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전 10기 분량 '태양광, 안전장치 미비…"시한폭탄 달린 셈"
작성자 정보
- 김프로 작성
- 작성일
본문
제미나이
최소 15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계통안정기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4GW급 최신 원전 10기 분량에 맞먹는 규모의 '시한폭탄'이 전력망에 달려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주말을 전력 계통의 취약성이 극대화되는 최대 고비로 보고 비상 대비에 나섰다.
기우제와 출력제어로 버텨
15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이번 주말 한낮 태양광 발전량이 정점에 달하는 것과 달리 전력 수요는 급감하면서 약 7~8GW의 전력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관측된다. 태양광이 전체 발전 설비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전원으로 부상하면서, 전력 소비가 적은 봄철 경부하기마다 이 같은 계통 불안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모습이다. 맑은 날씨로 태양광 발전량은 급증하는 반면 나들이 인파가 늘며 산업용·가정용 수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출력제어를 통해 전력 수급 불균형을 가까스로 관리하고 있지만 대응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주말마다 비가 내린 덕에 위기를 넘겼으나, 이번 주말은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예보됐다. 정부 관계자는 “기온이 높게 유지되는 만큼 에어컨 가동에 따른 전력 소비가 늘어나 수급 격차를 상쇄해주길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력당국이 경부하기에 비상 모드를 가동하는 근본 원인은 ‘계통 관성’ 저하다. 적은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원전 등 회전력을 공급하는 전통 발전기의 가동도 줄여야 한다. 이로 인해 전력망의 ‘충격 흡수제’ 역할을 하는 관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기초 체력이 약해진 전력망은 작은 고장만 발생해도 전압과 주파수가 손쓸 새 없이 요동치게 된다.
특히 저전압 연속운전 성능(LVRT) 등 계통연계 유지기능이 없는 노후 태양광 인버터가 문제다. 사고 여파로 전압이 일시적으로 출렁일 때, 회전체와 달리 관성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들 설비는 이를 ‘심각한 고장’으로 오인해 일제히 망에서 이탈한다. 이는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원전 수십 기 분량의 발전량이 순식간에 증발하는 충격을 준다. 지난해 스페인 대정전이 발생한 이유다.
'도미노 탈락' 우려에도 "현장서 저항"
국내 태양광 설비 상당수는 이런 충격에 무방비다. 2022년 말부터 인버터 시험성적서 제출을 의무화했으나 기존 설비에 대한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버터 표준의 적용 대상을 넓히고 유지 시간도 늘리고 있지만, 이미 깔린 노후 설비 관리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총 32.1GW의 누적 용량 중 2022년 하반기 이후 설치된 설비는 약 10GW에 불과하다. 나머지 20GW 이상의 설비는 안전 기준 강화 이전에 구축돼 전력망 사고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전력이 대당 40만원 가량을 지원해 성능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출력제어를 우려한 사업자들의 반발로 현장 적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소규모 설비일수록 관리는 더 어렵다. 1000킬로와트(kW) 미만 설비는 18만 1000기로 전체 용량의 80%(25.5GW)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100kW 미만 소규모 설비는 15만1300기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한 전력당국 관계자는 “성능 개선을 위해 방문해도 ‘발전기를 마음대로 출력제어하려는 것 아니냐’며 문전박대당하기 일쑤”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현재 한전의 성능 개선이 완료된 용량은 4.3GW 수준에 머물러 있다. 15GW 이상의 설비가 여전히 계통연계 기능이 없는 노후 상태로 방치된 셈이다. 대형 발전소와 달리 소규모 태양광은 정교한 페널티 체계가 없어 출력제어나 계통 기여를 강제하기도 어렵다. 전력당국이 2년 전 출력제어 대상을 90kW까지 확대했으나, 이 미만 설비는 대상에서 제외될뿐더러 기존 설비 소급 적용도 안 된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준중앙제도를 도입해 소규모 태양광의 자발적인 성능 개선을 유도 중이다. 준중앙제도는 제각각 운영되던 소규모 태양광을 가상발전소(VPP)로 통합해 대형 발전소처럼 실시간 제어와 관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관리 체계다.
VPP에 참여해 수익을 얻으려면 계통 안정화 성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점을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조상민 한국공학대 교수는 “소규모 사업자가 VPP에 참여할 때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 자발적인 계통 기여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