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에너지믹스 현장을 가다] AI 시대 전력심장 '신한울'…원전·양수·태양광 잇는 전력망
작성자 정보
- 김프로 작성
- 작성일
본문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1·2호기. 사진 출처 : 한국수력원자력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주제어실(MCR). 거대한 대형정보표시반 앞에서 교대 근무자들이 쉼 없이 발전소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공간, 수천 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오가는 이곳은 서울시 연간 전력 사용량의 약 18%를 생산하는 대한민국 전력망의 심장과도 같은 장소다.
울진에서 차로 두 시간을 더 달리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안동 임하댐 수면 위에는 태극기와 무궁화 형상의 수상태양광 패널이 떠 있었고, 경북 예천 산속 지하에서는 거대한 양수발전 터빈이 전력계통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형 원전이 안정적 기저전원을 생산하고, 재생에너지가 탄소중립 전환을 이끌며, 양수발전이 전력망 균형을 맞추는 구조. 인공지능(AI)·반도체·데이터센터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전력 시스템이 '원전-재생에너지-저장' 기반 에너지믹스로 진화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14일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현장에서 황희진 한국수력원자력 공사관리부장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 출처 : 한수원
◇“디지털 기기 내려놓고 들어가는 곳”…신한울 원전 내부 가보니
원전 출입 절차는 예상보다 훨씬 엄격했다. 출입증 교환과 지문 등록은 기본이고,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는 모두 외부에 두고 들어가야 했다. '국가보안시설 가급'으로 분류돼 외부인은 물론 한수원 직원들 역시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다.
신한울 1호기는 1400㎿급 한국형 신형경수로(APR1400)다. 기존 한국표준형 원전(OPR1000) 대비 출력이 40%가량 늘었고, 설계수명은 60년으로 확대됐다. 내진성능도 규모 7.0 수준까지 강화됐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노형과 동일하다.
원자로 격납건물은 높이 76.66m로 아파트 약 27층 높이다. 외벽 두께는 최대 122㎝에 달한다. 돔 구조의 원자로건물은 굵은 철근을 동그랗게 빙 둘러 묶어 강한 압력을 형성시킨 뒤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내부 기압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혹여 문제가 생기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새 나가지 못하고 외부 공기가 안으로만 빨려 들어가게 설계한 것. 신한울1·2호기에 투입된 철근만 10만3000톤으로 63빌딩 건설량의 약 13배 규모다.
발전소 내부는 예상과 달리 군더더기 없이 정돈돼 있었다. 상아색 특수 방호도장이 칠해진 내벽과 붉은색 방화 배관이 눈길을 끌었다. 내부 곳곳에는 방수문과 방화문이 설치돼 있었고, 핵심 비상설비는 침수 가능성이 없는 지상부에 배치돼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 설계를 대폭 강화한 결과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14일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1호기에서 박춘석 한국수력원자력 홍보부장과 질답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한수원
◇“서울 전력 18% 책임”…AI 시대 기저전원 부상
신한울 1호기가 한 해(2024년 기준) 동안 생산한 전력은 약 8821GWh다. 서울시 연간 전력 사용량의 약 18% 수준이다. 경북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20%를 담당하며, 국내 전체 전력 사용량의 1.7%에 달한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는 원전 역할을 다시 키우고 있다. 생성형 AI와 첨단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필요로 한다. 출력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산업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주제어실에서는 총 6개 조가 3교대로 근무하며 발전소 상태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었다. 만일 디지털 시스템이 고장날 경우를 대비해 아날로그 보드판까지 별도로 구축돼 있었다.
황민호 한수원 운영실장은 “신한울 1·2호기는 전적으로 디지털 계측제어설비(MMIS) 기반으로 운영되는 APR1400 노형”이라면서 “MMIS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SW)와 전자카드 역시 대부분 국산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MMIS는 단순한 설비 하나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 제어 시스템”이라면서 “모든 운전 정보와 설비 상태를 여러 운전원이 동시에 공유·확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터빈건물 내부는 또 다른 세계였다. 거대한 증기터빈이 굉음을 내며 회전하고 있었고, 내부 온도는 한겨울에도 40도를 웃돈다. 고온·고압 증기가 고압터빈과 저압터빈을 분당 약 1800회 회전시키고, 그 힘으로 전기가 생산된다.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P)에서는 푸른빛 물결이 반짝였다. 사용후핵연료는 물 속에서 냉각·보관된다. 물 자체가 가장 효과적인 방사선 차폐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원전은 약 18개월마다 계획예방정비를 진행하며 사용후핵연료 일부를 저장조로 옮긴다. 사용한 연료의 약 3분의 1을 사용후핵연료저장조로 옮기고 신연료로 교체하는 것이다.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3·4호기 건설 현장. 사진 출처 :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에너지 안보 중심축”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에서는 대형 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신한울3호기는 원자로 격납건물 철판(CLP) 설치가 진행 중이고, 4호기는 최초 콘크리트 타설을 앞두고 있다. CLP는 6㎜ 두께의 강철판으로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차단한다.
특히 바다 방향으로는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해저 터널 공사가 한창이었다. 차가운 심해수를 끌어오고 데워진 물은 다시 먼 바다로 보내는 구조다.
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한 명도 없었다. 원전 기술 보호를 위해 투입 인력 100%를 내국인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울3·4호기는 총 2.8GW 규모다. 연간 약 2만358GWh 전력을 생산해 서울 연간 전력 수요의 약 40%를 공급할 수 있다.
총사업비는 약 12조3000억원 규모다. 건설 기간 누적 720만명 고용효과와 약 2조원 규모 지역 지원 효과도 기대된다.
한수원은 신한울 원전을 단순 신규 발전소가 아닌 에너지 안보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술로 핵심 설비까지 모두 구현한 만큼, 원전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K-원전 수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종인 한수원 차장은 “신한울 1·2호기부터는 원자로냉각재펌프(RCP)와 디지털 MMIS까지 모두 국산화에 성공했다”면서 “단순한 발전설비를 넘어 국내 원전 기술 자립과 안전 고도화를 상징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14일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1호기 터빈룸에서 김종인 한국수력원자력 차장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 출처 : 한수원
기후에너지환경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14일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1호기 주제어실(MCR)에서 황민호 한국수력원자력 운영실장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 출처 : 한수원
이준희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