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파산’·유럽 ‘침체’… 이란戰 후폭풍 ‘에너지 제국’ 美, 홀로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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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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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저성장·고물가·부채’ 삼중고 WB·IMF “세계 성장률 최소 0.3%p 타격” 美, 에너지 순수출로 완충
이란 전쟁이 2주간 휴전에 들어가면서 국제 유가가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6주간 이어진 무력 충돌은 전 세계 경제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후폭풍을 예고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신흥국과 유럽 주요국은 인플레이션 급등과 부채 증가라는 경제적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셰일 혁명 이후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 지위를 확보한 미국은 에너지 자립도를 바탕으로 외부 충격을 상대적으로 훌륭하게 흡수했다는 평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촉발한 이번 이란 전쟁이 미국의 상대적인 경제 우위를 한층 더 공고하게 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일 핀란드 토마야르비에 있는 한 슈퍼마켓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수장들은 이번 전쟁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과 타격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7일 대서양위원회 행사에서 “분쟁 발발 전 2.83% 수준으로 예상됐던 세계 경제 성장률이 최소 0.3~0.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사태가 완전히 수습되지 못하고 장기화할 경우 1%포인트가 넘는 성장률 하락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글로벌 물가 상승률 역시 최대 0.9%포인트 가까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은 6일 로이터에 현재 요동치는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더 높은 물가, 더 낮은 성장을 향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전이 휴전을 넘어 종전으로 이어져도, 이미 파괴된 공급망 훼손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상당 기간 세계 경제 발목을 단단히 잡을 것이라는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이번 이란 전쟁을 단순한 단기적 에너지 공급 부족 현상을 넘어선 글로벌 부채 위기의 촉매제로 규정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난 5주 동안 페르시아만 일대 핵심 에너지 기반 시설을 서로 연이어 정밀 타격했다. 파괴된 대규모 정유 시설과 가스전 등을 원상태로 완전히 복구하는 데에는 향후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에너지 가격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순 있어도 전쟁 이전보다 높은 추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포린어페어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처럼 장기간 지속되는 물가 상승 압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그 결과 저소득 국가나 신흥국들은 달러화 표시 부채 비중이 월등히 높아질 전망이다. 이들은 앞으로 치솟는 에너지 수입 비용 뿐 아니라 고금리와 달러화 강세 기조로 불어난 이자 상환 부담을 동시에 떠안아야 한다.
24일 뉴욕 개장 시간에 트레이더들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장세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펼쳐지고 있는 거시 경제 상황이 1980년대 신흥국들을 무참히 강타했던 국가 연쇄 부도 사태와 매우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고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폴 볼커 당시 미 연준 의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급격한 통화 긴축 여파로 1982년 멕시코가 신흥국 가운데 가장 먼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이어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대형 차입국들이 줄줄이 흔들렸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잠비아·세네갈·코트디부아르·자이르·말라위·니제르·케냐 등 여러 나라가 고금리와 달러 부채 부담에 짓눌리며 성장 기반을 잃었다.
그러나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되는 흐름 속에서도 유독 미국은 경제적 입지를 견고하게 유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이번 이란 전쟁 여파로 올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1개국) 전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대비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반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산유국이 아닌 유럽 주요 국가들은 순(純)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자국 국내총생산 기준 1~2%를 지속적으로 잠식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반면 미국은 막대한 에너지 순수출이 자국 국내총생산에 약 0.2% 기여하는 흑자 경제 구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은 자국 내 산업에 필요한 필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외부 간섭 없이 조달할 수 있는 튼튼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직면한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압도적인 경제적 방어막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에너지 안보 역량이 지금처럼 지정학적 불안감이 높아진 시기에는 국가 간 경제 체력차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전쟁 이후 한층 확고해진 에너지 패권을 외교적 지렛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글로벌 원유 수송의 주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자 “자국 석유는 각자가 알아서 구해야 한다”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를 드러냈다. 이는 우방국이나 동맹국들의 경제적 위기에 대해 미국이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경제적 안전판 역할을 대신 제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선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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