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중국 독주 ‘차이나 쇼크 2.0’, 세계경제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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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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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의 경제 지평: 갈라진 세계를 넘어 ④2000년대 초반 이후 두번째 차이나 쇼크선진국·유럽·개발도상국에까지 동시 강타첨단산업·전통산업 포함한 전방위 ‘충격’한국도 ‘차이나 쇼크 2.0’ 여파에 직면균형 잡힌 세계경제 위해 중국 압력 필요 시진핑(맨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일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차이나 쇼크’(China shock)라는 단어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중국발 수입에 노출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제조업 생산과 고용이 축소된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데이비드 오터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의 실증분석을 보면, 미국에서 차이나 쇼크 여파로 1999년에서 2011년 사이 약 20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러한 충격은 세계화를 반대하고 보호무역을 추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극우파 포퓰리즘 정치의 득세로 이어진 중요한 배경이었다. 그런데 2026년 현재 새로운 차이나 쇼크가 나타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0년대 초반 첫 번째 차이나 쇼크와 비슷하게 2010년대 후반 이후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확대돼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을 포함한 세계 제조업 수출 시장을 장악하며 다른 국가들에게 커다란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차이나 쇼크 2.0 미국의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2025년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약 1.2조 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약 20%나 증가했고, 2026년에도 중국의 흑자와 미국의 적자로 대표되는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될 전망이다. 흥미롭게도 최근의 두 번째 차이나 쇼크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까지 충격을 주며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의 무역수지 변화. 자료 중국 해관총서·블룸버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4월 ‘차이나 쇼크 2.0’이라는 특집기사를 실어 2018년 이후 진행되고 있는 두 번째 차이나 쇼크에 관해 보도했다. 중국의 수출 증가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수지 흑자는 2000년대 초 첫 번째 차이나 쇼크 시기보다 작지만, 고도로 기술집약적인 산업에서 선진국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차이나 쇼크의 특징으로 꼽힌다. 또한 중국의 수출 상품 가격이 국내 경쟁 격화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중간재·자본재 산업이 크게 발전해 과거와 달리 중국의 수입이 늘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편 미국의 보호무역으로 중국의 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빠르게 하락하는 등 과거와 달리 선진국에서 차이나 쇼크에 대응하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제조업 파워가 더욱 강력해진 중국은 이제 선진국이 지배하던 첨단산업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의 대규모 시장, 거대한 기술인력,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배터리, 풍력터빈 등 고급 제조업 제품에서 중국의 대선진국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중국 국내의 제조업 경쟁 격화는 가격을 떨어뜨리고 기업들의 마진을 낮추어 승자 기업과 중국 기업의 가치사슬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고 고도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과도한 경쟁과 과잉설비는 세계 시장에 중국 제품의 홍수를 낳아 선진국 제조업에 대한 위협과 무역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의 첨단제조 상품의 수출증가는 유럽 제조업에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1차 차이나 쇼크와 달리 중국의 대유럽 수출이 증가해 독일의 자동차 산업과 같은 유럽의 핵심 산업과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내의 몇몇 변화는 중국의 무역흑자를 더욱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부동산 불황과 미약한 사회안전망은 중국의 국내소비를 정체시켜 글로벌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중국 관료들은 과잉설비 문제를 부정하고 2026-30년까지 5개년 계획에서도 제조업 지원을 천명했다. 중국 공산당은 금융·서비스·부동산보다 제조업을 양적, 질적으로 강력히 육성할 계획이며, 이에 기초해 ‘제조업을 지닌 미국’으로 표현되는 패권국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환율의 저평가,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값싼 토지 제공이나 저금리 금융지원 등 산업정책도 중요한 요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기업에 대한 보조금이 서구보다 3~9배 높다고 보고했고, 중앙정부가 부가가치세를 생산지 지방정부와 나누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부채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기 지역 기업들을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실에서 정부 지원에 기댄 로봇 기업들이 난립하고 있고 태양광산업도 과잉생산과 적자가 심각하다. 결국 중국 기업들은 해외수출에 집중하게 됐고, 이는 최근 배터리나 전기차 수출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특히 유럽과 중국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경쟁과 협력이 나타나는 점이 흥미롭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 속에서 폭스바겐 등 유럽 기업들은 중국의 가치사슬을 활용하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에 연구개발센터 설립 등을 통해 현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최근 유럽에 대해 전기차나 기계류 등 하이테크 제품의 수출과 배터리 등 공장의 직접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은 중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메이드인유럽 법안을 통해 그들의 기술 이전을 통한 유럽의 제조업 발전과 고용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접투자를 받을 때 조인트벤처만 허용하고 외국 기업의 지분을 49%로 제한하며, 전략산업에 대한 1억 유로 이상의 투자는 회원국이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의 수출과 투자를 둘러싸고 유럽과 중국 사이에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관세인상과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전략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높다. 오터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은 수입비용과 불확실성을 높여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것이고, 대신 적극적인 산업정책과 연구개발을 포함한 공공투자,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차이나 쇼크에 관한 문제의식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 해법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에 주는 충격 한편 수출을 통한 산업화를 지향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차이나 쇼크가 밀려오고 있다. 보통 경제성장으로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 과거 노동집약적 산업의 발전을 토대로 성장한 국가는 자본 혹은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옮겨간다. 그러나 중국은 그러한 발전과정에서 예외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2025년 1인당 지디피가 약 1만4천 달러에 달해 중진국 수준이 되었는데도, 놀랍게도 저숙련 노동집약적 산업(low-end)의 세계 수출시장에서도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채터지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수브라마니안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임금 상승, 생산가능인구 비중 하락에도 불구하고 30개 주요 개도국의 저가 제조업 수출 시장에서 부가가치 기준 점유율이 1995년 이후 오히려 빠르게 높아졌다. 의류·섬유·가죽·신발 등의 산업에서 중국의 수출 비중이 1995년 약 27%에서 2022년 약 65%까지 상승한 것이다. 저자들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지닌 중국과의 경쟁에서 다른 개도국들이 계속 밀리는 이런 현상을 ‘중국 압박’(China Squeeze)이라 부르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이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2021년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 상품수지 적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최근 중국 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하락한 만큼, 아세안의 비중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의류와 섬유산업은 악영향을 크게 받아 2022~25년까지 60개 공장이 문을 닫았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규제하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또한 동남아에서는 전기차·배터리·태양광 패널 같은 완제품과 중간재도 중국산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기술 수준이 낮은 노동집약적 산업마저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것은, 엄청난 인구를 보유한 중국의 경우 도시와 농촌 간 발전단계가 다르고, 지역별로 소득수준 차이가 큰 현실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상하이와 베이징 등 중국의 4대 도시 1인당 지디피는 일본보다 높지만, 가장 가난한 4개 성의 소득은 베트남과 비슷한데 이들 인구만도 1억4천만 명에 달한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정부는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산업도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3년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러한 ‘로엔드 산업’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첨단산업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노동집약적 산업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런 산업에서 임금인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로봇과 자동화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로봇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범용성을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도 급속히 하락해 왔다. 결국 일본과 같은 선도국이 먼저 성장하고 한국과 같은 저비용 국가들이 그 뒤를 따르던 ‘기러기 편대’(flying geese) 모델이 이제는 중국의 세계 제조업 지배로 인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개도국들에게 과거 동아시아와 같은 수출 주도 산업화의 성공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개도국 중에서 전자제품의 베트남이나 의류산업의 방글라데시 정도를 제외하면 제조업 수출시장에서 성공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개도국들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업 중심의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과 성장에 큰 파급효과를 지닌 제조업 발전과 수출 확대 없이 개도국들이 성장과 추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2020년대 들어 여러 개도국의 성장률이 이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의 모습. AFP 연합뉴스 중국을 어찌할 것인가 현재 중국 정부는 로봇 기술과 자동화를 바탕으로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계속 발전시키고, 보조금이나 국가산업투자기금 등 정부 지원을 토대로 국유기업 중심으로 석유화학, 기계, 철강 등 자본집약적 제조업도 육성하고 있다. 동시에 전기차·배터리·태양광·고속철·휴머노이드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산업정책을 기반으로 초기 생태계와 대규모 시장을 조성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공급망을 장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말그대로 모든 제조업 분야를 장악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는 한국에도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2000년대 이후에는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에 대해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을 증가시키며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내부 산업의 발전으로 이러한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무역수지 흑자도 급속히 줄어, 또다른 차이나 쇼크에 직면했다. 특히 신산업 분야 중 중국 기업이 선도자로 떠오른 부문에서는 과거 선진국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했던 한국 기업의 성장방식이 더이상 유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제조업의 기술 경쟁력을 보아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 산업들이 이미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은 이제 한편으로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산업정책과 효과적인 공공투자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국유기업으로 대표되는 불공정 경쟁과 시장 왜곡에 기반한 글로벌 공급망 내 중국 기업의 독점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국가들과 공조해 다자통상 체제 안에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채터지(존스홉킨스대)와 수브라마니안(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도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수행하는 진정한 패권국이 되려면 단지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국가들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진정으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개도국에게 제조업 공간을 열어주고 내수와 수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제사회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쉽사리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균형잡힌 세계경제와 공동 번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끊임없는 압력이다. 중국의 변화에 세계경제의 미래가 상당부분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강국 |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이강국의 경제 지평: 갈라진 세계를 넘어 연재보기> ① 트럼프와 K자 경제…미 하위 10% 가구 관세 부담, 상위 10%의 3배 ② 한국경제, 격차 커지는 ‘K자’ 피하려면 ③ 김용범 실장이 쏘아올린 ‘국민배당금’…논란 넘어 논쟁으로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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