획의 주역이자 인천국제공항공사 CEO를 지낸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차관. 화려한 커리어를 뒤로하고 그가 천착한 곳은 다름 아닌 고향 '충주'다. 최근 저서 <중앙부처 공무원의 고향 살리기>를 펴낸 그는 인터뷰 내내 "우리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우문현답)"고 강조했다. 중앙부처 책상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디테일한 불편함'이 지방 소멸을 막을 진짜 숙제라는 것이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그가 꿈꾸는 충주의 재도약, 그리고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실천적 과제'를 들어봤다. - 최근 저서 <중앙부처 공무원의 고향 살리기>를 발간하셨다. 30년 넘게 국가 정책을 다뤄온 전문가가 왜 지금 '고향'과 '지방'에 천착하게 되셨나? "6년 전 공직을 떠나면서 고향 충주에서 지역발전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보겠다는 정치입문의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부에 30년을 근무하면서 국가균형발전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담당해 왔는데,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고향에서 실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 이 책에서 "충주가 정말 충청의 중심인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지셨다. 차관님이 정의하시는 가장 '충주다운 정체성'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충청도에 입지해 있어서 충주가 아니라 충주라는 큰 도시가 있는 지역이 충청도라 불리게 된 것이다. 과거 충주의 정체성은 서울과 중부내륙, 영남을 잇는 중심지라는 데에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지역균형발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 충주라고 생각한다. 수도권의 발전축이 충주를 비롯한 내륙지역으로 이어져야 한다." "책상 위 숫자가 놓친 '디테일', 예타 제도 고쳐야 지방이 산다" - 책에서 "중앙부처 책상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디테일한 불편함이 진짜 숙제였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현장에서 발견한 디테일한 '실천적 과제'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우리 문제의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음(우문현답)에도, 자원 배분은 여전히 중앙의 획일적인 잣대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지방은 단순히 예산을 달라고 호소만 할 게 아니라, 중앙부처가 어떤 논리로 움직이는지 정확히 파악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둘째, 중앙은 예산만 내려보내고 끝낼 것이 아니라 그 자원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디테일'을 추적해야 한다. 그래야만 중앙의 시각에 갇힌 획일적 정책이 가져오는 예산 낭비를 막고, 현장에 꼭 맞는 '진짜 숙제'를 풀 수 있다고 본다. 중앙 부처에서는 '도로 1km를 뚫느냐 마느냐'는 큰 숫자를 보지만, 내려와 보니 그 도로가 마을의 정수시설을 건드리는지, 주민들의 실제 이동 동선과 맞는지 같은 '한 끗 차이의 디테일'이 정책의 성패를 가르고 있었다." -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에서 완성된다"고 하셨지만, 시민들은 구체적인 숫자를 말한다. 따뜻한 삶의 가치와 냉정한 통계 사이에서 어떤 조화가 필요할까? "중앙부처나 지자체의 정책들은 거시 통계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겠지만, 현장에는 통계가 잡아내지 못하는 세세한 미시적 사정들이 많이 있다.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피부로 느끼면서도, 제도와 규정 때문에 안타깝게도 수용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 행정은 너무 경직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현장에 융통성과 재량권을 폭넓게 주어서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수서고속철도(SRT)와 GTX 기획에 깊이 관여하셨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했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소신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교통이 개선되면 이른바 '빨대효과'라는 것이 있어서 중앙집중을 가속화시키는 영향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지역을 발전시키는 (+) 효과가 위축시키는 (-) 효과보다 월등히 크다는 것이 그동안의 많은 연구와 경험에 의해 검증되고 있다. 고립되는 지역은 쇠퇴하고, 개방되어 교류가 활성화되는 지역이 발전한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 과거 영남대로의 중심이었던 충주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서울-강원-충청을 잇는 새로운 교통축을 제안하셨는데 그 제안의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는 국토를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수도권 과밀이 심각한 것은 물론, 지방의 경우에도 경부축을 중심으로 일부지역만 활성화되고 있다. 서울-충주-상주/영주-대구-부산을 잇는 과거의 경부축을 현재의 경부축에 버금가게 활성화시키면, 지역균형발전을 물론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 30년 '국토부맨'으로서 보기에, 현재 대한민국 지방 소멸 정책이 가진 가장 큰 '관료적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시나? "의사결정이 중앙에서 이루어지고 지방은 집행하는 기능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지역소멸을 가져오는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계도 그렇고 대기업 본사와 생산기지,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오래동안 지속되어온 중앙집권의 문화 또한 한몫 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와 같은 중앙의 획일적 기준적용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면 어떨까 생각한다." ▲ 책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차관의 저서 『중앙부처 공무원의 고향 살리기』표지 ⓒ 김경욱 전 차관 제공 - "수도권의 확장축이 충주 방면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수도권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과밀이 문제인 상황에서, 확장축이 충주까지 이어지면 수도권이 더욱 팽창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리나라 전체가 수도권이 되면 더 좋겠지. 수도권과 지방이 주고받는(Give & Take) 관계가 되어야 한다. 공기업을 비롯한 행정기능을 지방이 담당해도 좋고, 연구개발과 교육, 국제교류 같은 것을 담당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중요한 기능은 수도권이 독점하고 전기나 용수, 농산물 같은 것만을 지방이 공급하고 있다. 충주방면으로 발전축이 확장된다는 것은 수도권이 수행하고 있는 중요 기능중 상당부분을 중부 내륙지역에서 분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충주호 '저온수'가 데이터센터 깨울 열쇠... 규제 넘어 첨단산업 유치로" - 충주호 규제 완화를 통한 관광 활성화를 주장하셨다. 환경 단체나 식수원 안전을 걱정하는 시민들을 설득할 구체적인 '친환경 고부가가치 개발'의 복안이 있으신지 궁금하다. "한강 상류지역은 수도권에 용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규제로 인해 발전이 제약받고 있다. 수질보전과 지역발전 간의 합리적인 균형이 필요하다. 현재의 환경규제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과도한 피해의식에 기인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한강 수변지역에 첨단 연구소 등이 입지할 경우 농지로 유지하는 것보다 환경부하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 첨단 산업과 현대모비스 같은 대기업 유치를 강조하셨지만 타 지자체와의 경쟁이 치열하다. 충주가 다른 도시를 압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 우위'는 무엇인가? "충주가 가진 최고의 자산은 충주댐이 보유한 27.5억 톤의 저온수이다. 다목적댐이 위치한 지자체에게 저온수를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IT산업에 소요되는 냉각용 전기를 저온수로 대체할 경우 큰 비용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교통여건이 조금만 더 개선되면 충주는 수도권과의 반일생활권으로 매일 출근할 필요가 없는 연구인력 등을 유치하는데 최적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농막 규제 풀고 '5도 2촌' 활성화... 청년 정착하는 '내륙의 판교' 꿈꾼다" - 정부의 '고향올래(GO鄕All來)' 사업과 관련해, 충주가 생활인구 100만 시대를 열기 위한 저자만의 '비장의 카드'가 있나? "한동안 '5도 2촌'이라는 용어가 유행했었다. 주중에 도시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주말을 농촌에서 보낸다는 뜻인데, 앞으로는 스마트워크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일주일에 3-4일간 전원생활을 하는 '반/반' 생활이 가능해 질 것이다. 이런 생활인구의 유입이 가능하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농지규제를 과감히 풀어볼 필요가 있다. 6평 규모의 농막 면적제한을 25평 정도로 늘리고, 전문 농업이 아닌 정원용 식재도 허용하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 청년들이 충주를 '떠나야 할 곳'이 아닌 '정착할 곳'으로 느끼게 하려면, 일자리 외에 어떤 정주 인프라가 시급하다고 보시는가? "소위 일류기업들이 입지를 결정할 때 가장 큰 요소가 '하이테크 인력'의 충원이 가능한가이다. 고소득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주거, 교육, 문화, 의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수도권에 버금가는 환경을 구비해야 하고, 여기에 더해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 등 수도권이 주지 못하는 특별한 매력을 추가해야 한다. 또한 동창모임 등 수도권에서 이루어지는 인적 네트워크가 단절되지 않도록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 - 철도정책 전문가로서, 철도망 확충이 충주와 같은 지역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특히 경제성이 부족한 지방의 철도투자를 가로막는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꼭 고쳐야 할 것이 '예비타당성 조사'에 기반한 공공투자 정책이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는 기존 수요를 가정한 상태에서의 비용절감을 편익으로 보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지역에만 편중투자되고, 그 결과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하게 된다. 미개발 국토와 지역의 잠재력을 개발한다는 취지로 공공투자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시절, 팬데믹 위기 속에서 추진했던 '디지털 전환'과 '물류 체계 개편' 경험을 충주라는 중소도시의 첨단 물류·스마트 인프라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소개해 달라. "지역의 흥망성쇠는 그 지역이 전체 경제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충주 지역만 하더라도 과거 내륙주운 시대에는 가장 중요한 물류중심지였지만, 철도 물류의 시대가 오면서 경부선 이탈과 함께 정체가 시작되었다. 첨단산업과 항공물류의 시대가 오면서 인천공항의 역할이 커진 것도 역시 기술과 환경변화의 결과였고. 앞으로는 AI와 자율주행의 시대인데 충주를 비롯한 지방도시들이 잘 대비하면 또다시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 만약 충주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얻게 된다면, 임기 내에 "이것 하나만은 반드시 바꾸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인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변화와 혁신은 창조적 파괴를 동반하는데, 그동안은 정치권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를 막는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도 충주를 '개천에서 용이 나는 도시', 실리콘 밸리와 같이 젊은 유니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 보고 싶다." - "지방 소멸은 정책적 상상력과 실행력으로 극복 가능한 과제"라고 강조하셨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해외 등의) 구체적인 성공 사례가 있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소멸은 '농촌소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배후 농업인구에게 서비스를 공급하던 소도시들이 함께 힘을 잃어가고 있다. 산업도시들의 소멸은 이와 결이 다른데 경제여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한다. AI 등 성장하는 산업이 유치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도시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텐데, 이와같은 사례는 도처에 있다.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나 우리나라의 '판교'와 같은 혁신도시의 사례를 벤치마킹 해도 좋을 것이다." - 지방 소멸의 공포 앞에 서 있는 전국의 '고향 지킴이'들에게, 34년 정책 전문가로서 들려줄 가장 희망적인 한 문장은 무엇인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지역의 경쟁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인데, 결국 지역의 뜻과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성숙된 정치적 역량을 가진 지역이 발전하게 될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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