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해법은 ‘고용구조 단순화’…포스코식 모델이 비용 줄일 것” [헤경이 만난 사람-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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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노동 현장 분석·전망“ ‘노조와 긴장’ 실종 상태, 기업의 존속 위협” 사용자성 판단 핵심 기준 ‘구조적 통제’ 강조 사용자성 요구 확대, 정부가 모범적 역할 해야 돌봄노조, 공공노조 노정협의체 모범 사례 임기 내 최우선 해결 과제 ‘산재왕국 오명 탈피’  “이재명 정부 친노동 기조, 결코 반기업 아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사용자성을 법적으로 다투기 전에 대화 테이블을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확산하는 원·하청 갈등을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준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 확대 우려와 실제 교섭 갈등 가능성이 맞물리며 산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최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현장 판단과 향후 방향을 들어봤다. 김 장관은 “기업의 존속을 위협하는 진짜 리스크는 노조와의 긴장감이 사라진 상태이며 소통의 단절”이라며 “(노란봉투법에 대해)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고, 과도한 기대도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기업의 아웃소싱 구조를 지목하며 “복잡한 고용구조를 단순화하면 불필요한 비용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노사 대화 단절이 안전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지난달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를 거론했다. 그는 “노조가 요구한 안전 대책을 사전에 교섭했다면 53년 된 탄탄한 중견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회사가 망하길 바라는 노동자는 없고, 자기 회사 노동자가 죽기를 바라는 사장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교섭은 회사를 살리고 노동자를 살리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규정했다. 또 “대전 안전공업과 같은 밸브를 만드는 화성의 한 사업장은 노조와 교섭이 가능한 구조여서 작업 환경이 참사 사업장과 크게 달랐다”며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노란봉투법 사용자성 논란에...“선례가 쌓이면 기업 우려 줄어들 것”=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에는 교섭요구 사실 공고와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잇따르며 초기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6일 기준 하청노조 985곳(조합원 14만3786명)이 원청 367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위원회의 판단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공공연대노동조합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산업단지공단 등 5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데 이어 성공회대학교와 인덕대학 등 민간 영역에서도 같은 판단이 잇따랐다. 사용자성 인정은 분쟁의 출발선인 만큼, 이를 둘러싼 판단을 시작으로 임금 등 교섭 의제, 교섭단위 분리, 부당노동행위 여부,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범위까지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김 장관은 사용자성 판단 기준으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형식적 계약 관계보다 실제로 누가 업무를 지배·통제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백화점 매장을 사례로 들며 “노동자는 입점 브랜드 소속이지만 영업시간과 휴무일은 백화점이 사실상 결정한다”며 “이처럼 원청이 구조적으로 통제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교섭 책임이 원청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를 상대로 한 사용자성 요구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가 모범적인 사용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판단 선례가 축적되면 기업의 우려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 분쟁 급증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전체 노조 조직률은 13% 수준이고, 30~99명 사업장은 1.3%, 30명 미만은 0.1%에 불과하다”며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도 아직 1000개가 되지 않는다”며 기우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기업의 아웃소싱 구조를 지목했다. 비용 절감과 고용 유연성을 위해 외주화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격차가 누적됐고, 이는 결국 저성장의 원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부 기업은 직고용 확대를 통해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약 7000명의 협력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로 한 포스코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장관은 포스코의 직고용 결단에 대해 “복잡한 고용구조를 단순화하면 불필요한 비용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며 “노사 및 원·하청 간 협력 관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노란봉투법이 갈등을 촉발하는 동시에 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다. 공공부문에서의 갈등 해법으로는 ‘노정협의체’가 제시됐다. 김 장관은 “사용자성을 법적으로 다투기 전에 대화 테이블을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돌봄노조와의 갈등을 협의체를 통해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사용자성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지기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우선하자고 제안했다”며 “이 과정에서 현장에 신뢰가 축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 같은 모델을 환경미화 등 공공서비스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용 유연성과 안정성의 균형…사회적 대화에서 찾아야=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경사노위 출범식에서 “고용 유연성과 사회 안전망 강화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노동 정부에서 이례적인 발언으로 관심을 모았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소득주도성장 논쟁을 예로 들며 “거시경제학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높여 소비를 늘리고 내수를 진작한다는 이론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에게 비용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 “노동자의 지출 여력이 오른다고 내 사업장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균형점을 잘 찾으라고 한 것은 정부의 역할과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말한 것으로 이해했다”면서 “이 정부는 실용정부를 표방한다.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고용 유연성과 안정성의 균형 역시 결국 사회적 대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 그는 “우리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정부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도구로 쓰지 않겠다”며 “대화 자체가 목적이다. 싸우더라도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표결로 밀어붙이는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노조가 기업을 존중하고 기업도 노조를 존중하는 신뢰 자산을 쌓는 것”이라며 “불신이 가득한 상태에서는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최근 한화오션의 원청·하청 성과급 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원청과 하청의 기본급 모수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맞추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모수는 건드리지 않되 성과급 비율을 같이 주는 것이 공정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비율까지 다르게 적용하면 격차가 더 벌어지는데, 이런(동일 비율) 방식은 원하청 노동자 모두 수용할만하다고 덧붙였다. 동일한 노동을 한다면 비정규직이 더 받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문제 의식과 관련해선 김 장관은 “비정규직은 고용이 불안한 만큼 임금이라도 더 높게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수당의 출발점”이라며 “고용 불안과 낮은 임금이 동시에 겹치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격차는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에 빗대 설명했다. 김 장관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비정규직은 노조를 만들기도 어렵고 대항력이 약해 임금 협상력도 떨어진다”며 “고용이 불안하면 임금이라도 높게 보전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기간제법상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 전환 의무를 피하기 위해 일각에서 1년 11개월 단기 고용이 반복되는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조차 쪼개기 계약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왜 그렇게 모질게 쪼개기 계약을 반복하느냐는 문제의식이 분명하다”면서 전수 조사를 하고 있고 조만간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이 부족하면 솔직하게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면 된다”며 “예산 문제를 이유로 고용 불안을 구조화하는 관행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K 컬처’가 세계 호령하듯이 ‘K 노동’도 세계적 기준 됐으면=고용노동부가 안고 있는 과제가 방대하지만 임기 내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과제를 하나만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영훈 장관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산재왕국이라는 오명을 벗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산재 감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오히려 전년보다 16명 늘어난 605명을 기록했다. 그만큼 산재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우리나라가 K-문화로 세계를 호령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산재 사망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너무 역설적”이라며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친노동 기조가 결코 반기업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일본법사를 연구해 온 법사학자인 미즈바야시 타케시(水林彪) 교수의 논문을 소개하며 “노조가 성가신 존재일 수는 있지만 그 ‘성가심’이 기업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라며 “이런 긴장 관계 속에서 혁신과 성장이 동시에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약해지면 기업은 비용 절감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일정 수준의 긴장과 압력이 존재할 때 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생산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타케시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 ‘노동판례·노동운동·자본주의 경제의 일본적 구조: 기저로서의 일본형 구체제적 법의식’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 일본 최고재판소의 반노동 판결로 노동쟁의가 급격히 위축됐고, 그 결과 임금 상승 동력이 약해져 일본의 장기 임금 정체와 경제 쇠퇴의 출발점이 됐다. 김 장관은 “싸우더라도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며 “신뢰가 쌓인 노사관계 속에서야 제도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리=김용훈 기자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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