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세수를 펀드로? 가야 할 길 가지 말아야 할 길 [한국형 국부펀드 탐구서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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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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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한국형 국부펀드’ 탐구서 1편국부펀드 만들겠다는 정부아일랜드와 호주 사례 보니사전 준비 허술하면 손해수익성 목표 흔들려도 큰코
올해 우리나라에서 수십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이재명 정부는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한국형 국부펀드'를 만들고, 이를 국가전략산업에 장기 투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과연 괜찮은 전략일까. 아일랜드와 호주의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두편에 걸쳐 짚어봤다. 연속기획 넘버링+ '한국형 국부펀드 탐구서' 1편이다.
☞ 넘버링+_한국형 국부펀드 탐구서 1편 초과 세수를 펀드로? 가야 할 길 가지 말아야 할 길2편 아일랜드와 호주 '국부펀드 오류'에서 배울 점
정부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기금이나 펀드로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사진|뉴시스]
올해 국세 수입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설 듯하다. 11일 기획예산처는 '월간 재정동향 6월호'를 통해 2026년 국세 수입 전망치가 415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면서 재추계한 것으로 2026년도 예산안 전망치(390조2000억원)보다 25조2000억원이 더 많다.
사상 유례없는 초과 세수가 발생한 건 인공지능(AI) 산업의 발달에서 비롯된 반도체 산업 호황 덕분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의 법인세 증가, 성과상여금 증가에 따른 근로소득세 증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증권거래세가 늘어난 것도 배경은 같다.
그러자 정부도 초과 세수를 기존처럼 국가채무 상환이나 추경 재원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초과 세수인 만큼 특별하게 활용해보겠다는 거다. 그 일환으로 국부펀드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법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골자는 공기업 지분 현물출자 등을 재원으로 출범하려던 국부펀드에 반도체 초과 세수를 추가해 이를 국가전략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정부가 경계할 건 없을까. 우리보다 앞서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펀드를 만든 아일랜드와 호주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짚어봤다.
■ 사례① 출발이 나빴던 아일랜드 = 2024년 아일랜드의 법인세 수입은 281억 유로(약 41조원)였다. 10년 전인 2014년(40억 유로)보다 7배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법인세 정상화 조치에서 기인한 결과였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조세피난처(법인세율이 0%에 가까운 국가)'로 수익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유럽의 법인세 과세를 회피했는데, 2015년 OECD가 세원잠식ㆍ이익이전 방지 규범(BEPS)을 도입하면서 조세 회피가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이 그나마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로 몰리면서 아일랜드의 법인세가 폭증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일랜드에 내는 법인세만 아일랜드 전체 법인세의 39.1%(110억 유로ㆍ2024년)를 차지할 정도였다.
아일랜드 정부는 갑자기 불어난 법인세를 임금 인상이나 복지 급여 확대 같은 구조적 경상지출의 재원으로 활용하지 않고, 펀드로 운영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인구 고령화로 연금ㆍ의료 관련 재정이 나빠지면서 미래를 대비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2024년 미래아일랜드펀드(FIFㆍFuture Ireland Fund)가 탄생했다.
[사진|뉴시스]
FIF 설립 법률에 따르면 펀드의 목적은 '2041년 이후 고령화ㆍ기후ㆍ디지털화 등으로 인한 국가 지출 압박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2024년부터 2035년까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8%를 FIF에 납입하도록 법에 명시했고, 납입 비율은 경기에 따라 0%까지 조정할 수 있게 안전장치를 뒀다.
FIF 납입 의무 기간은 2024년부터 2035년까지이며, 2036년 이후에는 의회 결의를 통해 추가 납입이 가능하다. 인출은 2041년 이후부터 가능하다. 연간 인출 한도는 직전 연도 말 기준 순자산의 5%로 제한된다. FIF 운용 규모는 2026년 2월 3일 기준 약 136억 유로다.
하지만 FIF는 첫 출발부터 삐걱댔다. 아일랜드 정부는 FIF의 관리ㆍ운용 기관으로 국가재무관리청(NTMA)을 지정했는데, 원래 국채 발행과 외채 관리를 담당하던 기관이어서 펀드 전담 투자ㆍ관리 인프라가 없었다. 그 바람에 펀드 운용이 1년 4개월이나 지연됐고, 이로 인해 9000억원에 달하는 기회비용을 잃었다.
더 큰 문제는 상위 3개 기업집단이 전체 법인세의 46.3%(130억 유로ㆍ2024년 기준)를 부담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아일랜드 재정자문위원회(IFAC)는 "국제조세 환경, AI 업황, 미국의 세제ㆍ통상 정책 등에 따라 법인세 세수가 급감할 수 있다"면서 "일부 다국적기업의 납세에 의존하는 구조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 사례②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는 호주 = 아일랜드에 FIF가 있다면 호주엔 '미래펀드(Future Fund)'가 있다. 2001년 이후 중국의 산업화가 가속화하면서 호주의 대중對中 석탄ㆍ철광석 수출이 빠르게 늘자 관련 세수가 크게 늘어났다. 때마침 고령화로 재정이 악화일로를 걷던 호주는 관련법을 제정해 미래펀드(2006년)를 만들었다.
소유권은 재무장관에게 맡기고, 실제 운용은 독립적인 이사회(의장 1인ㆍ이사 6인)가 담당했다. 실무 투자 집행은 대행업체가 수행했는데, 조건이 제법 까다로웠다. 무엇보다 실질 수익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아야 했다. 국내외 주식ㆍ채권ㆍ부동산ㆍ인프라ㆍ사모펀드 등에 자유롭게 분산투자할 수 있었지만, '투자위험도가 과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란 조건도 있었다.
펀드 재원 납입은 2006년부터 2008년에 걸쳐 이뤄졌다. 여기엔 재정 흑자분과 국영 통신사(텔스트라) 지분 매각 수익 등이 포함됐다. 2026년 3월 기준 운용 규모는 2690억 호주 달러(약 288조원)로 설립 당시(605억 호주 달러)보다 4.4배 커졌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소유권'을 가진 재무장관이 의회 동의 없이 운용지침을 단독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애초 미래펀드의 유일한 목표는 '수익 극대화'였지만 2024년 11월 앨버니지 노동당 정부가 운용지침을 개정하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이들은 '에너지 전환 지원, 주택 공급 확대, 국내 인프라 건설'을 '국가 우선순위'로 명시하고, 투자 결정 시 이를 고려하도록 의무화했다. 특정 정부의 지향에 맞춰 펀드의 방향성이 달라졌다는 거다. 이 때문에 독립성 훼손과 수익률 저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아일랜드와 호주는 미래를 위해 '펀드'를 조성했지만, 크고 작은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두 나라의 정책적 오류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건 뭘까. 2편에서 이야기해보자.
김진욱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email protected]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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