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뒤에 숨은 미국의 진짜 목적은 AI 패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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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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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은 단순히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면에는 미국이 중동 안보 질서에서 물러나며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더 깊게 들어가면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AI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대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이 원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의 일시적 안정만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과 안보 비용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자금을 동시에 재편하는 새로운 질서라고 말한다.
현재 글로벌 금융 시장은 국제 유가가 곧 안정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에서 흔히 말하는 유가 100달러는 대부분 근월물 선물 가격이며 당장 시장에서 원유를 구하려면 그보다 더 가격이 높다. 두바이유 현물이 시장에서 140달러 안팎으로 거론되고 배를 구해 도착지까지 가져가는 비용을 포함하면 150달러를 넘는다. 반면 2개월에서 3개월 뒤 인도되는 근월물은 100달러 수준이고 6개월 이상 뒤의 원월물은 80달러 아래이며 1년 이상 장기물은 70달러 부근이다. 시장은 지금 당장 원유를 구하기는 어렵지만 몇 달 안에 진정되고 1년 뒤에는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가격이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오펙 플러스 이탈 움직임은 단순한 산유국 내부 갈등이 아니다. UAE는 오래전부터 오펙 체제에 불만을 가져왔다. 생산 능력은 하루 500만 배럴에 가까운데 300만 배럴만 팔 수 있었다. 사우디는 유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국가 재정과 비전 2030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다. UAE는 이미 관광과 금융과 물류, 첨단산업으로 경제 다각화를 상당 부분 진행했고 팔 수 있을 때 최대한 팔아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 같은 산유국이어도 국가 발전 단계와 재정 구조와 미래 전략이 다른 것이다.
사우디와 UAE의 갈등은 안보 문제에서도 커졌다. UAE 입장에서는 사우디가 오펙을 통해 산유량을 통제하는 만큼 공동 방위의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이란 전쟁 과정에서 UAE는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이란 해안과 가까운 거리이고 고층 빌딩과 금융 허브와 물류 인프라가 집중된 도시는 드론 몇기만 맞아도 치명타를 입는다. UAE의 오펙 탈퇴는 미국과 이스라엘 쪽으로 더 강하게 붙으며 안보 우산을 새로 확보하려는 시도다.
카타르도 비슷한 고민에 직면했다. 카타르는 북부 가스전이라는 막대한 자산을 갖고 있지만 그 가스전은 이란과 사실상 한 덩어리로 연결돼 있다. 카타르는 이란, 사우디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해 왔고 미국 최대급 군사기지를 유치해 안보를 사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 덕분에 에너지 개발 자금이 안정적으로 들어왔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이번 전쟁은 이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을 던졌다. 미국은 더 이상 중동 안보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대표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의 계산이 엿보인다. 중동 안보 비용을 직접 부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이스라엘을 지역 프록시로 세우려는 것이다. 트럼프 진영은 미국이 세계 안보와 유동성을 공짜로 제공해 온 것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그 비용을 더 이상 미국 납세자가 홀로 부담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란을 약화시키고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확실히 한 뒤 미국은 중동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미국의 중동 출구 전략이기도 하다.
문제는 미국이 빠진 자리를 누가 메우느냐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자국 방어와 이란 견제에는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카타르와 UAE의 에너지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지켜 줄 수 있는 국가는 아니다. 걸프 산유국들은 스스로 방어 능력을 키우거나 미국과 더 높은 비용의 안보 계약을 맺어야 한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과 항로 보호를 공짜로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또 다른 셈법이 등장한다. 중국과의 AI 전쟁이다. 권 대표는 미국 전략가들이 AI를 차세대 핵무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망과 휴대전화와 AI 시스템이 한 시간만 마비돼도 현대 경제는 멈춘다. 문제는 미국이 AI 패권을 유지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GPU와 모델이 있어도 전기가 없으면 데이터센터는 돌아가지 않는다. 미국의 가장 큰 고민은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막대한 투자 자금을 끌어들여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계속 짓는 것이다.
AI 투자 붐은 빅테크의 막대한 현금흐름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점점 사모펀드와 신용시장 자금에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3년짜리 채권으로 조달한 돈이 데이터센터 투자로 들어가고 있는데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용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를 지속 하려면 긴 호흡의 돈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자금이 UAE 국부펀드다. 미국은 AI 전쟁을 위해 에너지와 자금이 UAE는 미국의 안보 우산과 기술 동맹이 필요하다. 이번 전쟁 뒤에는 이 교환 관계가 숨어 있다.
중동 전쟁과 AI 전쟁은 이렇게 연결된다. 미국은 중동에서 직접 안보 비용을 줄이려 하지만 동시에 AI 패권을 위해 값싼 에너지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 걸프 국가들은 미국이 빠져나가면 안보 공백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미국과 더 깊게 엮이면 이란의 표적이 될 위험도 커진다. 이 딜레마 속에서 UAE와 카타르는 미국과 이스라엘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같은 전쟁을 두고도 산유국마다 이해가 갈라지는 이유다.
권 대표는 유가가 장기적으로 1년 안팎을 보면 70달러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70% 정도로 본다고 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수요다. 석유 수요 증가세는 이미 둔화됐다. 전체 원유 소비 가운데 상당 부분은 운송용 에너지인데 중국은 이미 자동차 연료용 석유 소비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고 있고 동남아,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동화로 한 번 넘어간 시장이 다시 내연기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
둘째는 공급이다. 유가가 높으면 생산자는 더 많이 캐고 싶어진다. 미국 셰일업계는 가격이 오르면 빠르게 반응한다. 셰일오일은 전통 유전보다 생산 조절이 빠르다. 투자와 시추를 늘리면 단기 공급을 끌어올릴 수 있다. UAE도 증산을 원하고 러시아 제재가 풀리면 묶였던 물량이 다시 나올 수 있다. 수요는 정점에 가까워지고 공급은 가격에 반응해 늘어나는 구조라면 장기 유가는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단기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 미국이 자국 기름 값을 잡기 위해 원유나 정유 제품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정유 제품 수출국이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국제시장과 미국시장을 분리한다면 미국 소비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미국산 휘발유와 경유와 항공유에 의존하던 국가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결국 이번 중동 전쟁의 본질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 충돌만이 아니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안보를 공짜로 제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중동 산유국들이 기존 질서의 안전성을 의심하기 시작한 사건이다. 또 AI 패권 경쟁을 위해 에너지와 자본을 새로 배치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드러난 장면이다. 호르무즈와 말라카와 남중국해의 통행 비용이 올라가는 시대에는 한국 같은 에너지 수입국은 전략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권효재 대표의 분석이 던지는 핵심은 분명하다. 중동 전쟁 뒤에 숨은 미국의 진짜 목적은 단지 이란을 벌주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 비용을 재가격화하고 AI 패권 전쟁에 필요한 전기와 돈과 동맹을 다시 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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