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정의는 중요한 가치", 이재명 대통령이 띄운 임광현식 세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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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치인 출신 국세청장의 파격행보... 기업세무조사부터 인사혁신까지, 60년 국세청 관행을 깰 수 있을까 [김종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28 ⓒ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세청장을 찾았다. "국세청이 원래 좋은 소리를 못 듣는 조직인데, 요즘 칭찬할 게 많은 거 같다"고 했다. 이어 국세청의 인사부터 해외재산 도피와 탈세, 조세회피 등을 언급해가며, "요즘 성과를 내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케이티브이(KTV)를 비롯해 여러 방송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국무회의 자리에서 국세청을 대놓고 칭찬 것이다. 이 대통령의 칭찬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날 자신의 SNS(엑스(X, 옛 트위터))에 임광현 국세청장이 올린 '체납자의 해외 은닉재산 환수' 관련 글을 공유하며 "조세정의는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썼다. 이어"국회의원 버리고 국세청장을 맡아 주신 임광현 청장님, 열일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대통령이 특정 외청장을 직접 호명해 격려한 것도 이례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국세청이 최근 보여준 세정 기조와 성과가 대통령의 국정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새벽 엑스(X·옛 트위터)에 임광현 국세청장을 공개칭찬 했다. 2026.4.28 ⓒ 이재명 대통령 X 대통령의 칭찬을 이끌어낸 직접적 계기는 해외 은닉재산 추적 성과였다. 국세청은 지난달 27일 작년 하반기 이후 해외로 빼돌린 체납자 재산에서 세금 339억 원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이익을 취하면서도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세금을 체납하는 행위는 그동안 계속돼 왔다. 그럼에도 국세청의 대응이 과거와 다른 이유는 임 청장 취임 이후 해외 징수를 위한 국제 공조에 집중하면서, 성과가 달라지고 있는 것. 현재 해외에서 환수 절차가 진행중인 체납건수를 감안할 때 추가 환수 금액이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왜 국세청장을 직접 불러 격려했을까 하지만 이번 장면을 단순히 '체납세금 339억 원 환수'라는 한 건의 성과로만 볼 수는 없다. 임 청장이 추진하고 있는 세정 개혁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정치인 출신으로 첫 국세청장에 오른 그의 행보가 '정치적일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의 개혁 방향은 분명했다. 공정과 민생, 납세자 권익과 조세정의에 따른 세정 혁신이었다. 우선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기업 세무조사 방식이다. 지난달 2일 한국경제인협회 간담회 자리에서 임 청장은 2026년을 '세무조사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세무조사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했다. 국세청 세무조사는 그동안 기업에겐 '저승사자'라 불릴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세무조사 자체보다는 언제, 어떻게 조사가 들어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  임광현 국세청장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한경협) 컨퍼런스센터에서 대기업 임원 등을 만나 "납세자의 관점에서 세무조사를 합리적으로 재설계할 것"이라며 "특히 정기 검진 성격의 정기 세무조사는 납세자가 조사 시기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세청 임광현식 세무조사 혁신은 이 지점부터 시작한다. 예측 가능한 세무조사다. 과거 세무조사가 기업 일정과 무관하게 진행돼 경영활동을 위축시켰다면, 이제는 기업이 조사 시기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또 국세청이 어떤 내용을 들여다 볼 것인지, 무슨 자료가 필요한지도 미리 알려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분명 과거와 차원이 다른 접근 방법"이라고 했다. 물론 탈세 혐의가 있는 곳은 엄정하게 들여다 본다. 부동산 탈세에는 훨씬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서울 강남3구와 한강벨트 등 서울 아파트를 수십채씩 갖고 있는 다주택자나 임대업자 등에 대한 탈세 혐의 대해선 엄중하다. 국토교통부 등과 관련 부처와도 적극 협력한다. 부동산 시장의 불공정과 세금 회피에 대해선 전수조사에 가까운 방식으로 대응한다. 첫 정치인 출신 국세청장의 파격 행보... 기업 세무조사 관행을 깨다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청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부총리, 김윤덕 국토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 기획재정부 특히 오는 9일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두고 "차라리 증여가 낫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돌자, 임 청장이 직접 나서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다주택자의 양도와 증여 세금을 비교해서 실제 세 부담이 얼마인지를 직접 알린 것. 집을 팔아서 얻은 차익이 20억 원일 경우의 사례를 들어가며, 9일 이전에 양도하면 세금이 6억5000만 원이지만, 증여할 경우 13억8000만 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또 현 정부가 추진중인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가조작과 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대응도 적극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수조 원대에 달하는 주식시장 소득 탈루 행위를 적발하고, 세금 추징에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의 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가 일부 악성 체납자와 기업을 넘어, 부동산과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세정 개혁이 조사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해 1월 출범한 '국세외수입 통합징수 준비단'도 임광현 체제의 핵심 과제다. 올해 초 세종청사에서 준비단 출범식을 열고, 과징금·부담금·사용료 등 국세외 수입의 통합 징수 체계 구축에 들어갔다. 국세외수입 통합징수는 단순한 업무 재배치가 아니다. 국세외수입은 조세는 아니지만 국가재정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그동안 각 부처가 개별 법률에 따라 따로 부과하고 관리하다 보니 미납과 체납 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임 청장은 출범식에서 "국세외수입 통합징수는 단순한 업무의 통합이 아니라 국세청이 국가재정 수입 전반을 보다 책임 있게 관리해 재정수입의 누수를 막고 국민 편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60년 인사 벽을 허물다... 직원들이 직접 인사평가하고 승진시켜 ▲  임광현 국세청장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4.28 ⓒ 연합뉴스 조직 혁신도 그동안 국세청 개혁의 중요한 과제였다. 역대 청장들 대부분이 강조해 왔던 것도 인사 혁신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달 국세청은 올 상반기 수시 승진 인사에서 총 56명의 특별승진자를 발표했다. 일반승진이 근무평정과 연공서열에 기반한 것과 달리, 이번 승진은 탁월한 성과를 낸 직원을 경력 연차와 무관하게 발탁하는 방식이었다. 국세청 문을 연 지 60년 만에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일반 직원들이 블라인드 평가를 통해 승진자 결정에 직접 참여했다. 국세청은 이를 두고 "특별한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는 그에 걸맞은 파격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국정철학을 반영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승진 인사 사례였다. 서울지방국세청의 한 직원은 "오랫동안 기수와 서열, 보직 중심 문화에서 이번 승진인사는 신선한 파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직원이 승진 평가에 직접 참여한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이처럼 임광현식 세정개혁은 네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기업 세무조사는 납세자 중심으로 바꾼다. 둘째, 부동산 탈세와 고액 체납, 해외 은닉재산은 끝까지 추적한다. 셋째, 국세외수입까지 통합 관리해 국가재정의 누수를 막는다. 마지막으로 국세청 내부 인사 관행을 깨 성과 중심 조직으로 바꾼다는 것. 물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세무조사 시기 선택제가 실제 현장에서 기업 부담 완화로 이어질지, 부동산 탈세 조사가 투기 억제와 조세 형평성 강화로 연결될지, 국세외수입 통합징수가 부처 간 이해관계를 넘어 제도화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성과 중심 인사도 일회성 파격에 그치지 않고 조직문화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 국세청이 더 이상 단순히 세금을 걷는 기관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의 한 고위인사는 "국세청이 성실납세자를 돕는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를 잡으면서도 악의적 탈세는 끝까지 추적하는 조세정의를 세우는 곳이 될 것"이라며 국가재정의 누수를 막는 재정 파수꾼으로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공개적인 칭찬은 이같은 변화에 대한 정치적 지지로 읽힐 수 있다. 이제 관건은 성과의 지속성이다. 국세청이 정말로 성실한 납세자에게는 편안하고, 반칙과 탈세에는 무서운 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임광현식 세정개혁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못골시장을 돌아보고 있다. ⓒ 국세청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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