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서 썰물처럼 빠지는 금괴들… 철옹성 금고 패권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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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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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美 뉴욕 연은 보관 금 129톤 회수 전쟁·제재 리스크에 보관지 다변화 유럽은 자국으로, 亞·중동은 홍콩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금(金) 현물 금고 시장을 양분해 온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과 영국 영란은행 패권에 균열이 가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 금 관련 자산을 일제히 동결했다. 여기에 이란 전쟁으로 중동 분쟁이 격화하고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자, 금 보관지의 보안성과 중립성, 물리적 접근성이 한꺼번에 재평가 대상에 올랐다. 미국 뉴욕주 웨스트포인트 조폐국 시설에 보관 중인 24캐럿 금괴. /조선DB 2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중앙은행(Banque de France)은 뉴욕 연은 지하 금고에서 100년 가까이 보관하던 금괴 129톤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26차례에 걸쳐 전부 팔았다. 뉴욕 연은 금고에 있던 프랑스 금 129톤 대부분은 1920년대 후반부터 사들인 구형 금괴다. 순도·무게·형태가 현재 국제 금 거래 시장이 요구하는 런던금시장연합회(LBMA) 금괴 표준 규격과 맞지 않는다. 시장에서 결제 수단으로 쓰려면 다시 녹여 표준 규격에 맞게 제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이 구형 금괴를 물리적으로 가지고 오는 대신, 파는 쪽을 택했다. 지난해 하반기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던 시점에 맞춰 뉴욕 구형 금괴를 시장 가격에 맞춰 매도했다. 그 후 금값이 상대적으로 하락하던 시점을 골라 유럽에서 같은 양을 최신 표준 규격 금괴로 다시 사들였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비쌀 때 팔고 쌀 때 다시 사는 과정을 26차례 반복하면서 130억 유로(약 22조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거뒀다. 그 결과 2024년 77억 유로 순손실을 냈던 프랑스 중앙은행은 지난해 회계연도 81억 유로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현재 프랑스가 보유한 전체 금괴는 2437톤으로, 과거 보유량과 동일하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표준 규격에 맞지 않아 팔지 못한 금괴 134톤도 2028년까지 전부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분출했다. 독일 중앙은행은 앞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에 걸쳐 뉴욕과 파리에 나눠 보관하던 금괴 300톤을 본국으로 옮겼다. 최근에는 미하엘 예거 독일 납세자연맹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이 불가능하며 정부 수익을 위해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뉴욕 연은에 보관된 독일 금을 조속하게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 보석상이 본인 가게에 있는 금 주얼리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욕 연은 금고는 외국 정부·중앙은행·국제기구 금을 맡는 대표적인 공식 금괴 보관처다. 뉴욕 연은은 자국 정부뿐 아니라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금을 보관한다고 명시했다. 2024년 기준 금괴 약 50만 7000개, 무게로 6331톤을 맡고 있다. 뉴욕 연은은 보관한 금괴를 다른 국가 금괴와 섞지 않고 맡긴 국가 별로 구획을 나눠 보관하다 그대로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영란은행은 세계 2위 금 보관처로 약 40만 개 금괴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란은행 최대 장점은 전 세계 최대 금 거래 시장인 런던 금시장 유동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런던은 보관뿐 아니라 현물 금 장외거래(OTC·Over-The-Counter) 중심지다. 런던금시장연합회는 런던 시장에서 하루 평균 2000만 온스(56만 7000 킬로그램)가 넘는 금이 청산된다고 공시했다. 세계 각국에게 뉴욕과 런던 금고는 단순히 금괴를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라 결제 인프라에 가깝다. 뉴욕 연은은 외국 공식기관에 달러 결제, 증권 보관, 금 보관, 유동성 운영 서비스를 한번에 묶어서 제공한다. 위기 발생 시 이들 금고에 보관하던 금을 담보로 달러나 파운드 같은 유동성(자금)으로 즉시 바꿀 수 있는 구조다. 금 보관이 창고업이 아니라 기축 통화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 시스템 속 공식 서비스인 셈이다. 이 구조는 2022년 미국과 영국이 대(對)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非)서방 중앙은행들은 기축통화국이 외환보유액을 언제든 무기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금을 전략자산화했다. 이 과정에서 초강대국에 금괴 전량을 맡기는 대신, 지역·정치 위험에 따라 금괴를 분산 배치하는 다극 체제로 재편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은 러시아 자산이 동결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연 1000톤 이상 금을 쓸어담았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치(연 473톤) 대비 2배를 넘어선다. 중앙은행들은 2000년대 이후 가장 금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2024년에도 1045톤을 사들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2024년 공식 외환보유액 기준 금(20%)이 유로화(16%)를 제치고 미국 달러 다음 2위 자산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중국 홍콩의 한 주얼리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금 주얼리와 장신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틈을 타 홍콩과 싱가포르 등은 서방 금고를 대체할 제1대안을 자처하며 중국과 중동·글로벌사우스 자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와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 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용어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올 1월 아시아금융포럼에서 “홍콩이 지역 금 보유 허브로 부상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이란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격해지면서 미국·이스라엘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중동 국부펀드나 아시아 부유층의 금 분산 보관 수요가 홍콩으로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라는 큰 배후 시장을 끼고 있으면서, 별도 금융·관세 체계를 지닌 홍콩의 이중적 지위가 비서방 자본에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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