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과 15인의 CEO들, 트럼프는 왜 중국행 전용기에 태웠나
작성자 정보
- 김프로 작성
- 작성일
본문
[중국AI미래지도] 미중정상회담 의미 및 기술협력 전망... 한국의 위기와 기회
[임선영 기자]
2026년 5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수도국제공항에 내렸습니다. 2017년 11월 이후 9년 만의 미국 대통령 방중입니다. 한정(韩正) 중국 국가부주석이 직접 공항에 나와 영접하는 장면은 표면적으로는 9년 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방문은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외교입니다.
5월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무역·안보·이란 전쟁이라는 전통적 외교 의제와 함께 AI 반도체·희토류·AI 거버넌스라는 기술 의제가 사실상 협상의 중심축을 형성한 역사적 회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미중 관계 복원의 신호탄이 아니라 기술이 외교의 언어가 되고 CEO가 외교관을 대신하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는 사건으로 보입니다.
▲ 14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걷는 뒤로 미국 관료들과 팀 쿡 애플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의 모습이 보인다.
ⓒ AP=연합
1. 방문단 구성 - CEO 16인의 숙제들
이번 트럼프 방중의 가장 이례적인 특징은 수행단의 구성이었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 등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함께 미국 재경계를 대표하는 CEO 16인이 공식 수행단에 포함되었습니다.
반도체·AI 분야에서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CEO 산제이 메흐로트라, 퀄컴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이 참여하였습니다. 빅테크 분야에서는 테슬라-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 애플 CEO 팀 쿡, 메타 사장 디나 파월, 시스코 CEO 척 로빈스이 동행하였습니다.
금융 분야에서는 블랙록 CEO 래리 핑크, 블랙스톤 CEO 스티븐 슈워츠먼,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 씨티그룹 CEO 제인 프레이저, 마스터카드 CEO 마이클 미에바흐, 비자CEO 라이언 매킨어니가 포함되었습니다. 제조·에너지 분야에서는 보잉 CEO 켈리 오트버그, GE CEO 래리 컬프, 카길 CEO 브라이언 사이크스, 일루미나 CEO 야콥 테이선이 합류했습니다.
특히 젠슨 황은 애초 수행단 명단에 없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전화를 받고 알래스카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는 막판 드라마를 연출하였습니다. 이 한 장면은 이번 방문에서 반도체·AI 의제가 얼마나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국방장관 헤그세스의 동행도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 국방장관이 대통령의 방중에 동행한 것은 1972년 닉슨 방중 이후 54년 만으로 이번 방문의 전략적 무게감이 단순한 무역 협상을 넘어서고 있음을 상징하였습니다.
2. 이들은 왜 베이징에 갔는가 - 각 산업의 딜 구조
이 거대한 기업인 행렬이 베이징으로 향한 것은 각자의 산업적 이해관계와 미국의 국가 전략이 정확히 교차하는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의제는 엔비디아의 H200 AI 칩 수출 프레임워크입니다. 기본적으로 A100, H100, H20, B200(블랙웰)은 원천적으로 중국 수출이 금지되어 있고 H200만 예외적으로 조건부 승인을 해둔 황입니다. 그런데 현실상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가 막고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의 수출 통제 시스템에서는 H200 칩을 중국에 팔려면 라이선스 신청이 필요한데 이 심사 과정에서 승인이 아닌 거부가 기본값(Presumption of Denial)으로 작동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12월 "25% 수익 귀속 조건부 수출 허용"을 선언했지만 실제 라이선스 심사에서는 사실상 통과가 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2026년 1월부터 자국 기업들에게 H200 칩 구매를 중단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중국 세관도 H200 칩의 반입을 불허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표면상 미국 제재에 대한 보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국 AI 반도체 기업(화웨이, 캠브리콘 등)을 보호하고 기술 자급자족 생태계를 강제 육성하려는 산업 정책 목적도 큽니다. 일부 대학 연구기관에 한해서만 예외적 수입이 허용된 상태입니다. 젠슨 황이 이 양측의 거부를 모두 걷어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방중한 것입니다.
마이크론은 2023년 중국 정부의 안보 심사로 핵심 인프라 내 제품 판매 금지 조치를 받은 이후 중국 시장 복귀를 타진 중이며, 퀄컴은 화웨이 기린 칩의 부활로 위협받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지위 회복을 원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팀 쿡에게 이번 방중의 핵심 목표는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의 중국 출시 승인입니다. 중국 소비자에게 AI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면 제품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뒤처지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를 레버리지로 데이터 현지화와 중국 AI 파트너사 의무 채택을 사실상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에게 이번 방중은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안정적 운영과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기능의 중국 출시 승인이라는 두 가지 산업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회입니다. 테슬라는 연간 100만 대 이상을 상하이에서 생산하며 중국이 최대 생산·판매 거점입니다. FSD가 중국 내 허용된다면 이는 자율주행 생태계 전체의 판도를 바꾸는 사건이 됩니다.
금융 분야에서도 중요한 딜이 있습니다. 골드만 삭스는 2021년 중국 내 전액 출자 증권사인 '고션고화증권(高盛高华证券)'을 설립하여 외자 투자은행 가운데 최초로 중국 내 단독 증권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바 있으며, 이번 방중에서는 증권 중개·투자은행·자산운용·자기매매 등 기존 사업의 추가 확대와 중국 자본시장 내 교차 국경 투자 기회 확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씨티그룹은 1902년 중국에 진출한 가장 오래된 외자 은행으로, 2021년 중국 개인금융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기업금융·무역금융·외환 거래 등 핵심 분야에 집중해 왔습니다. 씨티그룹은 4년여를 기다려온 중국 내 100% 단독 소유 증권 브로커리지 라이선스 심사가 트럼프 방중 시점에 맞춰 완료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는 중국이 미국에 제공한 상징적 경제 개방 신호로 평가됩니다. 다만 씨티그룹은 중국 기업 하이위에에너지가 제재 관련 대금 동결을 이유로 제기한 소송 분쟁도 함께 안고 있어, 이번 방중에서 해당 현안 해소도 병행 추진하였습니다.
결제 분야에서 마스터카드는 2023년 외국계 결제망 최초로 중국 내 위안화 은행카드 결제 청산 라이선스를 합작법인 형태로 취득한 데 이어, 이번 방중에서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통해 합작법인 내 지분 비율을 더욱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비자는 마스터카드·아메리카익스프레스와 달리 아직 중국 내 위안화 카드 청산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못한 상황으로, 전례 없는 100% 단독 소유 구조의 신규 라이선스 획득을 핵심 목표로 삼았습니다.
블랙록은 자본시장 개방보다 훨씬 복잡한 현안을 안고 베이징을 찾았습니다.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홍콩 장화집단(長和集團·CK 허치슨)으로부터 파나마 운하 인근 두 개 항구를 포함한 전 세계 43개 항구 운영권을 23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진행 중이었으나 중국 당국이 반독점법 및 국가안보를 이유로 사실상 거래를 봉쇄하였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연계 계정이 이 거래를 "적에게 칼을 넘기는 행위"라 비판했다가 삭제하는 사건이 발생할 만큼 중국 내 정치적 민감도가 극히 높은 사안으로 래리 핑크의 방중은 단순한 금융 방문을 넘어 지정학적 협상의 성격을 띠었습니다.
보잉은 737 MAX를 포함한 최대 600대, 370억 달러 규모의 역대급 중국 항공기 발주 성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GE 에어로스페이스는 이 발주가 성사될 경우 엔진 공급사로서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구조입니다.
▲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톈탄(天壇·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제단)을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P/연합뉴스
3. 미국은 무엇을 원하고 중국은 무엇을 견제하는가 - 기술 외교와 전통 외교의 차이
미국이 원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첫째,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 기업의 접근권 회복입니다. 반도체·AI·금융·항공 전 분야에서 중국이 구축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목표입니다. 둘째, 희토류 수출 제한의 완화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의 약 85%를 장악하고 있으며, 갈륨·게르마늄·안티모니·흑연 등 핵심 광물의 수출 제한은 미국 방산·반도체 제조 기업들의 공급망을 직접 압박하고 있습니다.
셋째, 이란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 문제입니다. 미국은 이란과의 군사 충돌로 핵심 무기 비축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확약과 함께 이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4월 15일 시진핑으로부터 "중국은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답신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해당 서신의 존재 자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고 미국 CNN과 국방정보국(DIA)은 중국이 이란에 방공 무기와 첨단 레이더 시스템 공급을 검토하는 정황을 포착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공식적으로는 이란에 협상을 권유하면서도, 이면에서는 자국 기업들의 대이란 상업적 지원을 묵인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이란 문제는 단독 의제가 아니라 대만·희토류·반도체 장비와 연계된 복합적 교환 구조이며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명시적으로 응하는 대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협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반면 중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H200 칩보다 반도체 제조 장비입니다. ASML의 EUV·DUV 노광 장비와 미국제 반도체 생산 장비 없이는 중국의 파운드리 자립화가 근본적으로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 기업들의 재진입이 자국 AI·전기차·핀테크 생태계를 잠식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화웨이·BYD·알리바바·텐센트가 수년간 구축한 기술 생태계가 미국 기업 복귀로 희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기술 외교와 전통 외교의 근본적 차이가 드러납니다. 전통 외교는 영토·안보·주권을 다루며 협상의 결과가 조약이나 선언으로 귀결됩니다. 그러나 기술 외교는 시장 접근권·수출 통제·표준 설정·데이터 주권을 다루며, 협상의 결과가 라이선싱 프레임워크·공급망 재편·AI 규범으로 나타납니다. 기술 외교에서는 국가 대표보다 기업 CEO가 더 정확한 협상 당사자인 경우가 많으며 이것이 바로 16인의 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한 이유입니다.
4. AI 거버넌스 - 왜 이것은 새로운 핵 질서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 양국은 AI 거버넌스를 정식 외교 의제로 채택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AI 시스템이 일정 능력 임계점을 넘을 때 상호 고지하는 메커니즘, AI 모델 오작동·보안 사고 발생 시 정보를 공유하는 인시던트 채널, 자율 무기 시스템에 AI를 탑재하는 것에 대한 쌍방 제약 가능성 탐색이 논의되었습니다. 이 구조는 냉전 시대의 핵 질서와 놀라울 만큼 유사합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소 양국은 핵전쟁의 우발적 발발을 막기 위해 직통 핫라인을 설치하고, 핵실험 금지 조약·핵비확산조약(NPT)으로 이어지는 국제 규범 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당시 세계는 두 강대국이 핵을 보유한 이상 상호 확증 파괴(MAD) 구조 속에서 규칙이 없다면 인류가 공멸한다는 인식을 공유하였고 그 인식이 군비통제 외교를 낳았습니다.
오늘날 AI는 바로 그 위치에 있습니다. 자율 무기에 탑재된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공격을 결정하거나, AI 기반 사이버 공격이 핵 지휘통제 시스템을 교란하거나, 양국의 AI 모델이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여 군사적 오판을 유발하는 시나리오는 더 이상 SF가 아닙니다.
2024년 11월 페루 리마에서 시진핑과 바이든이 합의한 "AI를 핵 사용 결정에 투입할 때 인간이 반드시 의사결정 회로 안에 있어야 한다"는 리마 컨센서스(Lima Consensus)는 이 인식의 첫 공식 표현이었습니다. 이번 베이징 정상회담은 그 합의를 구체적·구속적 협약으로 전환하려는 첫 외교적 자리입니다. 핵 질서와 AI 거버넌스의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핵무기는 국가만이 보유할 수 있었지만 AI는 기업·연구기관·심지어 개인도 강력한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픈소스 AI 모델의 확산은 국가 간 합의만으로 AI 위험을 통제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AI 거버넌스는 미중 양자 협약을 넘어 다자 국제 규범으로 발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AI 개발 국가 두 나라가 거버넌스 대화를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타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시그널과 같습니다.
5. 한국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 반도체 메모리의 위기와 기회, 그리고 균형 외교의 선택
이번 미중 기술 협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수혜와 피해의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산업별로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고 기회와 위기가 동일한 사건에서 동시에 파생됩니다. 그리고 그 진단을 흐리게 하는 가장 위험한 착각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편을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시각입니다.
반도체 분야는 2026년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합산 약 7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약 60%의 점유율로 엔비디아의 사실상 독점 공급사 지위를 지키고 있으며, 마이크론이 약 21%, 삼성전자가 약 17%로 뒤를 잇습니다. 표면적 수치만 보면 한국 반도체는 견고하지만 이면에는 두 가지 구조적 위협이 동시에 누적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외부의 위협입니다.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长鑫存储技术)는 2025년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약 5%에 불과하지만, 중국 내 모바일 D램 수요의 약 30%를 이미 소화하고 있습니다. DDR5와 LPDDR5X 양산에도 성공하며 범용 시장에서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습니다. 둘째는 내부의 위협입니다. 삼성전자 전 임원이 CXMT에 10나노대 D램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상징하듯 기술 유출은 추상적 리스크가 아니라 이미 진행형 현실입니다.
이 구도 위에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복귀 협상이 얹힙니다. 마이크론이 2023년 중국 정부의 안보 심사 이후 비어 있던 중국 핵심 인프라 시장에 재진입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공백을 일부 흡수하며 확대한 점유율이 다시 분산됩니다. 반면 엔비디아의 H200 수출 프레임워크가 성립되면 SK하이닉스에는 역설적인 기회가 열립니다. H200 칩에는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하는 HBM3E가 탑재되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물량이 늘수록 SK하이닉스의 HBM 납품 수요도 증가합니다.
이 정교한 균형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합니다. 범용 D램 시장의 일부는 중국과 마이크론에 점차 내주더라도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인 HBM·CXL 메모리·차세대 패키징 기술에서 한국의 우위를 지키는 것이 생존 전략의 핵심입니다.
자동차·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더욱 냉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10년 사이 약 10%에서 0.8%로 붕괴하였습니다. 자율주행 분야는 더욱 참담합니다. 2026년 현재 중국 자율주행 시장은 화웨이·BYD·샤오펑·리오토가 장악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게 이번 방중의 진짜 위협은 중국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있습니다. 테슬라가 FSD를 중국에서 정식 출시하고 BYD·화웨이가 중국에서 완성된 자율주행 생태계를 바탕으로 동남아·유럽·중동으로 수출 공세를 강화하면, 현대·기아가 경쟁하는 제3국 시장에서 미국 기술과 중국 기술이 동시에 밀려드는 이중 압박 구조가 형성됩니다.
이번 미중 협상은 한국에는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분명한 점은 미국 편도 중국 편도 아닌 기술 불가결성(Technological Indispensability)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미중 틈새에서 요구되는 정교한 전략이란 강대국을 향한 충성 서약이 아니라 어느 쪽도 한국 없이는 자신의 기술 공급망을 완성할 수 없다는 구조적 현실을 외교의 협상 카드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기술이 외교의 화폐가 된 시대에 가장 정확한 협상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행정 관료가 아니라 그 기술을 만들고 파는 기업인이라는 현실 인식이 필요합니다. 산업별·기업별·기술별로 정확히 타깃을 설정한 외교·경제·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느 기술을 지키고, 어느 기술로 협상하며 어느 기술에 집중 투자할 것인지를 정부와 기업이 함께 설계하는 구조, 그리고 그 설계의 결과물을 외교 테이블에 직접 올릴 수 있는 실행 체계가 필요합니다. 오늘과 내일 양일간의 정상회담 결과도 면밀히 분석토록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임선영씨는 중국전문가로 <중국경제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