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는 시작일 뿐"… 한국 GDP 추월한 대만, 그 뒤에 숨은 '강소기업' 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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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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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경제의 최근 성장세가 눈부시다. 1인당 GDP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한 대만은 이제 단순한 IT 강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성과를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독주 덕분으로 치부하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만의 재평가는 단순히 기업 하나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이은호 전 주타이베이 한국 대표부 대사는 대만이 "소 잃고 외양간을 가장 잘 고치는 나라"라고 정의하며 국가적 위기 때마다 시스템을 철저히 개조해온 대만 특유의 저력에 주목했다. 대만 경제의 심장은 반도체이지만 그 생태계는 TSMC라는 거대 기업 혼자 지탱하는 구조가 아니다. TSMC는 칩을 제조할 뿐 이를 바탕으로 PC, 서버, 데이터 센터라는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수많은 대만의 중소·중견 기업들이다. 특히 TSMC가 스스로 설계를 하지 않는 '퓨어 플레이' 원칙을 고수한 덕분에 미디어텍, 리얼텍과 같은 세계적인 팹리스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현재 세계 20대 팹리스 기업 중 대만 기업이 6개나 포함되어 국가 순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비결은 바로 이 탄탄한 전후방 생태계의 결합에 있다. 대만은 단순히 칩을 찍어내는 공장을 넘어 설계부터 후공정, 부품 및 소재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산업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대만의 이러한 성공 뒤에는 위기 때마다 단행된 파격적인 규제 혁파와 제도적 결단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대만은 제조업의 급격한 중국 이전과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이를 방치하지 않고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민감한 이슈들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2001년에는 금산분리 원칙을 사실상 해제해 민간 금융기관이 비금융 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게 함으로써 자본 조달력을 획기적으로 키웠다. 또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50%에 달했던 상속 및 증여세를 한때 10%까지 낮추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부자에 대한 시기심보다는 그들의 자산이 국내에 남아 사회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대만의 부호들은 자신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기증하거나 젊은 음악가들에게 고가의 악기를 무료로 대여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대만의 저력은 재난 대응 시스템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2024년 4월 발생한 대규모 지진 당시, 대만은 25년 전인 1999년 지진 때와는 판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거 수천 명의 희생자를 냈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내진 설계를 철저히 강화하고 사후 관리를 지킨 결과 건물이 무너져 사망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완벽한 복구력을 과시했다. 지진 발생 1분 만에 진동이 멈추자마자 사람들이 아무런 동요 없이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모습은 대만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경제든 안전이든 문제가 생기면 숨기기보다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 고쳐 나가는 '외양간 고치기' 전략이 대만을 다시 일으킨 원동력이 된 셈이다. 이은호 (전) 주타이베이 대표  한국이 대만으로부터 배워야 할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전문가를 존중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문화다. TSMC의 설립자 모리스 창은 정권이 여러 번 바뀌는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현직에서 국가 반도체 전략을 진두지휘했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장이 수시로 바뀌고 전 정권의 핵심 정책을 뒤엎는 일이 잦은 한국의 정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대만은 60년대의 수출 지향형 제조업 기반과 70년대의 첨단 기술 기반 성장 모델을 수십 년간 끈기 있게 밀어붙였다. 심지어 대만 공업기술연구원(ITRI) 기념관에는 한국의 KIST를 벤치마킹했다는 사실을 명시할 정도로 타국의 장점을 흡수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물론 대만 역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쏠린 경제 구조는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대만인들은 조선, 자동차, 방산 등 한국이 보유한 다변화된 산업 포트폴리오를 부러워하며, 물리적 제조에 결합된 AI인 '피지컬 AI'를 적용할 영역이 한국에 더 많다고 평가한다. 결국 한국이 대만의 유연한 생태계 육성 방식과 전문가 중심의 장기적 정책 추진 문화를 우리만의 강력한 산업 인프라와 결합한다면, 대만과의 건전한 경쟁 속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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