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무역 결제 실증...“기술 99% 완비, 1%는 규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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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KORT 발행사 피니버스 최원석 대표 인터뷰
최원석 피니버스 대표(오른쪽)가 인도네시아 가상 화폐 거래소 담당자와 인사하고 있다./피니버스 제공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원화로 무역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면 교역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지 않겠어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하면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핀테크 스타트업 ‘피니버스’의 최원석 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피니버스는 작년 11월 모기업인 여성용품 제조사 ‘질경이’와 인도네시아 거래처 간 1000만원 규모 무역 대금을 원화 스테이블코인 원스코(KORT)로 정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1코인=1달러’ ‘1코인=1원’처럼 법정 화폐에 가치가 고정되도록 설계된 가상 화폐를 뜻한다. 최 대표는 “기존에는 수입 업체가 인도네시아 루피아를 달러로 바꿔 송금하고 질경이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작업을 거쳐야 했는데, 길게는 일주일씩 걸리는 과정이었다”며 “KORT를 통하면 수입 업체가 질경이의 가상 화폐 지갑에 KORT를 쏴주는 것으로 정산이 끝나기 때문에, 수 분 만에 대금 결제를 마칠 수 있다”고 했다.
피니버스는 인도네시아 당국과 KORT를 제도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규제가 정비되는 대로 인도네시아 최대 코인 거래소 ‘노비(NOBI)’를 비롯한 거래소 2곳에 KORT가 상장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상 자산 2단계 입법안’ 도입이 늦어지면서 KORT와 같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미뤄지고 있다. 최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무역 대금 정산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적인 준비는 99% 마쳤다. 나머지 1%는 규제의 몫”이라고 했다.
◇“현재는 자국 통화 있어도 달러 없으면 무역 대금 못 치러”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009년 설립한 질경이가 성장하면서 동남아시아로 수출도 하게 됐다. 그러다 한 번은 라오스 수입 업체가 무역 대금 1만달러를 당장 구할 수 없으니 10번에 걸쳐 1000달러씩 나눠서 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더라. 라오스 같은 나라에선 달러가 귀하니까 중소기업들은 암시장에서 달러를 사야 하는데, 값이 너무 올라서 많이 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자국 통화로는 돈이 있어도 달러가 없으면 무역 대금 결제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효율적인 결제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스테이블코인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무역 결제에 활용되는 과정을 설명해달라.
“피니버스가 KORT를 발행하면 가상 화폐 거래소와 같은 시장 조성자들이 피니버스에 원화를 예치하고 KORT를 미리 주조(민팅)해 놓는다. 수입 업체는 거래소에 자국 통화를 내고 KORT를 사들여 수출 업체 지갑에 보낸다. 수출 업체는 피니버스에 KORT를 내고 원화를 받는다. 줄줄이 단계를 설명했지만, 실제로 대금 결제를 마치기까지 몇 분 걸리지도 않는다.”
-왜 인도네시아에서 실험을 했나.
“인도네시아가 디지털 금융을 키우고 있는 나라였고, 당국자들도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굉장히 친화적이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연간 교역량이 200억달러를 넘을 정도로 무역 거래가 활발하다는 점도 컸다.”
-실험 이후 진척은 어떠한가.
“이번 실험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무역 대금 정산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현재 인도네시아 당국과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고, 다음 달쯤이면 노비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현지 가상 화폐 거래소 2곳에 KORT를 상장할 예정이다. KORT가 상장되면 현지 업체들이 상당한 규모의 KORT를 미리 주조하겠다는 약속도 줬다.”
◇국내 샌드박스도 신청할 것
-한국은 아직 법적 공백 상태인데
“일단 인도네시아 현지 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금융 당국에 샌드박스를 신청할 계획이다. 우리는 소매 결제나 가상 화폐 투자 등에 KORT를 활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순수 무역 대금 결제 용도로 코트를 쓰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이 분야를 한국이 선점하면 영향력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수출 대국 한국으로서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 아닌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무역 업체의 자금 세탁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실물 화폐를 준비 자산으로 예치해야 한다. 그 말은 필연적으로 한국은행이나 시중은행의 개입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들은 자금 세탁 방지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제도화되면 결국 은행과 컨소시엄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은행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어떤 단계든 은행과 협업해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막대한 예치금을 잘못 관리하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규제가 중요하다.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한 국가에서는 국채나 정기예금 등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예치금을 묶어두도록 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은행이 키를 쥐고 예치금을 보호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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