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로 부상한 중국의 진짜 경쟁력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작성자 정보
- 김프로 작성
- 작성일
본문
하드웨어 뒤에 숨은 문명의 힘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드웨어 뒤에 숨은 문명의 힘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반세기도 채 되지 않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배경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흔히 중국공산당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 거대한 인구와 저임금 노동력, 그리고 글로벌 자본의 결합이라는 ‘하드웨어적 요인’을 꼽습니다. 물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농촌 인구의 급격한 산업화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발판 삼은 수출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장악은 중국 성장의 핵심 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도식적 설명만으로는 대륙 전역에서 폭발하듯 작동한 역동적 시장경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서구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반복해 온 ‘중국 붕괴론’이 번번이 빗나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중국을 지탱하고 밀어 올린 진짜 힘, 즉 중국 특유의 사상과 문명이라는 소프트웨어(software)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서구 문명의 뿌리가 개인주의적 헬레니즘과 종교적 헤브라이즘에 있다면, 중국을 지탱하는 뼈대는 수천 년간 축적된 유가(儒家)·도가(道家)·법가(法家) 사상입니다. 이 사상적 토양 위에서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중앙집권적 공동체주의와 철저한 현실주의 문명이 꽃을 피웠습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단순한 정책 전환이 아니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이종(異種) 결합’이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정신적 기반이 바로 유교적 실용주의, 즉 ‘실사구시(實事求是)’였습니다.
여기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역사적 서사(敍事)가 강력한 추동력을 발휘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독자적 모델을 탄생시켰습니다.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근대 백 년의 굴욕을 역사의 일시적 후퇴로 규정했습니다.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복귀하겠다는 집단적 의지는 국가와 기업, 개인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동했습니다. 중국의 부상은 단순한 경제 성장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명 복원 프로젝트인 것입니다.
중국문명의 농경 DNA
중국 문명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는 단연 유교입니다. 공맹사상(孔孟思想)은 국가 통치 이념이자 철저한 일상 윤리로 기능해왔습니다. 여기에 제도적 구속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노장(老長) 사상이 결합해 대륙 특유의 유연성을 낳았습니다.
이러한 중국인의 기질을 결정지은 근원적 요인은 환경입니다. 수천 년간 지속된 거대한 농경사회에서 대규모 치수(治水) 사업과 대농(大農)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황제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권력과 가족·마을 중심의 집단주의적 노동 체제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가치관이 깊게 뿌리내렸고, 이는 대륙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문화적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유교의 사회적 책임, 도교의 유연함, 불교의 내면적 자비가 농경사회라는 용광로 속에서 버무려지며 중국 특유의 문명적 DNA가 완성됐습니다.
중국기업인은 비즈니스를 ‘전쟁’으로 인식한다
중국 기업인들이 비즈니스를 대하는 태도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은 비즈니스를 곧 ‘전쟁’으로 인식합니다. 전쟁이 인간의 삶과 미래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냉혹한 현실이듯, 시장 경쟁 역시 사생결단의 전장(戰場)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들은 역사 속 전장에서 축적된 지혜와 전략을 기업 경영에 적용하여 써먹습니다.
중국인들은 인간관계와 리더십의 본질을 배울 때는 ‘논어’, 권력의 본질과 다양한 인간군상의 성공과 실패를 배울 때는 ‘사기’를 펼칩니다.
중국 경영인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손자병법’에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불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 ‘적을 속여도 괜찮다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 ‘먼저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운다 (선승후전(先勝後戰)’의 전략은 오늘날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단기간에 포식자로 떠오른 정신적 뼈대입니다.
한국의 미래: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도약한 기적의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의 문턱에서 정체를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외부의 지식과 제도를 빠르게 흡수해 개선하는 ‘빠른 추적자(Fast Follower)’ 전략에 독보적인 강점을 보여왔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절박한 과제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선도자(First Mover)’로 체질을 바꾸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의 젊은이들은 한국을 배우는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 국가의 문화나 문명이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보편적 공감을 얻었던 사례는 19세기 영국과 프랑스, 20세기 미국과 일본 정도에 불과합니다. 문화적 굴기(崛起)란, 그 나라의 구성원들이 다른 국가의 사람들보다 삶을 더 깊이 고뇌하고 사유하며 지적 데이터를 생산해 낼 수 있음을 증명할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최근 K무비, K드라마, K팝이 글로벌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공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세계인을 설득할 수 있는 독창적인 해석 능력과 지적 생산 능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전통 사상과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을 결합해 독자적 모델을 구축했듯, 한국 역시 우리 고유의 사유와 철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정신과 표준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는 향후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생존 전략입니다.
미국 중심의 압박 속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중국의 G2 부상은 우리에게 거대한 위협인 동시에 명확한 힌트를 줍니다. 그들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확립한 탄탄한 유교 문명과 철학, 생존 과정에서 축적한 방대한 지적 데이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도 이제 ‘우리만의 지적 데이터와 철학’이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독자 문의 : [email protected]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