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장관 “반도체, 기존 투자만으론 부족…새 단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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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카자흐스탄·유럽·중동 출장 성과 관련 백브리핑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기존 투자 계획만으로는 급팽창하는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반도체 단지 조성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반도체 시장이 급속하게 팽창하는 데 대응해 시장을 빨리 선점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기존에 투자하기로 한 부분은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만 가지고 되겠느냐는 문제가 분명히 있다”며 “새로운 반도체 단지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속도를 내어 추진하되, 비수도권에 신규 반도체 단지 조성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남·광주 지역의 반도체 단지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 장관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라 지금 말씀드리면 여러 파장이 있을 수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별도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업들도 현재 부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유럽연합 철강 관세할당제도(TRQ) 협상 성과도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유럽연합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산 철강이 유럽의 자동차·기계·에너지 산업 공급망에 기여해온 점을 강조하며 국가별 무관세 쿼터를 배정할 때 한국을 우선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한 김 장관은 “유럽연합의 현재 전체 할당물량 3382만톤에서 46%를 줄이고, 우리가 가진 258만톤에도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크게 줄어들게 된다”며 “이번에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데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 차원에서 굉장히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철강에 배정될 무관세 쿼터는 유럽연합 전체 감축률인 46%보다 적은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연합은 2018년부터 시행해온 철강 세이프가드가 오는 30일 종료됨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새 철강 수입관리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철강 30개 품목에 대해 일정 물량까지만 관세 없이 수입을 허용하고, 이를 넘는 물량에는 50% 관세를 부과한다.
유럽연합 전체 무관세 수입 쿼터는 현재 3382만톤에서 1835만톤으로 약 46% 줄어든다. 다만 이는 유럽연합이 허용하는 전체 물량의 감축률로, 국가별 쿼터는 별도의 배분과 협상 절차를 거쳐 정해진다.
한국은 기존 세이프가드 체제에서 약 258만톤의 무관세 쿼터를 배정받아왔다. 유럽연합 전체 감축률 46%를 이 물량에 단순히 대입하면 한국 몫은 약 140만톤으로, 기존보다 100만톤 넘게 줄어든다. 쿼터를 넘는 물량에는 50% 관세가 부과되는 만큼, 국내 철강업계의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인 유럽연합에 대한 수출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다만 한국에 배정될 구체적인 물량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김 장관은 “구체적인 숫자는 지금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그런 방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도 협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김 장관은 “유럽연합의 조처가 자유무역협정에 어긋나며, 우리도 대응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종 쿼터가 정해지는 대로 이를 토대로 후속 지원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원책에는 유럽연합 쿼터 축소로 판로가 줄어드는 철강기업의 대체 수요처 발굴과 품목별 수출 확대, 확보된 쿼터의 효율적인 활용을 돕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두고서는 종료 시점과 현행 최고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제는 휘발유·경유·등유의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로,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시행 중이다. 정부는 전쟁 종료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 등을 제도 종료의 판단 조건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최고가격제 엑시트(종료)를 언제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제도 종료의 판단 조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이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최종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유가 수준은 전쟁 때보다 내려온 만큼 최고가격 자체를 내릴 이유는 있다고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하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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