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조세·유착 우려…'반도체 초호황' 지나면 국세 감소 문제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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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 651억→1515억외형 성장에도 지자체 평균 6억원대 불과소재지 기준, 타 기부금 감소 등 과제 산적
고향사랑기부제는 시행 3년 만에 누적 모금액 3000억원에 육박해 외형상 성공한 제도로 보인다.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역 간 쏠림 현상과 낮은 기금 집행률의 구조적 한계에 1분기 역성장 쇼크는 정부가 준조세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법인 기부카드를 꺼내든 배경이 됐다.
지자체 평균 모금액 6억원 수준…올해 1분기 첫 역성장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제의 총 모금액은 첫해인 2023년 651억원에서 지난해 1515억원으로 2년 만에 72% 증가하며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하지만 이 금액을 전국 243개 지자체로 나누면 평균 6억2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고사 직전인 지방 재정을 확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들어 성장세마저 꺾였다. 정부는 올해부터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16.5%(지방세 포함)에서 44%로 확대했다. 하지만 1분기 모금액은 전년보다 16.4% 감소한 153억원에 그쳤다.
지자체 간 양극화와 저조한 기금 집행률도 문제다. 비수도권에 전체 모금액의 90%가 기부됐지만 지자체 홍보 역량과 답례품 수준에 따라 극심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군 지역 상당수 모금액이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지자체의 평균 기금 집행률도 31.5%로 저조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모금액 1515억원 중 실제로 쓰인 돈은 478억원뿐이다. 집행률 50% 미만 지자체가 184개에 달했다. 아예 기금사업을 선정하지 않은 지자체도 75개로 30.9%나 됐다. 취약계층 지원, 주민 복리증진에 쓰여야 할 돈이 마땅한 사용처조차 찾지 못하고 곳간에 묶여있던 셈이다. 권선필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분기 모금액 역성장을 통해 현재 제도가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인구감소지역과 특별재난지역에 한해서라도 법인 기부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강제 부담금" 우려…과도한 조세지출 재정당국 부담 지적도
법인 기부가 제도화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법인 본사 소재지의 지자체를 기준으로 할지, 법인이 정한 지자체로 할지 여부다. 법인의 기준도 영리, 비영리를 분리하느냐 포함하느냐에 따라 논의가 필요하다. 법인·단체는 전국적 단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지방본부와 같은 단위마다 지자체가 기부를 요청하면 기부가 아니라 사실상 강제모금이 되는 상황이다. 기업 기부를 허용할 경우 기부 규모가 그대로라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기부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기업이 지자체에 대가를 요구하는 유착 관계로 변질될 우려도 크다. 신승근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은 "기업은 본래 이윤을 추구하는 존재이므로, 개인처럼 선의로 기부하기보다 불공정한 경제적 이익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지난해 '인구감소지역 기업형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에 관한 연구'에서 우리나라에 기업형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할 경우에 △그 적용 지역을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으로 한정하고 △정부에서 승인한 사업에 기업이 기부할 경우 기부 금액 전액을 법인세와 법인지방소득세 세액공제로 보전하는 동시에 △최대 30%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상형 자금조달 방안을 제안했다.
법인 기부에 따른 인센티브가 법인세 세액공제로 이어지면 국세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국세의 19.24%가 지방교부세로 연동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법인세 감소는 곧 지자체로 내려가는 지방교부세 감소로 이어지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성역 없는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상황에서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지출'을 늘리는 방안을 두고도 부처 간 이견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종학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반도체 및 증시 호황으로 법인세와 증권거래세가 급증해 당장은 세입에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호황이 끝난 뒤에는 이러한 부작용이 더 표면화될 수 있다"며 "이는 재정당국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지방교부세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재정경제부는 '2026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서 고향사랑기부금을 임의심층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세금을 감면해 준 만큼 실제 지방 소멸 대응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는지를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재경부 관계자는 "제도 확대냐 축소냐 방향성을 가지고 임의심층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행안부 요청이 들어오면 법인 기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온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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