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 고공행진…범인은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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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의 경제 지평: 갈라진 세계를 넘어 ⑤
지난 6월8일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1530원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2026년 6월19일 현재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한국은행 매매기준율 자료 기준으로 1달러당 1523원이다. 연초 원화의 환율은 1달러당 1435원이었는데 이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보통 환율의 급등은 달러가 부족함을 의미하는데, 올해 반도체산업 주도로 역대급으로 수출이 증가해 경상수지 흑자가 커졌기 때문에 최근의 원화 약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4월까지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약 1027억 달러로 급등했지만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때와 비슷한 1500원대를 넘어섰다. 5월 이후에도 경상수지가 계속 증가했지만, 6월6일 야간거래에서는 1562원까지 급등했고, 매매기준율 기준으로 6월9일에는 1547원을 기록했다. 과연 최근의 이러한 환율 상승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해외 주식 투자와 대외채권국
먼저 환율의 변화는 여러 복잡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쳐서 그 예측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나 유동성 증가율, 경제성장률 등과 함께 엔화의 변동이나 투자자들의 환율변화에 대한 기대, 외환 수급 등 원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매우 많다. 작년 말 일각에서는 한국의 광의통화(M2) 증가율이 미국보다 높아서 환율이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국제기준의 ‘엠2’ 증가율이 높지 않았고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낮다고 반박했고,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는 서학개미 같은 개인의 미국 주식투자 증가가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아래 그림이 보여주듯 2023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동시에 실질환율이 상승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이 한국경제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2014년 외국에 가진 자산이 빚보다 많은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한 이후 대외 자산의 중심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인 준비자산에서 해외주식 등 민간부문의 자산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과거에는 경상수지 흑자의 상당 부분이 준비자산 증가로 이어졌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 형태로 자본이 순유출됐다. 따라서 2015년까지는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면 실질환율이 떨어졌지만, 그 이후에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실질환율이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2023년 2분기 이후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가파르게 확대됐지만, 실질환율 상승세가 더욱 빨라졌다. 이제 한국경제도 다른 선진국과 같이 민간 중심의 해외자산 운용이 증가해 환율에 한국인들의 해외투자가 중요해지고 경상수지와 환율 사이의 조정 메커니즘이 약화된 것이다.
한국의 경상수지와 실질환율 추이
실제로 2025년 한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약 1403억 달러로 2024년 670억 달러의 2배를 넘었다. 해외투자에 기초한 투자소득수지도 2011년 이후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경상수지 내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외 투자수익률이 국내 투자수익률보다 높아지면서, 해외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그 소득의 중요성이 커지는 등 과거 일본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이 6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해외투자가 평균 수준 대비 약 3% 높아지면 외환수요로 인해 달러 환율이 약 0.7% 상승한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주식에 장기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정책을 실시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물론 해외의 배당과 이자 수익 등 투자소득이 증가하면 달러 환율에 하락 압력을 주지만, 그것이 해외에 재투자된다면 그 효과가 약화된다. 한국은행은 근본적으로 환율상승 압력을 낮추려면 국내 생산성과 투자수익률을 높여 해외투자 확대의 유인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구조적인 환율 안정은 외환시장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투자소득의 환류 기반 확충과 국내 성장잠재력 제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디램 달러와 외국인 투자자
그러나 올해 한국의 환율 상승은 아무래도 과도해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이며 2월 이후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5월28일 파이낸셜타임스 기사는 이러한 현상을 수수께끼와 같다고 보도했다. 연초 이후 한국의 원화는 달러 대비 약 4% 떨어졌는데, 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큰 하락폭이었다.
연초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달러 대비 환율 변화
기사는 그 원인으로 최근 외환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친 두 가지 요인을 지적했다. 첫째는 반도체 등 막대한 수출실적을 올린 한국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환전하고 있지 않는 현실이다. 반도체나 자동차 등 국내의 대표적 수출대기업은 이미 해외매출 비중이 절대적이고 해외생산 비중이 높다. 또 설비투자나 재료 조달도 달러로 운영하고 있어서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해외에서 다시 쓰는 경우가 많아 굳이 국내 현물환시장에서 환전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해 저명한 해외의 한 연구자는 한국 반도체기업의 달러 보유를 산유국의 페트로달러에 비유해 ‘디램달러’(DRam dollars)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또한 환율 변동에 대비한 한국 기업들의 외화예금도 최근 크게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6월11일 약 544억 달러로, 3월 말 약 462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주요 수출기업과 간담회를 열어 수출대금의 환전과 해외유보자금의 국내유입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최근 국내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요인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매각과 그 대금의 해외유출이다. 아래 표가 보여주듯, 한국은행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지난 5월 318억 달러를 포함해 올해 들어 5월까지 무려 778억 달러의 주식투자자금을 순유출했다고 밝혔다. 코스피 주가지수는 연초 이후 6월19일까지 약 2배 높아졌는데, 그 과정에서 외국인은 국내주식을 약 110조 원 넘게 팔았고 그 자금이 해외로 유출된 것이다. 흔히 이야기되듯이 이는 외국인의 리밸런싱과 차익실현 매도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국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 등을 기준으로 한국 주식을 전체 자산에서 일정 비율 보유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 주식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그 비율이 목표치를 웃돌자,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국 주식을 매각한 것이다.
최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변화
코스피지수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변화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논란
특히 이러한 외국인 투자자의 리밸런싱이 국민연금의 투자전략 변화로 가속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월12일 블룸버그의 보도를 보면,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유예해 코스피 수익률을 높였지만 변동성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하지 않아 주가가 더 큰 상승압력을 받았고, 외국인들의 리밸런싱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자산에서 국내주식 보유비중이 주가 급등으로 3월 말 약 21%, 5월26일 27.2%, 그리고 6월19일 약 30%까지 높아졌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5월28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내주식의 목표비중을 기존의 14.9%에서 20.8%로,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를 3% 포인트에서 6% 포인트로 상향했다. 국민연금의 주식 매각이 주식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목표비중과 허용범위를 높였던 것이다. 또한 지난 1월에는 국내주식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이탈 시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6월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전술적 자산배분 허용범위를 포함한 상한선 28.8%를 초과해, 7월부터는 국내주식을 매각하는 리밸런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바클레이즈의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의 올해 1분기 국내주식 수익률은 약 22%로 매우 높았지만, 원래 목표비중을 따라 리밸런싱을 했다면 약 130조 원을 매각해 주가가 덜 상승했을 것이고 수익률도 약 11%가 되었을 것이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리밸런싱과 자금의 해외순유출 규모가 줄어 환율 상승의 압력도 낮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인과관계가 약하고 환율에는 국내와 해외의 거시경제상황 등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했다고 해도 그 매각자금을 해외에 투자했다면 마찬가지로 환율이 상승하는 압력을 가져다주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연금이 환헤지 한도를 15%로 높였고 한국은행과 650억 달러 규모의 외환스왑 거래도 연장했음을 고려하면, 그러한 압력이 약간은 제한적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이 원래 목표비중대로 국내주식을 팔고 국채를 더 매입했다면 환율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시장금리 상승의 부담을 낮출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국민연금이 기존 원칙을 변화시켜 국내주식 보유 비중을 높인 것이 최근 환율상승의 한 배경이었고, 이는 주가를 띄우기 위한 정치적 고려와 관련 있지 않았는가란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수익률을 제고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지지해 미래세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국민연금의 투자전략 변화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만, 이러한 비판에 대해 정부와 국민연금이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대신 불안정성을 증폭하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여러 분석가들은 현재 펀더멘털에 비해 원화의 환율이 너무 높고, 한국은행의 금리인상도 있을 것이므로 점진적으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달러당 1500원이 넘는 높은 환율이 일종의 뉴노멀이 된 현실은 많은 시민들에게 어려움을 던져주고 있다. 높은 환율은 수출 대기업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입품 가격을 높여서 물가를 상승시키고 실질소득에 악영향을 미쳐 내수를 정체시키는 효과가 있다. 고환율이 한국경제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하면 구조적인 원화 약세를 막기 위해 깊은 논의와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이강국의 경제 지평: 갈라진 세계를 넘어 연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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