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세계 경제 휘청…최악 시나리오 현실될까

작성자 정보

  • 김프로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유가·원자재 가격 급등에 이어 공급 중단까지 도미노처럼 세계 경제 덮치는 중동발 공급망 위기 국내외 전문가들 “스태그플레이션 올 수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글로벌 물류 핵심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 공급망 마비까지 겹치며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생산 중단이라는 연쇄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자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던 가운데 지난 2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LNG의 약 30%, 석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해협이다. 중동산 원자재 물량 또한 대부분 이곳을 통해 수출된다. 호르무즈 봉쇄로 중동 지역의 원유와 원자재 수출길이 끊기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사진=연합뉴스 널뛰는 국제유가에 휘청이는 산업들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국제 유가다. 전쟁 직전 70달러 수준으로 형성됐던 브렌트유 가격은 IRGC가 해협 봉쇄를 선포한 후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전쟁 종식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가 다시 치솟는 등 국제 유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은 연료비 비중이 큰 항공·해운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항공업계는 항공유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오는 4월부터 항공권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국제 정세가 혼란한 데다 항공권 가격까지 인상되면 여행 심리가 크게 위축돼 항공 산업이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운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다. 유가 급등에 의한 유류비 상승은 물론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위험 지역 보험료 할증도 해운사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물류 네트워크 마비가 지속돼 해운업계를 운영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유를 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과 설비 가동에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하는 철강·시멘트 등의 산업도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제조업계 비상유가 상승에 이어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가장 먼저 가격이 오른 원자재는 알루미늄이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TRADING ECONOMICS)에 따르면 알루미늄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근 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카타르와 바레인에 위치한 주요 제련소에서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 생산국들은 지난해 전 세계 알루미늄의 약 8%를 공급했다. 알루미늄은 항공기·자동차·가전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되는 핵심 원자재로 해당 산업들의 원가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인 헬륨과 비료 생산의 필수 원료인 요소 가격도 올랐다. 지난 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카타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단지 라스라판(Ras Laffan)이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헬륨과 요소는 LNG를 기반으로 생산돼 LNG 설비 가동이 중단되면 공급이 자연스럽게 끊긴다. 로이터 통신은 중동 사태 이후 헬륨 현물 가격이 두 배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요소 가격도 전월 대비 30% 이상 급등했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해 얻는 에탄올과 설탕 가격도 오르고 있다. 에탄올은 석유의 대체 연료로 사용돼 유가가 오르면 수요가 몰린다. 최근 유가가 폭등해 에탄올 수요가 증가하자 에탄올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에 제당업체들이 설탕 대신 에탄올 생산량을 늘려 설탕 공급이 줄어들면서 설탕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최근 한 주간 에탄올 가격은 전월 대비 약 14%, 설탕 가격은 약 6% 상승했다. 에탄올은 식품·주류·화장품 산업은 물론 의료 분야에도 널리 사용돼 해당 업계의 원가 부담이 예상된다. 설탕은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만큼 서민들의 가계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싼 원가보다 무서운 공급 중단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던 기업들은 이제 공급망 위기라는 더 큰 문제를 앞두고 있다. 지난 4일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업체 여천NCC가 주요 고객사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이란 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제품 공급이 어려울 때 배상 책임을 면제받기 위한 선제 조치다. 에틸렌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는 나프타를 원료로 생산되는데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에틸렌은 가장 기초적인 석유화학 원료로서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 화학제품의 핵심 재료다. LG화학과 한화솔루션 등 다른 에틸렌 생산 기업들도 공장 가동률을 크게 낮추고 재고 물량에 의존해 버티기에 돌입하고 있어 화학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업체들까지 연쇄적인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반도체 기업들도 헬륨 공급 중단에 대응하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헬륨 확보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헬륨 재활용·수입처 다변화 등의 전략을 타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긴박한 대처는 헬륨 수입의 높은 중동 의존도 때문이다. 관세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의 헬륨 수입 물량 중 64%가 카타르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수입 비중은 28%로 카타르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 헬륨은 카타르산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카타르를 대체할 거래선으로 미국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경고…한국은?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잇따라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중동 전쟁의 여파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에 공개된 팟캐스트 '머니터리 매터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관세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성장 둔화, 일자리 파괴가 겹치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에스(S)의 위험이라 불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침체 속에서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최악의 경제 상황을 의미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중동 전쟁으로 경제 시스템과 질서에 혼란이 야기됐다"며 "이란과의 전쟁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한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오일 쇼크 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중동 지역에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경우 에너지 공급과 시장수요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흔히 관찰된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유가가 150달러를 돌파하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를 상정하면 경제성장률은 0.8%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9%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상수지 감소액은 76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수 있으며 해외 시장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특성상 불황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이 나왔다. 산업연구원도 지난 16일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 비용이 평균 0.7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 생산비용 증가와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와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산업연구원 NH금융연구소는 지난 17일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대응 포인트' 보고서에서 전쟁이 장기화되면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출·소비가 동반 위축돼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전쟁이 1년간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이 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정했다. 물가상승률은 2~4%포인트 높아지고 소비·투자는 각각 최대 0.6%포인트, 0.7%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경고에 이어 대응책도 제시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한국은 중동산 원유와 LNG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유 활용을 통해 에너지 공급망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해상 운송 차질에 대비해 우회 운송로를 확보하고 물류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등 공급망 리스크의 체계적인 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과 함께 물가 안정, 취약계층 보호 등 거시경제 정책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동 전쟁으로 인한 영향은 업종과 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맞춤형 지원 체계가 중요하다"며 "전쟁의 변화와 방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의 피해현황과 애로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최근 댓글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