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긴장에 웃은 셸…트레이딩 수익 2년만에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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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REUTERS
미국 에너지업체 셸의 올해 1분기 이익이 이란 전쟁 이후 커진 에너지 시장 변동성에 힘입어 2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중동 공급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국제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불안을 동시에 자극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업계의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셸은 올해 1분기 조정 순이익이 69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5% 증가한 수준이다. 시장 예상치인 63억6000만달러도 웃돌았다. 런던 증시에 상장된 셸은 중동 전쟁 이후 휘발유·디젤·항공유 시장 가격 변동이 확대되면서 트레이딩과 정유 부문 수익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와엘 사완 셸 최고경영자(CEO)는 전쟁이 에너지 시장 전반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시장 대부분에서 단기적으로 공급이 매우 빠듯해지고 있다”며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기적으로도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으로 인해 “10억배럴 규모의 공급 공백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사완 CEO는 특히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해협 통행이 제한되는 날마다 공급 부족은 더 심해진다”며 “시장 정상화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이딩 사업은 가격 급등락이 커질수록 매수·매도 가격 차이와 헤지 수요가 확대돼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셸은 유럽 4곳, 북미 3곳 등 총 7개 정유시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원유를 디젤·휘발유·항공유로 정제하는 사업 부문의 분기 수익은 20억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유가와 가스 가격 급등락 과정에서 헤지 계약 가치가 크게 흔들리며 약 24억달러의 평가손실도 반영됐다. 가스 사업 관련 법률 분쟁 비용 6억3500만달러도 실적에 반영됐다.
부채 부담도 확대됐다. 셸의 순 부채는 1년 전보다 110억달러 이상 증가한 526억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증가 폭은 시장 예상보다는 낮았다. 회사는 분기 배당금을 5% 인상했지만 향후 3개월 자사주 매입 규모는 기존 35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축소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감안한 보수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셸은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 피해 여파로 가스 생산 감소도 경고했다. 회사는 올해 2분기 카타르 생산량이 최소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완 CEO는 “2분기에는 카타르 내 모든 설비에서 생산이 없을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며 하루 약 30만배럴 규모의 석유 환산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의 대규모 가스액화 설비인 펄(Pearl) 플랜트는 지난 3월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대규모 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네이드 고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복구 비용이 약 5억달러에 달하며 정상화까지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셸은 생산량 감소에도 가스 가격 상승효과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은 셸 전체 석유·가스 생산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절반은 호르무즈 해협 밖인 오만에 있지만, 카타르와 걸프 지역 공급 차질은 회사 실적과 글로벌 LNG 시장 모두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단순한 유가 문제가 아니라 LNG와 정제제품, 해상운송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국제 유가와 에너지 기업 주가가 실적보다 지정학 변수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JP모간의 매슈 로프팅 애널리스트는 “셸 실적은 견조했지만 앞으로 몇 주간 유럽 석유기업 주가는 지정학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셸 주가는 전날 장 초반 2.4%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 리스크, 걸프 생산시설 피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간 협상 흐름과 카타르 생산 정상화 여부가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김주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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