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프로젝트 프리덤’, 해협 개방에 한계…대체 항로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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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의 선박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야심차게 개시한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이 시험대에 올랐다.
걸프만 내에 갇힌 2000여척의 선박을 해방시킨다는 이 작전은 국제 에너지 공급망의 동맥을 보호하고 해상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이 과거와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트리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프로젝트 프리덤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보도했다.
일명 호르무즈 해방 작전은 ‘미국 우선주의’를 해상 안보에 접목한 형태를 띠고 있다. 미 해군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되, 수혜를 입는 동맹국과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이 비용과 병력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핵심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 분담 요구는 오히려 전통적인 우방국들의 참여 의지를 꺾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과거 냉전 시기나 걸프전 당시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제 공공재로서의 안보를 무상 제공하며 동맹을 결속시켰던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은 미국의 독자적인 이란 압박 정책에 휘말려 자국의 상선이 표적이 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 프리덤이 광범위한 국제적 연대를 끌어내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WSJ는 설령 이 계획이 군사적 기술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호르무즈해협의 통행량이 전성기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안보 불안 때문만이 아니라 국제 에너지 물류 구조 자체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호르무즈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홍해나 오만만을 경유하는 송유관 건설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 왔으며, 주요 소비국들 역시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며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즉, 호르무즈해협은 이제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통로가 아니라, 리스크가 상존하는 ‘고비용 경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해운사들 또한 보험료 급증과 승무원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이 경로를 기피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강력한 군사적 보호막을 제공한다 해도 쉽게 되돌리기 힘든 경제적 흐름이다.
나아가 이번 구상은 이란을 비롯한 지역 내 적대 세력과의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오히려 해협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력 증강을 자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국지적 도발 가능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에 함대를 집결시킬수록 이란의 반발 수위는 높아지고, 이는 다시 국제 유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프리덤은 해상 통행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미국의 대이란 압박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비춰질 위험이 크다고 WSJ는 분석했다.
결국 트럼프의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은 미국의 힘이 직면한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압도적인 무력만으로 글로벌 물류의 흐름을 통제하고 시장의 신뢰를 강제로 회복시키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역 내 이해관계자들과의 정교한 외교적 해법이나 구조적인 갈등 해소 없이는, 프로젝트 프리덤이라는 거창한 이름도 결국 호르무즈의 거친 파도 속에 잠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규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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