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올릴 필요...금리 상승기 ‘약한 고리’는 건설 등 취약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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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뉴스1
한국은행이 24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물가 상승 압력, 경기 흐름,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들어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예고한 가운데 한은이 정례 보고서를 통해서 금리 인상의 타당성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금융 시스템의 위험을 점검하는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발간하며 국회에 제출된다.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선 기준금리 향방에 대한 판단 문구가 없었다.
한은은 “한국 금융 시스템은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실물 경제 성장세 등으로 대체로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다만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서울 등 주택 가격 상승세 재확대 및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산 투자 증가에 따른 금융 불균형 누증 가능성, 취약부문 부실 확대 우려 등은 불안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경우 빚을 많이 내서 부동산·주식을 산 이들이 대출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해 금융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건설·석유화학·금속 업종 ‘빚 갚을 능력’ 악화
한은은 건설업 등 구조적 부실 업종과 대출 규모가 큰 자영업자 등을 금리 상승기의 ‘위험 고리’로 지목했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업황이 부진한 업종의 대출이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 2~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률 등을 집계해 3대 취약 업종으로 건설, 석유화학, 금속을 지목했다. 한은은 “취약 업종의 실적 부진은 주로 해당 산업 내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건설업은 지방 부동산 시장 부진과 고환율로 인한 원가 부담이 수익 저하에 영향을 미쳤고 석유화학, 금속 부문은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중”이라고 했다.
전체 대출 중 이들 업종의 비중은 지난해와 비슷한 11.6%였다. 하지만 ‘빚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이자 비용 대비 영업이익 배율, 높을수록 건전)은 크게 낮아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건설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8.1에서 지난해 1.0으로, 금속은 15.7에서 3.2로, 석유화학은 14.1에서 1.3으로 5년 새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한은은 “이들 업종은 특히 비은행권에 대한 대출 의존도가 높아 부실 확대 시 일부 취약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위험이 빠르게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주택 경기 악화, 임대사업자 대출에 타격”
한은은 자영업자, 그중에서도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많은 고령 자영업자와 부동산 임대사업자를 금리 상승기의 ‘위험한 고리’로 평가했다. 한은 분석 결과 자영업 대출자 중 60세가 넘는 고연령 자영업자의 평균 대출 규모가 3억9000만원으로 청년(2억2000만원) 및 장년(3억4000만원)보다 웃돌았다. 60대 이상 고연령 자영업자는 특히 전체 대출의 36.7%를 금리가 높은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차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광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고령화와 함께 고연령 자영업자가 전체의 56.1%를 차지할 정도로 늘었고 이 중엔 임대사업자, 부동산 중개업 등 부동산 관련 업종 종사자가 많은 상황”이라며 “관련 업종의 경쟁이 심화하고 지방 부동산 경기가 악화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어 구조조정과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전체 자영업자 중에서도 부동산 관련 자영업자 대출이 특히 많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대출 부실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분석 결과 1분기 말 부동산업 자영업자 차주의 평균 사업자 대출은 4억7400만원, 이들이 받은 가계대출은 1억4200만원으로 각각 다른 업종 평균의 2.2배 및 1.7배에 달했다. 한은은 “이자 대비 임대소득 비율(높을수록 안전)이 대출 규제 기준인 ‘1.5배 이상’을 하회하는 차주는 18.7%, 이들이 보유한 대출이 전체 부동산임대업 대출의 59.0%로 높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경기 부진 시 관련 대출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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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 차주 비중이 늘고 이중 장기 연체자가 불어나는 점도 주목해야 할 신호로 꼽았다. 대출자 중 취약 차주 수 비중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6.7%로 3분기 6.4%보다 증가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3분기 말 4.9%에서 지난 1분기 5.2%로 비중이 늘었다. 한은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 이하)인 사람을 취약 차주로 분류한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엔 취약 차주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였는데, 올해 들어 다시 전체 대출 규모가 증가하면서 취약 차주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했다.
취약 차주 중 새로 연체하는 이들과 장기 연체 상태에 머무는 대출자가 모두 늘어나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전체 취약 차주 중 연체에 진입하는 비율은 5년 전 3%대였다가 2022년 말 5%를 넘어선 후 추세적으로 계속 상승해 지난 1년간은 5%대 후반에 머무는 상황이다. 취약 차주 중 1년 이상 연체가 지속된 비중도 지난해 1분기 7.2%에서 올해 1분기 8.0%로 불어났다. 한은은 “2023년 이후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등의 영향으로 가계 취약차주 연체 진입률이 최근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연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도 어려워지면서 장기 연체 차주 비중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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