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그만 만들라니까 포드까지 ‘AI 전력주’ 됐네 [트럼프 스톡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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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228>ESS 자회사 포드에너지 설립...30%대 급등트럼프 전기차 탄압에 배터리 시설 AI용 전환모건스탠리 “하이퍼스케일러와 계약 가능성”자동차업은 지난해 적자, 中비야디에도 추월“1년간 대규모 전력망 계약 5건은 체결해야”
짐 팔리 포드 자동차 최고경영자(CEO).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는 2007년 마케팅그룹 부사장으로 포드에 합류해 2020년 이 회사의 11번째 CEO가 됐다. EPA연합뉴스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사로 평가받는 포드가 최근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AI) 전력주로 돌연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재집권 때부터 전기차 지원책을 폐지하고 내연기관차 육성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자 이 회사가 기존 배터리 생산시설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폭증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한 덕분에 포드의 주가는 이달에만 30% 이상 뛸 정도로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다만 본업인 내연기관차 사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연간 손실을 낸 데다 올해에도 중동 전쟁으로 수요가 둔화하는 만큼 부업의 성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드, ESS 자회사 포드에너지 설립에 이달 30% 이상 급등...“하이퍼스케일러와 계약 체결 가능성”
포드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간) 포드의 에너지 사업 부문이 AI 데이터센터 건설 열풍에 힘입어 효자 사업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포드는 지난해 12월 자체 ESS 사업 부문을 포드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신설하기로 하고, 올 1월 리사 드레이크 사장을 조직 수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이달 11일 포드에너지를 ESS 전문 자회사로 설립하면서 확대되는 AI 데이터센터와 신재생 에너지 전력망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올 2월 10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에너지저장 사업은 2029년 이자·법인세 차감 전 조정 영업이익(EBIT) 마진(매출액 대비 비율) 8% 달성의 핵심 요소”라고 밝혔다. 지난해 포드의 EBIT 마진은 3.6%였다.
실제 포드의 주가는 ESS 분야 진출에 힘입어 이달 들어 27일까지 31.5%나 올랐다. 포드는 27일에도 3.66% 상승하며 19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전저점인 이달 4일만 해도 11.50달러였던 주가가 27일 15.88달러로 38.1%나 치솟았다. 최근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자동차 판매가 둔화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포드는 에너지 저장 사업에 올해에만 15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미국 켄터키주 배터리 공장도 데이터센터·전력망용 대형 셀(저장 공간) 생산 시설로 전환한다. 또 올해 개소하는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 일부도 소형 저장 셀 생산 시설로 활용한다. 포드는 포드에너지 출범 이후 프랑스전력공사(EDF) 북미 사업체에 2028년부터 연간 4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에너지 저장시설을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포드의 에너지 저장 사업에 대한 기대에 결정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였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루 페르코코 애널리스트는 13일 포드에 대해 “몇 개월 내 대형 고객, 특히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와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페르코코 애널리스트는 나아가 포드에너지의 가치를 100억 달러(약 15조 원)로 추산하면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의 기술 제휴를 “저평가된 전략적 경쟁 우위”라고 호평했다. 자동차 회사로만 머물던 포드를 돌연 AI 인프라(기반시설) 업체로 변신시킨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 분석에 힘입어 이날 포드의 주가는 무려 13.18% 올랐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6년 만에 기록한 하루 최대 상승률이었다.
캐즘에 트럼프 전기차 지원 철회 겹치며 유휴 배터리 시설 전환...얼떨결에 ‘車 외길’ 탈피
포드를 설립한 헨리 포드 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자동차 업계에서 포드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에너지 회사 변신은 투자자들에게 짐짓 낯선 소식일 수도 있다. 포드는 창업주인 헨리 포드 전 CEO가 1903년 미시간주에 설립한 미국의 대표 완성차 업체다. 이 회사는 특히 1908년 ‘모델T’를 출시해 자동차를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생필품으로 전환시켰다. 19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생산 현장에 컨베이어 벨트 이동식 조립 라인을 도입해 이른바 ‘포디즘’이라 불리는 대량 생산 체제를 확립했다. 포드는 이 대량 생산 체제로 경영학사에도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1948년에는 전설적인 픽업 트럭인 ‘F시리즈’를 선보였고 1956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주식을 상장했다.
자동차 외길을 걷던 포드가 ESS 사업에 진출한 것은 기존 전기차 사업이 수요 정체(캐즘) 현상을 겪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정책적 지원을 끊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퍼부었던 공장들이 유휴화되자 이를 다른 용도로 전환한 산물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의회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려던 법안을 무력화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30일부터는 신규 전기차를 구매할 때 제공하던 최대 7500달러의 연방 세액공제도 폐지했다. 시장조사 업체 ‘로 모션’의 자료에 따르면 보조금이 사라진 직후인 지난해 10월 북미 전기차 판매량은 2024년 10월보다 41%나 급감한 10만 370대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포함) 판매량이 23% 증가한 전 세계 시장 흐름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에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 포드·GM·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기업 경영진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제조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를 규정한 기업평균연비제(CAFE)를 완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2031년형 신차의 평균 연비 목표를 기존 1갤런(약 3.78ℓ)당 50마일에서 34.5마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자동차 제조사에 내연기관차 연비 개선과 하이브리드·전기차 생산 확대를 유도하려고 도입한 기존 규제를 뒤집은 명령이었다. CAFE 기준이 낮으면 낮을수록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게 유리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탄압 정책이 미국 완성차 업체에 반드시 이득이 된 것도 아니다. 미국의 최대 완성차 회사인 GM의 경우는 지난해 11월 14일 전기차 생산 능력을 조정한 결과 총 16억 달러(약 2조 4000억 원)의 비용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된다고 공시했다. GM은 그러면서 그 이후에도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포드의 ESS 사업 진출 구상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행정명령 서명 직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포드 CEO는 행사장에서 “상식과 경제성의 승리”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본업은 지난해 순손실, 中비야디에 판매량 추월...“1년간 대규모 에너지 계약 5건은 체결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현지 시간) 미국 자동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 모아 놓고 자동차 제조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를 규정한 기업평균연비제(CAFE) 완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세 번째에서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있는 이가 포드의 짐 팔리 CEO다. AP연합뉴스
포드가 AI 인프라와 연계되는 ESS 사업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본업의 성장성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전기차용으로 투입한 포드의 막대한 배터리 시설 투자 역시 사업 전환만으로 그렇게 쉽게 상쇄되지 않고 있다. 실제 포드는 전기차 사업과 관련한 회계상 자산 감액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이 역대 최대인 111억 달러(약 16조 6000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포드의 순손실은 82억 달러(약 12조 3000억 원)에 이르렀다.
포드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약 20억 달러(약 3조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했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지출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알루미늄 공급 업체 노벨리스의 미국 뉴욕주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탓에 알루미늄을 수입품으로 대체 조달하면서 관세 부담을 크게 떠안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경감 정책의 적용 시기를 갑작스럽게 변경하면서 9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의 추가 비용도 발생했다. 포드는 또 전기차 사업 부문의 경우 2029년까지 적자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포드는 세계 시장에서도 자동차 판매량에서 사상 최초로 중국 비야디(BYD)에 추월당했다. 포드의 지난해 판매량은 2024년 447만 대보다 7만 5000대 줄어든 439만 5000대에 그친 반면, BYD는 이 기간 427만 대에서 460만 대로 33만 대를 더 늘렸다. 이로써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 순위에서 BYD는 6위, 포드는 7위로 자리를 맞바꿨다.
그나마 올해의 경우는 자동차 사업의 수익성이 꽤 나아질 전망이지만, 그렇다고 주가가 한 달도 안 돼 30% 이상 오를 수준은 아니다. 지난 2월 10일 포드는 올해 연간 EBIT 전망치를 80억~100억 달러(약 12조~15조 원)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68억 달러보다는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1분기에는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0.66달러를 기록해 전문가 전망치인 0.19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433억 달러에 이르렀다. 포드는 올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 관세 무효 판결로 약 13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 규모의 관세도 되돌려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포드의 단기 주가 흐름은 결국 자동차 쪽 실적보다는 새로운 ESS 사업 성과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어느 정도 예상하는 기존 사업보다는 신사업에 대한 기대에 주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달 13일 BNP파리바의 제임스 피카리엘로 애널리스트도 “배터리 셀 과잉 생산 시설의 진정한 재활용에 해당한다”라면서도 “프랑스전력공사와 맺은 것과 같은 규모의 계약을 1년 동안 5건은 체결해야 사업 전망이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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