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극화 시대,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이 형성할 새로운 질서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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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극화 시대,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
세계 질서가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섰습니다. 과거처럼 하나의 압도적인 패권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세계 질서를 독점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공고하던 단극 체제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 러시아의 반발, 인도 및 유럽연합(EU)의 영향력 확대로 인해 여러 세력으로 분절되는 다극 체제로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 구조적 변화의 중심에 중국이 있습니다. 세계의 제조업 강국이자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의 부상은 단순한 경제 성장을 넘어섰습니다. 지금 중국은 모든 영역에서 '미국 중심 시대 이후의 세계를 중국은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美 재정 리스크
중국은 미국 중심의 단극 경제 체제에 강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를 넘어선 연방정부 부채와 재정 리스크, GDP 대비 300%를 웃도는 주식시장의 과도한 밸류에이션, 달러화와 국채에 대한 신뢰도 저하 등이 그 근거입니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제를 홀로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입니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금융·군사·기술 패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만만치 않은 내부적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결국 세계 경제가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다극화 시대로 접어드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주목해야 할 핵심 변수가 바로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15·5 계획)입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2030년까지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향후 10~20년을 겨냥해 산업·기술·공급망의 방향성을 제시한 국가 전략 청사진입니다. 중국은 미래 기술 패권 경쟁으로 전략의 중심축을 옮기며 네 가지 핵심 축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첫째, 첨단 제조업의 재(再)정의입니다. 반도체 장비, 산업용 로봇, 항공우주, 신에너지, 전력 인프라 등을 단순한 산업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핵심 안보 변수로 다루고 있습니다.
둘째, 압도적인 기술 상용화 속도입니다. 중국은 기술 경쟁을 '발명'이 아닌 '확산'의 게임으로 규정합니다. 원천 기술을 가진 기업보다 산업화 단계에서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부를 독식해야 한다는 이념입니다. 인공지능(AI),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이미 이 패턴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셋째, 내수 시장의 질적 전환입니다. 수출 의존형 구조에서 탈피해 고령화, 헬스케어, 문화 소비, AI 기반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소비 중심 경제로 투자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넷째,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로의 확장입니다. 무역과 자본의 흐름을 동남아, 중동, 중남미로 넓히며 새로운 성장 벨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신흥국 투자를 넘어 공급망, 에너지, 인프라를 결합해 미국에 대항하려는 복합적인 전략적 포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구조적 리스크와 한국의 포트폴리오 재구성
물론 중국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급격한 인구 감소라는 '삼중고(三重苦)'의 구조적 도전은 중국의 전략적 비전을 언제든 무력화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변수입니다.
따라서 다극화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는 분산되고 유연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핵심 축이지만 유일한 축은 아니며, 중국을 위시한 글로벌 사우스는 거대한 기회인 동시에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경쟁이 얽힌 다극 체제는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제조업에 심각한 도전입니다. 우리는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 EU, 일본 등 국가와 전략적 우방 관계를 고도화하고 경제적·외교적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는 중국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전력망·에너지·물류·데이터 인프라 등 ‘신형 사회간접자본(SOC)’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 전반에서 디리스킹(위험제거)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패권을 쥐기 위한 거대한 포석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국은 다극 체제를 과거의 프레임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산업 기준별로 우리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평가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국가 중심이 아니라 '가치사슬(value chain)' 단위로 생존 전략을 재정의해야 할 때입니다.
한국은 반도체, 에너지, AI, 자동차, 조선, 방산, 의료, 소재 등 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 ‘대체 불가능한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우리는 어느 한 진영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강한 안보를 바탕으로 다극 체제 전환의 '수혜축'에 빠르게 올라타는 전략적 유연성만이 국익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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