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지원액이 왜 K-패스보다 38배 많을까…李 정부 '고유가 대책'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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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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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정부 “취약계층 위한 추경”유류세 예산은 3조4000억원K-패스 예산은 고작 877억원유류세 지원은 고소득층 혜택대중교통 지원은 전 계층 혜택K-패스 예산 늘려야 하는 이유
# 저소득층일수록 주유비를 지출하지 않는 가구 비중이 높다. 차가 없는 가구가 많아서다. 반면, 고소득층은 주유비를 지출하지 않는 가구 비중이 낮고, 주유비 지출액은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가구 비중은 소득과 상관없이 70% 이상이다.
# 이런 상황에서 고유가에 따른 교통비 부담 완화 정책을 펴야 한다면 정부는 유류세를 낮춰야 할까, 대중교통 이용자를 지원해야 할까. 후자가 적절하겠지만 정부의 선택은 달랐다.
유류세 인하 정책은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사진|뉴시스]
"위기일수록 사회적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과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 아래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마련했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고유가에 노출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추경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고유가로 인한 국민의 교통비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정부 정책을 보면 추경이 과연 취약계층 보호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왜 이런 지적이 나오는 걸까.
■ 분석① K-패스 예산 38배인 유류세 인하 예산 = 우선 정부가 내놓은 2026년 제1회 추경안 세목별 세입경정(세입 내역 수정) 내역부터 보자. 이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에서 16조4122억원이던 유류세(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를 추경안에서는 13조464억원으로 3조3658억원(-20.5%) 감액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오일 가격이 상승하자 정부가 3월 26일 유류세를 추가로 인하했는데(휘발유 7%→15%, 경유 10%→25%), 그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이번 추경에 반영했다. 유류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자가용을 타는 국민을 위해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셈이다.
반면 똑같은 교통비 부담 완화 조치인 K-패스 환급률 확대에 배정한 예산은 877억원이었다. 유류세 지원 예산의 2.6%에 불과하다. 반대로 말하면, K-패스 예산보다 유류세 지원 예산이 38배 많다.[※참고: K-패스는 국민의 대중교통비 절감과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대중교통 이용요금의 일정 비율(최소 20%에서 최대 53.3%까지)을 정부가 환급해주는 사업이다. 본예산엔 없던 예산을 추경으로 추가했다.]
■ 분석② 자가용 지원책 vs 대중교통 지원책 = 그렇다면 두 정책 중 어떤 정책이 취약계층을 더 위하는 정책일까.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가계동향조사(2021~2025년) 자료를 토대로 총 5만9637가구의 교통비를 소득 5분위로 나눠서 비교ㆍ분석해봤다.
[사진|뉴시스]
'주유비를 전혀 지출하지 않는 가구'를 살펴보니 소득 1분위(저소득층)에선 5년 평균 비중이 66.7%에 달했다. 연도별로도 65~ 67%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소득 5분위(고소득층) 가구에선 4.6%에 불과했다. 특히 주유비 미지출 가구 비중은 소득이 높을수록 뚜렷하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주유비를 지출하는 가구'의 소득 분위별 주유비 지출액을 비교하면 1분위의 주유비는 8만220원(월평균 기준ㆍ이하 기준 동일)이었지만, 5분위는 19만8341원이었다. 2.5배 차이다. 역시 소득이 높을수록 주유비 지출액도 높았다. 대중교통비 지출액도 비교해봤는데, 1분위의 대중교통비는 2만7782원, 5분위는 4만9046원이었다. 대중교통비 지출액도 소득이 높을수록 더 높았는데, 1분위와 5분위의 격차는 1.8배였다.
이런 통계들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정부가 유류세를 아무리 낮춰준다고 해도 자동차가 없어서 주유를 하지 않는 1분위 가구 10곳 중 6~7가구는 유류세 인하의 혜택을 체감하지 못한다. 또한 소득이 높을수록 유류세 인하 혜택이 쏠린다.'
흥미로운 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가구의 평균 비중을 분석해보니 소득이 많든 적든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1분위는 76.6%, 2분위는 74.4%, 3분위는 74.6%, 4분위는 77.0%, 5분위는 80.9%였다.
이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유류세 인하 정책과 달리 K-패스 지원 확대는 소득계층과 무관하게 보편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저소득층도 지원 정책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 분석③ K-패스 환급률 인상이 상책 = 자, 이제 종합해보자. 정부가 현재 추경을 통해 펼치겠다고 내놓은 정책은 취약계층에게 혜택이 크게 돌아가지 않는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유류 소비량에 비례해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역진적인 구조다.
반면 K-패스는 전 분위에서 고른 비중을 보이는 대중교통 이용 가구를 지원하기 때문에 취약계층은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다양한 소득계층이 혜택을 보는 구조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정부로선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더 적절한 걸까. 당연히 추경에서 줄어드는 유류세 감소분의 일부만이라도 K-패스의 환급률을 높이는 예산으로 전환하는 게 형평성은 물론 정책 효율성까지 확보하는 방법이다. K-패스에 지원하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유류세 인하에 쏟아붓는 게 과연 적절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다.
사실 유류세 인하 정책은 현재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시행하는 '차량 5부제'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화석연료 사용을 부추기는 정책이어서 괴리감이 있다. 정부가 정책을 다시 고민해봐야 하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김진욱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email protected]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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