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상생안?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 자영업자의 한탄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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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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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 또 중단 현행 요금제보다 후퇴한 상생안배달 거리별 중개수수료 차등 거리 4㎞에서 1㎞로 줄어들면 배달 면적 좁아져 매출 감소 우려
# "배달앱 수수료 부담은 외식물가 상승 요인으로 볼 수 있다(농림축산식품부ㆍ2025년 2월)."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배달앱 수수료가 비싸지면 소비자가 구매하는 음식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 적정한 '배달앱 수수료'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 이 때문에 정치권까지 나서서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를 꾸렸지만, 배달앱 업계와 입점업체는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무엇일까.
배달앱 업계가 상생안을 내놨지만 사실상 수수료 부담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거란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플랫폼이 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 배달앱에 입점해 있는 외식 자영업자들의 한탄이다. 속사정이 있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쿠팡이츠(쿠팡)' 2개 플랫폼의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그래서 두 업체가 정한 '룰'을 따르기 싫어도 배달앱을 떠나기 힘들다. 더구나 한국 외식 산업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유로모니터 추정치ㆍ2024년 기준)에 달할 만큼 배달앱 의존도가 높다. 정치권이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나선 이유다. 문제는 정치권의 중재 노력마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가 출범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엔 배달앱 업체, 자영업자 단체, 배달기사 단체 등이 참여했지만 이해당사자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유야무야됐다.
그렇게 멈춰섰던 사회적 대화기구가 다시 열린 건 1년이 훌쩍 흐른 4월 10일이었다. 이날 열린 1차 회의에는 배달의민족ㆍ쿠팡이츠 등 배달앱 업체와 소상공인연합회ㆍ전국가맹점주협의회ㆍ한국외식산업중앙회ㆍ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ㆍ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윤석준 우아한형제들 총괄사장은 "상생안의 목표는 우선적으로 플랫폼에 입점하는 소상공인 업주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 역시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입점업체의 의견을 청취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업체가 제시한 상생안이 기존 수수료 정책보다 후퇴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4월 27일 예정됐던 2차 회의는 무산됐다. 배달앱 업체들이 제시한 상생안은 대체 어떻길래 자영업자들로부터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라는 비판을 받는 걸까. 하나씩 살펴보자.
[사진|뉴시스]
■ 배달앱 업계의 상생안 = 현재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입점 업체의 매출(배달앱 발생 매출 기준)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적용하고 있다. 기준은 매출 상위 35%는 중개수수료 7.8%(매출액 대비)ㆍ배달비 2400~3400원, 35~50%는 중개수수료 6.8%ㆍ배달비 2100~3100원, 50~80%는 중개수수료 6.8%ㆍ배달비 1900~2900원, 하위 20%는 중개수수료 2.0%ㆍ배달비 1900~2900원 등이다(표①).
그렇다면 배달앱 업체들이 새롭게 제시한 상생안은 어떨까. 먼저 가장 낮은 중개수수료(2.0%)를 적용하는 구간을 하위 20%에서 하위 30%로 확대한다. 언뜻 영세 입점업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나머지 매출 구간을 하나(상위 70%)로 통합하고, 배달 거리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차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엔 기본 배달 거리가 '가게 반경 4㎞'로 모두 동일했지만 이를 1㎞와 4㎞로 나누겠다는 건데, 골자는 반경 4㎞ 배달은 중개수수료 7.8%ㆍ배달비 2400~3400원, 반경 1㎞ 배달은 중개수수료 5% 후반‧배달비 2000원대 후반이다(표②).
배달앱 업체 측은 "기존엔 매출 기준에 따라 중개수수료 6.8~7.8%를 적용받던 입점업체들이 자율적으로 배달 거리를 선택해 더 낮은 중개수수료 5%대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 입점업체의 선택권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이하 공플협) 의장은 "배달 거리가 가게 반경 4㎞에서 1㎞로 줄면 배달 면적이 16분의 1로 감소하는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배달 면적이 줄어들면 주문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존엔 6.8% 중개수수료를 적용받던 입점업체도 4㎞ 배달을 위해 더 비싼 요금제(중개수수료 7.8%)를 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여기에 더해 배달비(1900~3100원→3400원)까지 덩달아 증가하는데 입점업체가 상생안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예를 들어보자. 기존에 매출 35~50%(중개수수료 6.8%)에 속하는 점주가 내야 하는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는 4460원(1360원+3100원)이었지만, 상생안에 따라 4㎞ 요금제(중개수수료 7.8%)를 이용할 경우 4960원(중개수수료 1560원+배달비 3400원)으로 부담이 11.2%나 증가한다.
물론 배달 거리가 넓을수록 가맹점 간 경쟁이 심화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상생안이 나름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배달앱상에선 지켜지지 않던 가맹점의 영업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대다수 자영업자 입장에선 배달 거리가 줄면 주문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 자영업자 요구안 = 이 때문에 자영업자 단체들은 실질적으로 중개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자영업자 단체가 제시한 요구안을 살펴보자. 매출 하위 30%의 경우 배달앱 업체의 생상안과 동일하게 유지하되 상위 70%의 요금제를 세분화했다.
반경 4㎞는 중개수수료 6.8%ㆍ배달비 2900원, 반경 2.5㎞는 중개수수료 5.5%ㆍ배달비 2700원, 반경 1㎞는 중개수수료 5.0%ㆍ배달비 2500원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실질적으로 중개수수료를 인하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배달 거리(2.5㎞)를 새롭게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배달앱 업체들이 자영업자 단체의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면서 사회적 대화기구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 그러자 한편에선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국회에도 '배달앱의 중개수수료ㆍ결제수수료ㆍ광고비 등의 상한을 정하는' 내용을 담은 배달플랫폼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안(이강일 민주당 의원안), '영세 소규모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한 우대수수료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음식배달플랫폼서비스이용료등에관한법률안(김남근 민주당 의원안) 등이 발의돼 있다.
다만, 여기에도 풀어야 할 과제는 있다. 배달앱의 적정 수수료를 알아야 합리적인 '상한선'을 결정할 수 있다는 건데, 현재로선 쉽지 않다. 중개수수료ㆍ배달비 체계 등의 정보를 배달앱 업체가 독점하고 있어서다.
배달앱 중개수수료 부담이 음식값에 녹아들면 외식물가를 끌어올리는 변수로 작용한다.[사진|뉴시스]
법안을 발의한 이강일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중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먼저 적정 중개수수료가 어느 수준인지 조사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배달앱의 비용 구조가 투명하지 않다 보니 법제화나 정책 수립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배달앱 입점업체들이 숱하게 지적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김준형 공플협 의장은 "배달앱 업체들이 매출에 따라 요금제를 달리 적용하고 있지만, 정작 입점업체는 '어떤 기준으로 내가 그 요금제를 적용받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이 때문에 요금제의 매출 기준을 신뢰할 수 있는 국세청 신고 기준으로 삼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달앱 중개수수료는 입점업체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배달앱 중개수수료 부담이 음식값에 녹아들면 외식물가를 끌어올리는 변수로 작용해서다. 과연 모두에게 좋은 배달앱 수수료를 찾을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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