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만원 ‘농어촌 기본소득’에 시골마을에도 활기···읍 단위 쏠림 소비·지속가능성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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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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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지역 면 소재지 중 유일한 옷가게인 청산면 ‘고운’을 찾은 하순자씨가 지난 12일 거울 앞에서 옷을 입어보며 웃고 있다. 이삭 기자 “내가 입을 옷도 파는 거야?” 충북 옥천군 청산면 유일한 옷가게인 ‘고운’에 지난 12일 하순자씨(74)가 웃으며 들어왔다. 거울 앞에서 재킷 여러 벌을 걸쳐본 하씨는 붉은색과 노란색 재킷 2벌을 사서 돌아갔다. 그가 옷을 고르는 중에도 가게 전화 벨이 연신 울렸다. 남성복과 양말, 속옷 등도 있느냐는 주민들의 문의였다. 고운은 청산면에서 34년째 살고있는 조문순씨(60)가 지난달 문연 곳이다. 조씨는 “고령화로 인구가 줄면서 장날 점심시간 외에는 인적이 드물었는데, 기본소득 지급 이후 면사무소 주변에 유동 인구가 크게 늘었다”며 “기존 가게들도 활기를 띠고 새 상점들도 하나둘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청산면 인구는 2839명. 이 지역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데는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영향이 크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전국 10개 군 단위 지자체에서 거주자들에게 1인당 월 15만원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옥천군을 비롯해 경기 연천군, 강원 정선군, 충남 청양군, 전북 순창·장수군, 전남 곡성·신안군, 경북 영양군, 경남 남해군 등 인구소멸과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들이 대상이다. 충북 옥천지역 면 소재지 중 유일한 옷가게인 청산면의 ‘고운’ 조문순 대표(왼쪽)가 지난 12일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옷을 권하고 있다. 이삭 기자. 기본소득이 인구 유입과 소비 선순환 등 농어촌 지역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각종 통계로 확인된다. 21일 경향신문이 사업 시행 지자체 내 지역화폐 가맹점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 1월 31일 1만5949곳에서 지난 5일 기준 1만7598곳으로 10.3%(1649곳)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기본소득 지급 이후 두 달 만에 사업 대상 지역 인구와 신규 상점 수가 각각 4.6%, 12.4% 늘었다. 시범지역 전입자 중 26%는 수도권에서 온 경우였다.그간 인구가 계속 줄던 전북 장수와 순창군도 3월 현재 2만1090명, 2만7627명으로 지난해 9월보다 695명, 886명이나 늘었다. 지역 안팎에서는 월 15만원이라는 금액이 정책 실효성을 높였다고 분석한다. 농촌 특유의 ‘구조적 고정비용’을 보전해 주는 액수라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어촌 기본소득 성과평가 체계 마련 연구>를 보면, 농촌 1인 가구는 도시 1인 가구에 비해 식료품·교통·주거·연료비 등 필수 영역에서 월평균 15만 919원을 초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가 최근 시범 사업 추가 공모에 나서자 전국 군 단위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돌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7일까지 진행한 추가 공모에 전국 44개 군이 신청해 경쟁률은 8.8 대 1를 기록했다. 일부 지자체들은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며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방선거가 끝나는 다음 달쯤 시범사업 대상 지역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읍 단위 쏠림 현상’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예컨대 전북 장수군의 지역화폐 가맹점은 상업 시설이 발달한 장수읍과 장계면에 60% 이상이 집중돼 있으며 계북면에는 가맹점이 6곳에 불과하다. 경북 영양군 청기면에는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곳이 농협 하나로마트와 일반 음식점 각각 1곳뿐이다. 권재현 청기면 기포리 이장(66)은 “기본소득은 마트 결제 한도가 10만원으로 묶여있어 나머지 금액을 쓰려면 다른 면이나 읍내로 ‘원정’을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북연구원 한 관계자는 “기본소득이 지역화폐로 지급돼도 정작 병원이나 큰 마트가 있는 읍 지역으로 소비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소멸 위기가 더 심각한 외곽 면 단위 주민들은 정책에서 여전히 소외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성도 해결 과제다. 내년 12월 시범사업이 종료된 후 국비 지원 없이 지자체 재정만으로 이 막대한 예산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심재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은 식량 생산과 환경 보존 등 농어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 정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email protected], 김창효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김현수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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