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만난 파월 의장, 금리인상 계획을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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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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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생각] 파월 연준 의장 8년 임기 마치고 퇴임 코로나 사태 때 금리인상 놓쳐 상황 악화 선제 대응했던 이주열 한은 총재와 대비 “정책은 데이터 분석 위에 결단도 필요” 코로나 사태가 한숨을 돌리던 2021년 7월 초 이탈리아 베니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마주 앉았다. 미국 연준 의장은 회의에 참석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각각 미팅을 갖는 것이 관례였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에게 곧 기준금리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초저금리 상황이었고, 기준금리를 올리는 중앙은행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파월 의장이 의아해하며 이유를 물었다. “물가 상승세가 기조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저금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있어 집값 안정도 고려해 올리려고 합니다.” “그렇군요. 미국도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일시적 현상이라고 봅니다. 코로나 사태로 항만, 트럭 등에서 노동자들이 대거 이탈한 데 따른 공급 차질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차츰 진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롬 파월(왼쪽) 미국 연준 의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 사태의 후유증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세계경제는 활발한 무역과 인터넷 발달로 수년간 저물가 시대를 향유해 오던 차였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미국은 기준금리를 0~0.25%로, 한국은 0.5%로 대폭 낮추며 초대형 통화팽창 정책을 썼다. 전염병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로 경제가 붕괴될까 우려해서였다. 이후 통화정책의 가장 큰 이슈는 언제 통화완화 정책을 종료하면서 정상화 작업을 시작하느냐, 다시 말해 언제 금리인상으로 긴축 신호를 시장에 알리느냐 하는 점이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은 공급망 교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며 곧 예전의 저물가 기조로 돌아갈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 총재는 워낙 돈이 많이 풀려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기조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의 차이는 두 사람의 향후 정책 대응에서 큰 격차를 낳았다. 이 총재는 한 달 뒤 기준금리를 올렸다. 반면 파월 의장은 그보다 7개월 늦은 2022년 3월에야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 5월 15일 퇴임한 파월 의장의 8년간 이력을 되돌아볼 때 가장 뼈아픈 실수였다. 파월의 오판 파월 의장은 2019년 12월 코로나 사태가 발발했던 당시 연 1.5~1.75%였던 기준금리를 2020년 3월까지 0~0.25%로 내렸다. 사실상 제로(0) 금리 수준이다. 경기부양을 위해서였다. 금리를 내려 돈을 풀었지만, 연준이 물가 안정의 지표로 삼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음 해 3월까지 1년 동안 1.2~1.7%로 안정됐다. 연준 목표(2%) 이내였다. 하지만 2021년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치를 벗어나 3%로 뛰어올랐다. 이후 5월 3.8%, 6월 4.5%로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파월 의장은 “일시적(transitory) 현상”이라며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미국 워싱턴 D.C. 본부./위키피디아 파월 의장은 물가가 11개월 동안 급등해 2022년 2월 6.4%까지 오르자 뒤늦게 오판을 인정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2022년 3월 이후 11번이나 연속해서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가 5.25~5.5%까지 폭등했다. 초기 판단과 대응이 늦어 뒷수습을 하느라 급히 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금리 인상의 빈도와 폭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전문가들은 “파월이 11개월이나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미국경제 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경착륙의 공포에 시달리며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평가한다. 이주열의 선제 대응 코로나 사태 발발 후 이주열 총재도 미국처럼 기준금리를 대폭 낮추며 경기 살리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2021년 7월 물가 상승률이 1.3%로 올라가자, 이 총재는 8월 26일 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시장에 긴축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2021년 11월과 2022년 1월에도 0.25%포인트씩 올렸다. 미국보다 7개월이나 빨랐다. 두 사람의 판단 차이는 두 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기준금리의 격차(스프레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은 금리인상 직전인 2022년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6.4%, 기준금리 0.25%로 최대 6.15%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다. 반면 한국의 최대 격차는 2022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9%, 기준금리 1.75%로 2.15%포인트였다. 미국 연준이 물가가 뛰는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반면, 한은은 물가 상승에 맞춰 적절히 금리를 올리며 대응했다는 뜻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이 총재가 금리를 올린 이후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따라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매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운용 상황을 평가하는 영국 회사 센트럴뱅킹은 2022년 3월에 한국은행을 주요국 중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와 함께 ‘올해의 중앙은행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차이의 원인 파월 의장과 이주열 총재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한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저물가 시대를 함께 경험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와 초저금리 경험도 공유했다.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아 앞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길을 만들어 탈출해 가야 하는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본격화된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두 사람은 큰 차이가 났다. 이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전문가들은 ①경제 흐름을 보는 통찰력 ②실수를 인지하고 빠르게 만회하는 순발력의 차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서울 중구 본점./연합뉴스 경제 정책은 기본적으로 경제 통계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파월 의장도 이주열 총재도 데이터를 꼼꼼히 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파월 의장은 데이터에 입각해 정책 결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미래 예측은 과거 데이터의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 전문가는 “정책 결정은 데이터 분석에 더해 당국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파월 의장이 소비자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뒤 11개월 동안이나 금리인상을 미룬 점도 주목한다. 오류가 있을 경우 빠른 만회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의 실패가 인플레이션을 눈앞에 둔 한은 총재에게 던지는 교훈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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