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강구도’ 굳히기에 ‘투키디데스 함정’ 동원…시, 이번에도 작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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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9년 만의 방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꺼내들었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을 피하면서도 세계 질서를 양분하는 ‘양강 체제’를 사실상 인정하라는 중국의 전략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이란 전쟁 장기화와 동맹 균열, 관세 일방주의 논란으로 국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이 “미국 일극 시대는 끝나가고 있으며 이제는 양강 체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압박이란 분석이다.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미중이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뛰어넘고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가”라며 “이는 역사와 세계, 인민들이 던지는 질문이며 양국 지도자들이 함께 써야 할 시대적 답안”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미중 정상회담 공개석상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은 미중 경쟁을 ‘세계질서 재편’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면서도 중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와 아테네처럼 기존 패권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두려워해 결국 전쟁으로 치닫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 하버드대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2017년 저서 ‘예정된 전쟁’을 통해 확산시킨 개념이다. 앨리슨 교수는 지난 500년 동안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이 충돌한 16차례 사례 중 12번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며 미중 관계가 17번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이 개념을 “충돌 대신 공존을 택하자”는 논리로 역이용해 왔다.
실제로 중국의 관련 발언은 지난 10여 년간 일관된 흐름을 보여왔다. 시 주석은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대국을 모두 수용할 만큼 충분히 넓다”고 말하며 ‘신형 대국 관계’를 제안했다. 이는 미국의 패권 자체를 정면 부정하기보다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전략적 축으로 인정하라는 요구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정상회담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중은 갈등을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 응수했지만, 이후 미중 관계는 오히려 무역전쟁과 기술패권 경쟁으로 급속히 악화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시작된 관세전쟁은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와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졌고, 미국 내에서는 ‘디커플링’과 ‘신냉전’ 담론이 확산됐다. 그러나 중국은 그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양강 공존론’을 제기했다. 시 주석은 2023년 방중한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일행에게 “투키디데스 함정은 필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고, 2024년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신냉전’은 해서는 안 되며 이길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이 현실적 힘의 균형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홍콩중문대 선전캠퍼스의 정융녠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미 세계는 사실상 G2 구조에 진입했다”며 “미국이 제로섬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의 중동 개입과 동맹 피로 현상이 심화하는 반면 중국은 경제·기술·군사 분야에서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이 공세적이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교적 절제된 모습이었다. 중국 CCTV에 따르면 그는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이며 중국은 위대한 국가”라고 평가했고 “미중 협력은 세계에 유익하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기자들이 대만 문제 논의 여부를 두 차례 질문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이는 대만 문제처럼 충돌 가능성이 큰 의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정상회담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회담이 미국 일극 체제에서 미중 양강 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미국을 향해 “충돌 대신 역할 분담을 택하라”는 압박인 동시에 “중국은 이미 미국과 동급의 초강대국”이라는 인식을 심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규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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