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철도 회생전력... "국가 자원화 제도개선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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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철도 전기요금 합리화' 토론회 개최... 김정호 의원, 한전·기후부에 "시대역행 시 개혁 대상" 경고
[고창남 기자]
▲ 기념촬영 ‘탄소중립의 시대 친환경 철도 전기요금 제도개선 합리화’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는 참가자들
ⓒ 고창남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가장 친환경적인 대중교통수단으로 꼽히는 철도가 정작 국내에서는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와 가혹한 규제에 가로막혀 신음하고 있다. 열차가 멈출 때 스스로 만들어내는 '회생전력'의 상당량을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 전력망으로 돌려보내고 있음에도 단 1원의 보상이나 상계처리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과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철도 회생전력이란 전동차나 고속열차가 감속하거나 제동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회수하는 전력을 말한다.
2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복기왕·김정호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개최된 '탄소중립의 시대 친환경 철도 전기요금 제도개선 합리화' 정책토론회에서는 한전의 단일 전력 판매 시장 구조와 구시대적인 계량 방식이 국가적 에너지 낭비와 철도 경영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먼저 이날 세미나에서 환영사에 나선 김정호 의원(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을)은 "회생전력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다 보니 귀중한 에너지가 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레일이 발전 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인정도 안 해주고, 우리나라만 유독 양방향 계측 계량기를 제한해 직접 거래를 막고 있습니다. 뻔히 보이는 제동 회생전력을 버리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김정호 환영사를 하는 김정호 의원
ⓒ 고창남
김 의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11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올해 2026년 2월에는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유관 부처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해당 법안들은 상정만 되었을 뿐 여전히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공동 주최자인 복기왕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시갑)은 개회사를 통해 철도가 단순한 과거의 교통수단을 넘어 국토 균형 발전과 탄소중립을 견인하는 미래 대동맥임을 강조했다. 복 의원은 "철도는 현재 유력한 친환경 교통수단이자 국가 철도망 계획에 발맞춰 지역 성장을 이끄는 대한민국의 대동맥"이라며, "이번 토론회는 어느 특정 기관의 이익 다툼이 아니라, 철도 전기요금 체계를 합리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그 혜택을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한 장"이라고 정의했다.
▲ 복기왕 개회사를 하는 복기왕 의원
ⓒ 고창남
이어 복 의원은 유관 부처와 에너지 공기업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제도 개선안이 도출되기를 당부했다. 그는 "한전과 기후에너지부까지 정책 고민의 출발선에 함께 참석한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면서 "혹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버리고 있는 에너지는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미래 교통수단인 철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의미 있는 정책 결과물로 결실을 맺어달라"고 학계 및 정부·기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공장보다 비싼 철도 전기료… 요금 체계의 모순
맨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오인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차장은 "철도 전기요금이 일반 산업용 대비 평균 27.4원이나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제동 시 발생하는 회생전력이 실제 전력망에 유입되고 있음에도 상계처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국가 자원이 그대로 낭비되는 실정입니다"라고 일갈했다.
▲ 오인석 주제발표 하는 오인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차장
ⓒ 고창남
코레일에 따르면, 산업용(을) 전력 사용 상위 15개 기관과 코레일 간의 최근 4년간 전기 평균 단가 격차는 무려 27.4원/kWh에 달한다. 이로 인해 코레일이 한해 부담하는 전기요금만 약 6000억 원으로, 이는 전체 영업수익의 8.45%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
이러한 가격 격차의 원인은 철도의 독특한 수요 구조와 한전의 징벌적 기본요금 체계에 있다. 철도는 출퇴근 시간대에 전력 수요가 일시적으로 집중되는데, 현행 제도는 연중 단 15분간 기록한 '최대 수요 전력(피크 전력)'을 기준으로 1년 치 기본요금을 전액 부과한다. 공익적 목적으로 승객이 적은 비첨두시간대에도 열차를 계속 운행해야 하는 철도의 특성이 요금 체계에 전혀 배려되지 않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회생전력'의 취급이다. 현재 국내 철도에서 발생하는 회생전력의 70%는 인근 열차가 자체 소비하지만, 나머지 30%는 한전 전력망으로 고스란히 역송(逆送)된다. 하지만 한전은 소비 전력만 측정하는 '단방향 스칼라형' 계량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역송된 전력은 계측조차 되지 않은 채 한전에 무상으로 귀속되고 있다.
반면 양방향 벡터형 계량기를 쓰는 전력거래소와 코레일이 지난 4월 1일부터 3개 전철변전소에서 직접 거래를 시범 운영한 결과, 한전 계량값과 실제 전력 흐름 사이에 3.2%(고속철도는 5~7%)의 명확한 차이가 존재함이 입증됐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적 의지가 없어 에너지를 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기준은 '양방향 자원화'… 한국 철도는 여전히 '일방통행'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철도의 친환경성을 인정하고 회생전력 자원화를 제도화했다. 유럽은 회생전력을 의무적으로 수용하도록 입법화했고, 독일은 양방향 계량기 설치를 규정해 소비와 발전 전력을 모두 측정한다. 일본 역시 회생전력 판매는 물론 법인세 혜택과 탄소배출 상쇄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 이철규 주제발표 하는 이철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고창남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이철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철도 산업 전체의 연간 탄소 배출량 500만t 중 전기 운영 부문이 120만t을 차지한다"며, "국제적인 공급망 탄소 규제(Scope 3)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철도 전환율이 높아질수록 철도의 전기요금 부담은 국가적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수석은 국내 주요 다소비 기업과 비교해도 코레일의 매출액 대비 전기료 부담이 가장 크다며, 기본요금 저감 및 탄소 인센티브 도입을 촉구했다.
부산교통공사 김성수 처장 또한 "부산도시철도만 해도 연간 4만MWh의 회생전력을 자체 재활용한다"며 회생전력의 신재생에너지 공식 인정을 요구했다.
국토부 "제도화 검토" vs. 한전·기후부 "다른 고객에 부담 전가" 팽팽한 평행선
이어진 지정 토론은 박영 철도학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토론에서는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철도 진영과, 원칙론과 신중론을 앞세운 에너지 당국 간의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 강욱 토론하는 강욱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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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강욱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과장은 "철도 전철화율이 85%를 넘었고 전기차량 도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기료 압박이 극심하다"며 "회생전력 자원화는 제도권 내에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학근 에너지기술연구원 본부장 역시 "회생전력이 망에 흘러들어 사용된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해외 사례는 없더라도 국내 온실가스 감축량으로는 충분히 인정 가능하다"고 힘을 보탰다.
또한 송길목 에너지기술평가원 PD는 "계통망 부담 완화 등 실질적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어야 인센티브가 가능하다. 현실적으로는 저장 기술 고도화가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식 코레일 전기본부장은 토론에서 "에너지를 단순한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코레일은 전력거래소 직접 거래를 통해 회생전력의 실측 데이터가 확보된 만큼 양방향 계량기 도입과 최대수요 전력 산정 기준 완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박영식 토론하는 박영식 코레일 전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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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와 한전은 철도 전기요금의 직접적 감면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 최승효 토론하는 최승효 기후부 에너지전환정책실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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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효 기후에너지부 에너지전환정책실 서기관은 "직접 거래를 통한 상계거래는 법적 근거가 미비해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전기요금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므로 인센티브는 요금 감면보다 세제 혜택 등 간접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진한 한전 영업계획부장은 "회생전력의 법적 정의가 없어 실질적 상계에 어려움이 있다. 한전 입장에서도 고객의 최대 수요에 맞춰 설비를 운영·투자하므로 요금 체계를 쉽게 바꾸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승훈 한전 요금제도실 부장은 "기후환경요금의 90% 이상은 재생에너지 보급 비용이다. 특정 고객의 요금을 감면하면 결국 다른 고객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다. 정부의 정책 지원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효 한전 에너지미터링실장은 "양방향 계량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도입을 위해서는 기관 간 협의와 법적 근거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부처 이익 대변할 때 아냐… 국가 이익 관점에서 적극 행정 펼쳐야"
이러한 관망세와 신중론에 대해 김정호 의원은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강도 높은 질타를 쏟아냈다. 노골적으로 반대는 못 하면서도 부서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제도를 가로막아 온 관료 사회의 타성을 정조준한 것이다.
김 의원은 "대부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하지만, 현실적 한계를 들어 지금까지 안 되어 왔던 이유들을 쭉 나열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언제까지 이런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할 것입니까? 부처나 부서의 이익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합니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11차 전기본에서 전력 수요 증가를 이유로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에만 투자를 요구하는 한전을 향해 "뻔히 제동 회생전력이 발생해 버려지고 있는데, 이걸 외면하면서 돈만 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전 매출이 줄어들까 봐 안 해온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이어 유관 부처 공무원들의 실명과 직책을 차례로 거론하며 "시대에 역행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개혁 대상으로 전락된다는 경고를 드린다. 반성하셔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코레일과 국토교통부를 향해서도 "단순히 우리 기관의 적자를 메워달라는 소극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공격과 방어'의 대결 구도로는 제도를 바꿀 수 없으므로, 버려지는 에너지의 국가 자원화라는 거시적인 대의명분을 가지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상대 부처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라는 당부다.
▲ 정책토론회 ‘탄소중립의 시대 친환경 철도 전기요금 제도개선 합리화’ 정책토론회 장면
ⓒ 고창남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시갑)은 "철도 회생전력은 에너지 효율과 탄소감축 측면에서 가치가 크지만 현 제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라며 "기관별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줄일 실질적 대안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 의원은 또한 "이 문제는 한전이나 철도공사의 손해 여부를 떠나야 한다. '어렵다. 제도 불비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국가 전체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전은 그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복 의원은 코레일을 향해서도 "지방전철, 도시 교통공사의 회생 전력도 재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철도망 확충과 친환경 교통 전환이 본격화되는 2026년 현재 "에너지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철도 현장의 목소리와 "원칙과 형평성이 우선"이라는 공급자의 논리가 맞부딪히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정책적 합의를 도출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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