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큐레이션] 아! 난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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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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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가까이 버티던 닌텐도 "항복" 한국닌텐도가 8일 닌텐도 스위치 본체 희망소비자가격을 일제히 올린다고 밝혔다. 오는 25일부터 닌텐도 스위치 OLED 모델은 41만5000원에서 46만5000원으로 5만원 오르며 일반 모델도 36만원에서 41만원으로 같은 폭이, 휴대 전용 라이트는 24만9800원에서 27만9800원으로 3만원이 인상된다. 차세대 콘솔인 닌텐도 스위치 2의 경우 9월부터 가격이 변경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폭과 일정은 추후 공지된다. 기기값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멀티플레이용 구독 서비스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도 7월 1일부로 가격이 조정된다. 개인 플랜 12개월권은 1만9900원에서 2만4900원, 패밀리 플랜 12개월권은 3만7900원에서 4만7900원으로 오른다. 추가 콘텐츠 이용권인 NSO+추가 팩까지 포함하면 게이머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전방위로 늘어나는 셈이다. 한국닌텐도는 "다양한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향후 글로벌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한국 내 닌텐도 스위치 본체 희망소비자가격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칩플레이션가격 인상을 두고 표면적으로는 사업성 검토라는 표현을 썼지만 업계가 지목하는 진짜 원인은 칩플레이션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칩플레이션은 반도체 품귀로 인한 가격 상승이 완성품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현상을 말한다. 인공지능 서버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와 고용량 제품 생산 라인에 자원을 몰아주는 동안 소비자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은 줄어들었다. 게임기처럼 메모리를 핵심 부품으로 쓰는 제품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니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당장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5월 1일자로 플레이스테이션5 일반형 가격을 74만8000원에서 94만8000원으로 20만원, 약 27퍼센트 올렸다. 디스크 드라이브가 빠진 디지털 에디션은 59만8000원에서 85만8000원으로 26만원이 뛰었고 인상률은 43퍼센트에 달했다. 성능 개선판인 프로 모델도 111만8000원에서 129만8000원으로 약 16퍼센트 올랐다. PS5는 출시 이후 세 차례나 가격이 인상된 사례로 남게 됐다. 밸브가 올해 출시 예정이던 게이밍 PC 스팀 머신의 가격과 일정을 확정하는 것도 맥락에서 읽힌다. 시장 추정치였던 800달러 1억1800만원 수준에서 1000달러 약 1억4700만원를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콘솔과 PC를 가리지 않고 게이밍 하드웨어 전반이 원가 압박을 받고 있다는 신호가 요란하다. 아! 닌텐도! 닌텐도 스위치 일반 모델은 2017년 3월 출시 이후 9년 가까이 한국 내 가격을 유지해온 제품이다. 그동안 환율이 출렁이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닥쳤을 때도 가격표를 손대지 않았던 닌텐도가 이번에는 전 라인업을 동시에 조정하기로 했다. 스위치가 가진 게임 업계의 위상을 고려하면 씁쓸한 일이다. 스위치는 2017년 3월 3일 전 세계 동시 발매됐고 출시가는 299달러였다. 함께 발매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평단의 극찬을 받으면서 본체 수요는 수개월간 공급을 초과했다. 기기 자체의 콘셉트도 명료했다. 조이콘을 본체에서 떼고 도크에 꽂으면 TV로 즐길 수 있다는 단일 메시지가 전작 Wii U의 모호한 포지셔닝을 단숨에 지워냈다.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시스템온칩 파트너 교체였다. 닌텐도는 게임큐브 이래 IBM과 AMD 조합을 써왔으나 스위치에서는 엔비디아의 모바일 프로세서 테그라 X1을 채택했다. 휴대 모드의 전력 효율과 거치 모드의 1080p 출력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하이브리드 콘셉트에 부합하는 선택지였다. 테그라 X1의 내부 구조는 흥미롭다. 2015년 발표된 이 칩은 ARM Cortex-A57 4코어와 Cortex-A53 4코어로 구성된 두 개의 CPU 클러스터를 갖췄지만 스위치는 8개 코어 중 64비트 Cortex-A57 4개만 활성화했고 그중 1개는 시스템 운영체제 전용으로 예약했다. 게임 개발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CPU는 3코어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GPU도 모드에 따라 동적으로 작동했다. 맥스웰 기반 256개 CUDA 코어로 구성된 GPU는 도크 모드에서 768메가헤르츠로 393기가플롭스를 내며 1080p까지 출력했고 휴대 모드에서는 307메가헤르츠로 떨어져 720p 내장 화면에 맞춰졌다. 게임이 모드 전환에 따라 해상도와 성능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이 구조는 휴대성과 거치성의 동시 추구라는 닌텐도식 설계 철학을 그대로 구현한 결과물이었다. 특이점도 따라붙었다. 테그라 X1의 부트롬은 출하 후 수정이 불가능한 영역이라 'Fusée Gelée'라는 이름의 결함이 발견됐을 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는 막을 수 없었다. 해커들에게 모더의 성지가 된 셈이다. 닌텐도는 결국 2019년 8월 16나노미터 공정의 테그라 X1+ SoC를 탑재한 HAC-001(-01) 모델을 내놓으면서 보안 결함을 차단했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4.5시간에서 9시간으로 늘렸다. 같은 해 9월에는 휴대 전용 라이트, 2021년 10월에는 OLED 모델이 추가되며 라인업 분기가 완성됐다. 8년 만에 등장한 후속기 닌텐도 스위치 2는 같은 콘셉트를 계승하면서도 내부 실리콘은 완전히 다른 세대로 갈아엎었다. 2025년 6월 5일 출시된 스위치 2의 심장은 엔비디아가 닌텐도 전용으로 설계한 T239 프로세서다. 8개의 ARM Cortex-A78C 코어와 1536개 CUDA 코어를 탑재한 GPU 그리고 LPDDR5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갖춘 세미커스텀 칩이다. GPU 아키텍처는 더 흥미로운 구성이다. 암페어 기반 GPU에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옵티컬 플로 가속기를 백포트한 형태로 전용 RT 코어와 텐서 코어를 갖췄다.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과 DLSS 업스케일링을 하드웨어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스위치 2가 기존 스위치 대비 10배 향상된 그래픽 성능을 낸다고 밝혔다. 거치 모드에서는 4K, 휴대 모드에서는 1080p 120프레임까지 출력 가능하다. 램은 12기가바이트 LPDDR5X로 거치 시 102기가바이트퍼세컨드의 대역폭을 낸다. 256기가바이트 UFS 내장 스토리지와 microSD Express 카드를 통한 최대 2테라바이트 확장도 지원한다. 다만 시스템 프로세스용으로 CPU 2코어와 RAM 3기가바이트가 예약돼 있어 첫 스위치보다 시스템 점유 비중이 커졌다는 점은 개발자가 다뤄야 할 변수다. 판매 성적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4일 만에 전 세계 350만 대를 팔아치워 닌텐도 역사상 최단기간 베스트셀러 콘솔에 등극했다. 일본에서만 4일간 94만7931대가 팔렸고 첫 스위치의 일본 출시 4일 32만9152대를 가뿐히 넘겼다. 6월 30일 기준 580만 대, 7월 말 600만 대를 돌파했다. 다만 그 이후의 흐름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사장은 2월 실적 발표에서 누적 판매 1700만 대 돌파 소식과 함께 "해외 판매가 기대보다 약했다"고 인정했다. 블룸버그는 닌텐도가 미국 수요 부진을 반영해 분기 생산을 600만 대에서 400만 대로 30퍼센트 이상 줄였다고 보도했다. 출시 초반의 폭발력이 시장 전반의 수요로 이어지지 않은 흐름이 가격 인상이라는 결정으로 연결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격 인상의 행간 닌텐도 스위치의 역사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9년 동안 가격이 거의 고정돼 있던 플랫폼이었고 슈퍼마리오, 포켓몬, 젤다의 전설 같은 거대 IP를 대중에게 일관되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히트작 포켓몬 포코피아 출시와 가정의 달 수요까지 겹치며 국내 주요 매장과 온라인 공식 판매처에서는 닌텐도 매진 사태가 속출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시장에 던지는 행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AI 산업의 전력 질주가 게임 산업의 원가 구조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라는 공통 부품을 두고 AI 서버와 게임기가 경쟁하는 구도에서 후자가 밀리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닌텐도라는 회사의 가격 정책 자체가 변곡점을 맞았다는 점이다. 9년간 동결됐던 가격표가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9월로 예고된 닌텐도 스위치 2의 인상 폭이 어디까지 갈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사실 콘솔 산업의 가격 책정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그 회사의 기술 선택과 시장 판단이 누적된 결과다. 게임큐브 이후 IBM과 AMD를 떠나 엔비디아와 손잡고 두 세대를 함께 만들어온 닌텐도의 궤적이 이번 가격 인상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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