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불발…18년째 MSCI가 ‘빨간펜’ 그은 단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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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MSCI 선진지수 관찰대상국 등재 불발핵심은 ‘역외 원화거래’…당국 “9월부터 본격 개선”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원화는 역외에서 실물 인도(delivery)가 불가능하다."
23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 증시의 선진국(DM) 지수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를 또 한 번 보류하며 내놓은 핵심 사유다. MSCI는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에서 한국을 신흥국(EM) 지수에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낯설지 않다. 12년 전인 2014년, MSCI가 한국을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들었던 이유도 '원화 환전의 어려움'이었다. 한국이 처음 후보 명단에 올랐던 2008년 평가에서도 원화 환전 제약은 주된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첫 후보 등재 이후 18년이 흘렀고 정부가 8대 분야 39개 과제를 담은 개선 로드맵을 추진했는데도, MSCI의 핵심 지적 사항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23일(현지시간) 한국 증시의 선진국(DM) 지수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를 보류했다.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구조적 한계 '역외 원화'…유동성도 새 숙제
MSCI 측은 이번 결과를 두고 "오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 금융당국이 발표한 조치들을 인정한다"면서도 "투자자들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과거 평가 결과와 비교하면 동일한 한계가 반복적으로 지목되는 양상이다. 2008년 관찰대상국 첫 등재 당시 MSCI는 원화 환전 제약, 거래·결제 제도의 한계, 정보 접근성 문제를 지적하며 역외 원화 시장 개설과 외국인 투자등록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2014년 관찰대상국 탈락 사유 역시 원화 환전의 어려움과 거래소 데이터 활용 제한이었다. 올해 평가에서도 원화 역외 실물 인도 불가, 연장 시간대 외환시장 유동성 부족 등이 핵심 사유로 지목됐다. 18년 동안 세부 표현만 달라졌을 뿐, MSCI가 짚은 핵심 과제는 줄곧 '역외 원화'였다.
역외 원화란 한국 밖에서 거래·결제되는 원화를 말한다. 달러나 엔화 등 주요 통화는 해외 어디서나 실물을 주고받으며 결제를 마칠 수 있다. 반면 원화는 한국 밖에서 실물 인도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외 투자자는 역외에서 실제 원화를 주고받는 대신,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방식으로 거래해 왔다. 글로벌 인덱스펀드가 한국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팔려면 그만큼의 원화를 해외에서 즉시 환전·결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원화는 그게 어렵다는 것이 MSCI의 입장이다.
역외 원화 제약이 굳어진 배경에는 1997년 외환위기라는 역사적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부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원화의 역외 유출입을 엄격히 관리해 왔다. 현재도 한국 외환시장은 원·달러 현물환 결제를 역내(onshore) 시장에서만 허용한다. 자본 유출입 통제와 글로벌 시장의 개방 요구가 상충하는 지점이 바로 '역외 원화' 결제인 셈이다.
이에 더해 이번 평가에서는 유동성 문제도 새롭게 지적됐다. MSCI는 연장 시간대 역내 외환시장의 유동성이 선진 시장 대비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을 "더욱 우려스러운(Even more concerning)" 사안으로 언급했다. 실제 이달 원·달러 현물환 연장 시간(오후 3시30분~다음 날 새벽 2시)의 일평균 거래량은 36억 달러로, 전체 거래량의 20% 수준에 그쳤다. 거래 시간은 확대됐으나 실제 유동성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가 10% 가까이 급락해 8200선에서 장을 마감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당국 "서두르지 않는다"…다음 시험대는 9월 '결제망 안착'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오후 3시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연장했고, 다음 달 6일부터는 원·달러 거래를 24시간 무중단 체제로 전환한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직접 원화를 운용하도록 하는 '역외 원화 결제망'은 올해 9월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1월 정식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3월 공매도 전면 재개 등의 조치를 반영해, MSCI는 이번 리뷰에서 한국 증시의 투자상품 가용성 평가를 기존 '개선 필요(마이너스)'에서 '양호(플러스)'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요 평가 항목이 개선되지 않은 배경에는 MSCI의 평가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 MSCI는 제도 도입 계획 자체보다 해외 투자자가 실제 거래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를 중시한다. 최지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MSCI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개혁이 완전히 시행됐으며 시장 참여자들이 변화의 효과를 충분히 평가할 시간이 주어졌을 때 재분류 협의를 시작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며 "관찰대상국 등재는 시장이 제도 변화를 충분히 수용하고 안착시킨 이후에 가시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향후 관찰대상국 진입 여부는 하반기에 시행될 외환시장 인프라 개선 조치의 실효성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MSCI의 시장 접근성 평가는 매년 1분기에 진행되기 때문에, 내년 관찰대상국 등재 여부는 올해 9월 시범 운영되는 역외 원화 결제망의 안정적 가동 여부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해당 결제망이 도입되면 한국은행 결제망(BOK-Wire)을 통해 역외에서도 24시간 원화 결제가 가능해진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는 "그간 한국 정부의 외환·자본시장 선진화 노력과 성과에 대해 MSCI도 인지하고 있으나, 일부 과제의 경우 제도개선이 아직 진행 중이고, 완료과제의 경우에도 그 효과를 시장에서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금년에는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편입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의 필요와 일정에 따라 외환·자본시장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나간다면 MSCI 선진지수에도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외 주요 투자자와의 정례 소통 채널을 신속히 가동해 개선 과제의 실제 활용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피드백을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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