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 직원과 주주만 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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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초과이익에 노동과 자본 외에 국가도 큰 역할... '전 국민 혁신 배당' 제도화하자
[오준호 기자]
▲ 지난해 2월, 반도체 기업의 투자에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YTN 유튜브 갈무리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성과급 요구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노조는 초과이익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것,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을 제도화할 것을 요구한다. 회사는 미래 투자 재원이 줄어든다며 난색이고 주주들은 배당이 줄어든다고 분개한다. 언론은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쏟아낸다.
필자의 관심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얼마의 성과급을 받아야 적당한지가 아니다. 성과급의 분배 문제는 원칙적으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영역이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 몫을 요구할 수 있다. 반대로, 기술 경쟁력에 투자해야 하니 성과급 요구가 과하다든지, 하청·협력업체 노동자와 상생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다만,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사가 서로 설득하고 합의할 일이다.
필자의 관심은 이 논란에 가려진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다. 반도체 초과이익에 기여한 주체는 노동자, 회사, 주주만이 아니다. 거기엔 '사회의 기여'가 있다. 질문은 이것이다.
'기업의 이익에 사회의 기여분이 있다면, 그들의 몫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는가?'
현재 분배 구조에서 노동의 몫은 임금과 성과급으로, 자본의 몫은 배당으로 지급한다. 그런데 사회의 몫은 따로 돌려주는 제도가 없다. 제도가 없으니 그 몫은 마치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생산성은 사회가 축적한 기술 진보에서 나온다
기업의 이익은 흔히 두 주체의 기여로 설명된다. 하나는 노동이다. 연구하고 설계하고 생산하고 관리하고 판매한 노동자의 기여다. 다른 하나는 자본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기업가와 주주의 기여다. 그래서 기업 이익의 분배를 둘러싼 논쟁은 대개 임금(및 성과급) 대 배당 또는 노동자의 몫 대 주주의 몫을 놓고 벌어진다.
하지만 이 구도는 이익의 원천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반도체나 AI 같은 첨단산업은 더욱 그러하다. 반도체 산업의 이익은 기업 내부의 노동과 자본만의 기여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거기에는 수십 년간 이어진 '사회적 투자'가 존재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우(1924~2023)는 경제 성장은 노동과 자본 투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나머지 부분이 이른바 솔로우 잔차(예측값과 실제값의 차이)다. 솔로우는 그 부분을 기술 변화, 지식 활용, 조직 혁신, 교육과 숙련 같은 사회적으로 누적된 생산 능력의 효과로 분석했다. 즉, 장기 성장을 이끄는 강력한 힘은 '넓은 의미의 축적된 기술 진보'였다. 솔로우는 20세기 전반기 미국에서 노동생산성 증가의 87.5%가 자본 투입과 무관한 기술 진보에 따른 것으로 봤다.
한국의 반도체 역량 역시, 오랜 기간 수많은 연구와 시행착오, 실패와 개선의 축적을 통해 성장했다. 이 진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독자적으로 해낸 것이 아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기초과학 연구, 국가 지원을 받는 대학과 연구소, 비상업적으로 공개된 논문과 지식, 사회 전체가 유지해온 교육 제도, 교육을 통해 길러낸 숙련 인력, 국가가 저렴하게 제공한 부지와 용수와 에너지 그리고 막대한 세제 혜택과 정책 금융이 반도체 산업 성장에 함께 기여했다. 이것이 '사회적 기여'다. 삼성전자 초과 이익을 이뤄낸 그 사회적 기여 몫은 왜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가?
▲ SK하이닉스가 4일 12% 넘게 급등해 사상 처음으로 '140만 닉스'에 올라선 채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1천31조원으로 급증, 처음으로 1천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5.44% 오른 23만2천500원에 거래를 종료하며, 올해 종가 기준 최고가(22만6천원·4월 29일)와 장중 최고가(23만원·4월 30일)를 동시에 갈아치웠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38.12포인트(5.12%) 상승한 6,936.99에 장을 마쳤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각 종목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5.4
ⓒ 연합뉴스
제임스 미드, 샘 올트먼이 제기한 시민 배당
"기업은 이미 세금을 내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기업이 내는 세금이 기업 이익에 포함된 사회적 기여 몫을 돌려주는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세금은 전혀 성격이 다른 제도다. 세금은 기본적으로 국가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납세 능력에 따라 분담하는 제도다. 이를 '응능 부담의 원칙'이라고 한다. 기업이 법인세를 내는 것과 영업 이익에 기여한 주체(즉, 사회)에게 응당한 성과 몫을 지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는 단순히 철학적 문제 제기가 아니다. 2025년 이른바 'K칩스법' 개정으로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대기업·중견기업 기준 20%까지 확대되었고, 관련 R&D 세액공제 적용 기한도 연장되었다. 국가는 세금을 깎아주면서(즉, 그만큼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반도체 기업의 영업상 위험을 분담했다. 그렇다면, 초과이익이 발생했을 때는 위험 분담의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사회적 기여의 몫을 사회가 돌려받는 장치 그러니까 시민 전체가 돌려받도록 고안된 분배 제도가 지금 없다. 노동자와 회사(그리고 주주) 간 이익 다툼은 성과급이란 분배 제도가 있어서 눈에 보이는 반면, 사회적 기여의 분배 제도가 없다 보니 사회적 기여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를 오래 전부터 고민한 경제학자가 제임스 미드(1907-1995)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드는 시장경제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기업의 수익 일부는 사회 전체의 몫으로 정당하게 돌아오는 제도를 고안했다. 미드의 구상에서, 국가는 기업 지분의 절반을 사회적 지분으로 소유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사회배당'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한다. 국가는 기업 자산의 지분을 소유하지만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국민은 그저 복지 수급자로 머물지 않고, 사회적 부의 공동 소유자로서 정당한 배당권을 갖는다.
흥미롭게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실리콘밸리에서도 나온다. 오픈AI CEO 샘 알트먼은 2021년 "모든 것을 위한 무어의 법칙"이란 제목의 기고에서 '미국 주식 펀드'를 제안했다. 여기서 알트먼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매년 시가총액의 2.5%를 주식으로 납부하게 하고, 모든 사유지도 그 가치의 2.5%를 과세해 펀드를 만들자고 한다. 펀드의 수익은 모든 미국 성인 시민에게 공평하게 배당된다. 인공지능 자동화가 만드는 부를 시민 소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본소득당이 주장해 온 '시민배당형 국부펀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본소득당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해 이를 에너지 전환과 AI 인프라 구축 등 산업 혁신 프로젝트에 '임무 지향적'으로 투자하자고 한다. 혁신적인 프로젝트 사업 또는 유망 기업에 장기 자본을 제공하는 동시에 '공공지분'을 확보하여, 수익을 시민에게 배당하자는 것이다. 기본소득당은 6.3 지방선거에서 '지역별 산업혁신펀드 조성, 지역 주민 배당'을 공약했다. 기본소득당과 민주당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가 4월 11일에 맺은 정책협약에도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온 국민에게 주는 반도체 배당, 가능하다
지금껏 첨단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국가는 납세자의 세금, 부지와 용수와 에너지 같은 공공 자원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공동체가 함께 축적한 지식, 교육, 기술 역량이 지금의 삼성전자 초과이익에 녹아 들어갔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의 기여는 정당한 몫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기업, 주주, 노동자만 수익의 권리를 주장했다. 앞으로는 달라야 한다. 사회적 기여를 정당하게 되돌려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상상해보자.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에서 온 국민이 '혁신 배당'을 받는 것을. 초과이익에서 사회의 몫을 분배하면, 주주의 몫과 노동자의 성과급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분배 정의로는 더 공정하다. 지금처럼 노사 간 혹은 노동조합과 주주 간 갈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첨단 산업 발전이 부의 양극화를 벌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경제를 여는 추진력이 된다.
'시민배당형 국부펀드'와 '공공지분 확보'를 제도화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일 수 있다. 노동조합이 이러한 제도 도입을 함께 요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사회의 몫 아니 '모두의 몫'을 이제 돌려받자.
덧붙이는 글 | 필자 오준호는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사명이 있는 나라><정치 쫌 아는 10대> 지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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