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AI 패권경쟁과 산업정책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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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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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 오윤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 지난해 1월, 재취임 직후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OpenAI, 소프트뱅크, 오라클 경영진과 함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스타게이트는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 규모의 민간 주도 AI 인프라 투자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공지능(AI) 규제 전환과 전력 공급, 인허가 지원을 시사하며 AI를 국가 전략의 전면에 올려놓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산업정책의 귀환을 짚었다. ‘산업정책의 귀환(The Return of Industrial Policies)’ 보고서에서 경제위기와 지정학 리스크, 기술 전환 속에 선진국들이 산업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AI를 단순한 기술 충격이 아니라 거시경제적 전환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패권경쟁의 성패는 기술 역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산업정책의 귀환’은 주요국의 AI 전략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총 2000억 유로 규모의 InvestAI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데 이어, AI 대륙 액션플랜(AI Continent Action Plan)에서 InvestAI를 유럽 AI 전략의 핵심축으로 삼았다. InvestAI 재원 중 약 200억 유로는 초대형 컴퓨팅 시설인 AI 기가팩토리(AI Gigafactory)를 최대 5개 구축하는 데 투입된다. 중국도 국가 주도 AI 산업투자펀드를 조성했고, 알리바바 등의 AI 인프라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DeepSeek 이후 부각된 기술 자립을 자본과 생태계로 뒷받침하려는 흐름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AI를 민간 기업 간 경쟁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 전략 의제로 다룬다는 점이다. AI는 제조, 의료, 국방, 교육 등 각 분야의 생산성을 바꾸는 범용기술이다. AI에서 밀리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의 토대도 약해질 수 있다. 반도체 공급망이 외교 카드가 되고, 데이터센터 입지가 지정학 변수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경쟁의 본질은 알고리즘 경쟁만이 아니다. 전력, 반도체, 데이터센터, 산업 데이터, 규제를 함께 설계하는 역량의 경쟁이다. 한국은 그간 반도체, 배터리, 조선, 디스플레이 등 주요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 왔다. AI 시대의 과제는 이 경쟁력을 개별 산업의 성과에 머물게 하지 않는 것이다. 산업 현장의 데이터, AI 인프라, 인력, 규제 체계를 연결해 국가 전략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한국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분명히 하는 데 있다. 먼저, 글로벌 AI 공급망 내 역할을 구체화해야 한다. HBM 등 고대역폭 메모리는 AI 학습과 추론의 병목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AI 추론용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도 우리가 역할을 넓힐 수 있는 영역이다. HBM과 관련 인프라는 개별 기업 성과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다뤄야 한다. 아울러 AI 전략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AI 전 분야에서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강점은 범용 모델 경쟁보다 산업 현장과 AI를 결합하는 데서 더 뚜렷해질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배터리 산업 현장에는 다른 국가들이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려운 공정 데이터와 운영 경험이 수십 년간 쌓여 있다. 대규모 AI 투자도 필요하지만, 한국이 집중해야 할 영역은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AI와 결합하는 산업용 AI 생태계다. 이를 위해 국가 전략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2월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행동계획을 어떤 우선순위와 실행력으로 구체화하느냐다. 스타게이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AI 인프라라는 목표에 자본과 정책 신호가 모였기 때문이다. 우리도 나열보다 집중, 선언보다 실행에 무게를 둬야 한다. 자유방임의 혁신 시대가 저물고 다시금 국가가 전면에 나서는 ‘산업정책의 귀환’은 AI 패권경쟁을 관통하는 핵심 흐름이 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기에는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주도권을 장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간 축적된 역량을 하나로 꿰어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는 국가 전략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AI 총력전에서 한국의 산업정책 설계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오윤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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