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사업 부조리, 산불 뒤에 번진 ‘수주 불씨’ [세종 백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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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법인·자격대여 의심 업체 뒤늦게 전수조사 예고지난해 2700여 업체 조사에도 자격증 대여 적발 ‘0건’공공사업 등록요건 악용 논란…'사후약방문' 되지 말아야
산불 복구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가운데 유령법인과 자격증 대여 의혹이 산림사업 공공입찰 구조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산림청은 전국 산림사업법인 전수점검을 예고했지만, 사후 단속을 넘어 등록요건·기술자 검증·입찰 평가 체계까지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브리핑은 정부의 입장을 가장 정제된 형태로 보여주는 창구다. 하지만 모든 사안이 브리핑 한 번으로 정리되지는 않는다. 설명자료와 해명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공식 문서는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입장을 밝히는 기능과 별개로, 그 문서만으로는 쟁점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서가 나온 시점, 대응의 속도, 설명의 범위, 빠진 대목까지 함께 살펴봐야 비로소 사안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백브리프’는 정부 설명의 ‘뒤쪽’을 읽는 코너다. 브리핑과 해명자료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설명이 나오게 된 배경과 정책 흐름, 현장에서 제기되는 의문을 함께 짚는다. 데일리안은 정부가 말한 내용과 아직 설명되지 않은 부분 사이의 간격을 따라가며, 독자들이 사안을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산림사업 부조리 논란이 산불 이후 복구 예산과 공공사업 수주 구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산림청은 유령법인과 자격증 대여 등 산림사업 전반의 비정상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이달 중 전국 산림사업법인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가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산림기술자 자격을 빌려 등록요건을 맞추고, 그 상태로 공공사업 입찰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산림청은 지난 7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그간 제도 운영 과정에서 산림사업법인의 관리·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위반사항에 대한 제재가 충분히 실표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5월 내 전국 산림사업법인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자격증 대여 의혹에 머물지 않는다. 산림사업은 숲가꾸기, 산림복원, 산사태 예방, 산불 피해지 정비 등 공공성과 안전성이 강한 분야다.
등록요건을 서류로만 갖춘 업체가 입찰장에 들어오면 정상적으로 기술자를 고용하고 장비를 갖춘 업체는 비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산불 뒤 막대한 복구 예산이 투입되는 시점이라면 문제는 더 무겁다.
산을 되살리는 예산이 실제 현장 역량을 갖춘 업체로 흘러가는지, 발주와 점검 체계가 이를 걸러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산불 뒤 산림 복구 등 공공사업 수주를 둘러싼 유령법인과 자격대여 부조리가 심각하다. 산림청은 전수조사를 통해 이러한 비정상적인 관행을 뿌리 뽑고 실질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고양이 앞에 생선…알고도 방치했나
산림사업법인은 일정한 기술 인력과 사무실, 자본금 등을 갖춰야 등록할 수 있다. 제도의 취지는 명확하다. 산림 복원과 재난 대응 사업을 맡을 업체가 최소한의 전문성과 책임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문제는 이 요건이 현장에서 ‘진입 장벽’이 아니라 ‘서류 맞추기’로 소비됐다는 의혹이다. 실제 근무하지 않는 기술자를 명단에 올리고, 업체는 등록요건을 충족한 것처럼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산림청은 이번 전수점검에서 사무실 실재 여부와 기술자 상시 근무 현황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세청 등 유관기관 자료와 산림기술정보통합관리시스템을 연계해 실제 근무 여부와 급여 지급 내역을 상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방치 논란이 나오는 지점은 여기다. 자격증 대여와 비상근 기술자 모집 정황은 갑자기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구인 글과 업계 내부 관행을 통해 이미 드러나던 문제였고, 산림사업법인 실태조사도 해마다 이뤄져 왔다.
그런데도 점검은 등록서류와 사업장 요건 확인에 머물렀고, 실제 근무 여부를 입체적으로 확인하는 체계는 뒤늦게 보강되는 흐름이다.
등록요건은 부실 업체를 걸러내는 문턱이어야 한다. 실제 근무하지 않는 기술자 이름만으로 그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면 관리의 초점은 업체 처분에만 머물 수 없다. 산림청이 봐야 할 것은 몇몇 유령법인의 존재가 아니라 그런 법인이 공공사업 시장에 들어올 수 있었던 구조다.
지난해 2700여 업체 조사에서도 자격증 대여 적발이 없었던 만큼, 이번 전수점검은 단순 확인을 넘어 실제 근무 여부와 입찰 이후 수행 능력까지 검증해야 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2700곳 훑고도 빈손…줄줄이 샌 단속망
지난해 조사 결과는 이번 논란의 무게를 키운다. SBS 보도에 따르면 산림청은 2700여 업체를 조사해 199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위반 내용은 등록요건 미충족, 시정명령 미이행 등이었다. 정작 핵심 의혹인 자격증 대여 적발은 0건이었다.
점검 대상이 적지 않았는데도 가장 민감한 불법 관행을 잡아내지 못했다면 방식의 한계를 따져봐야 한다. 자격증 대여는 계약서와 사무실 서류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기술자가 실제 어느 현장에 투입됐는지, 급여가 정상적으로 지급됐는지, 4대 보험과 세무 자료가 일치하는지까지 맞물려야 한다. 산림청이 이번에 유관기관 자료 연계와 상시 모니터링을 언급한 것도 기존 실태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방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충북도는 6월 말까지 도내 265개 산림사업법인을 대상으로 기술자 중복 등록, 자본금, 사무실 확보 여부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자격증 불법 대여 등이 확인되면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전북특별자치도도 산림사업법인 실태 점검에 나서는 등 지자체 단위 관리도 강화되는 흐름이다.
산림청은 단순히 유령 법인을 적발하는 것을 넘어,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 구조를 만들어 부실 업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은 인식해야 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꼬리 자르기로 끝낼 일 아니다
산림청은 특별사법경찰권 확보, 신고포상금 도입, 산림기술정보통합관리시스템 고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행정조사만으로 입증이 어려운 지능형 자격대여와 페이퍼컴퍼니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관건은 적발 이후다. 몇몇 업체 등록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되면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 산림사업 부조리는 등록 단계에서 시작되지만, 실제 피해는 입찰과 사업 수행 단계에서 나타난다.
벌점을 받은 업체가 계속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지, 발주기관의 평가와 준공검사가 부실 시공을 걸러내는지, 기술자 보유 현황이 실제 현장 투입으로 이어지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산불 복구와 산사태 예방 사업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도 많다. 복구가 늦어지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다음 장마와 산불 때 다시 비용으로 돌아온다. 이번 논란이 산림청의 단속 강화로만 정리되기 어려운 이유다.
산림사업 등록요건은 입찰장에 들어가기 위한 서류가 아니라 공공사업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최소 기준이어야 한다. 결국 산림청 전수점검의 성패는 적발 건수보다 구조 개선에 달려 있다.
유령법인과 자격증 대여 의심 업체를 찾아내는 것은 첫 단계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부실 업체가 공공사업 수주 구조 안에서 반복적으로 살아남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다. 산불 뒤에 번진 ‘수주 불씨’를 끄려면 단속망만 넓힐 게 아니라 입찰 문턱, 기술자 검증, 사후평가까지 함께 고쳐야 한다.
산림청은 “산림사업 전반의 부조리를 뿌리 뽑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이 현장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이번 조사가 일회성 처분에 그치지 않고, 산림재난 대응 예산이 실제 전문성과 책임을 갖춘 업체로 흘러가는 관리체계 개편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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