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탈석탄, 빈자리 누가 메우나…원전·태양광·양수 ‘에너지믹스’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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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현장.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지난 1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동해안에 맞닿은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현장에 진입하자 하늘 높이 솟은 대형 크레인 10여개와 건설자재를 실은 덤프트럭, 레미콘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가는 공사 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축구경기장 197개 넓이의 광활한 부지 한쪽에선 3호기의 원자로 격납건물 철판(CLP)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다른 한쪽에선 4호기의 원자로 건물이 들어설 기초 지반을 다지고 있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은 한국 원전 정책의 우여곡절을 상징하는 곳이다. 사업이 본격 추진된 건 2002년(예정구역 지정고시)이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이 무기한 중단됐다. 2022년 친원전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건설이 재개됐고, 지난해 5월 3호기 최초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으로 공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신한울 1·2호기.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오는 27일에는 4호기 건물에 콘크리트가 최초로 타설될 예정이다. 지난달 말 기준 3·4호기 종합 공정률은 29.8%. 멈춰 섰던 원전 부지 공사가 재개되면서 대형 전원 설비로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셈이다. 황희진 신한울 3·4호기 공사관리부장은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노형과 동일한 신형가압경수로(APR1400) 원전 2기를 짓는 것”이라며 “3호기는 2032년 10월, 4호기는 그 1년 뒤 준공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2기가 가동을 시작하면 예상되는 발전 전력량은 연간 2만358GWh(기가와트시)에 달한다. 2024년 국내 총발전량의 3.4%에 해당하는 규모다. 484만 가구(4인 기준)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자, 서울의 연간 전력 소요량의 40%에 해당한다. 원전은 이처럼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망의 기저 역할을 한다. 이재명 정부가 현재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는 석탈발전을 2040년까지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내건 상황에서 관건은 석탄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느냐다.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원전은 안정적 무탄소 전원으로 활용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대폭 늘리되 날씨와 시간대에 따른 출력 변동은 양수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임하댐 수상태양광.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울진에서 남서쪽으로 2시간가량 이동해 찾은 경북 안동시 임하댐. 이곳엔 원전과 함께 에너지 믹스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자리한다. 얼핏 평범한 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수면 위에 태극기와 무궁화 모양으로 펼쳐진 드넓은 태양광 패널 블록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7월 상업발전을 시작한 이곳은 국내 최초의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다. 태양광을 육지에 설치하려면 산지 훼손 우려와 주민 반대 등을 넘어야 해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 수상 태양광은 댐 위 수면 공간을 활용해 이런 부담이 적다. 임하댐 사업은 특히 주민참여형으로 설계해 수익 공유도 이뤄진다. 총사업비 732억원 중 지역 주민들이 50억원을 투자해, 향후 20년간 예상되는 발전수익 등으로 총 222억원의 혜택을 돌려받을 예정이다. 문제는 원전과 태양광이 각각 한계를 지닌 전원이라는 점이다. 원전은 안정적이지만 출력 조절이 유연하지 않고, 태양광은 친환경적이지만 날씨와 시간대의 영향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다. 태양광 발전이 확대될수록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대에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는 장치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예천 양수발전소 상부댐.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임하댐에서 더 내륙으로 향해 도착한 경북 예천군 은풍면 산속에는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양수발전소가 숨어 있었다. 양수발전소는 전기가 남을 땐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려 전력을 소모하고, 전기가 필요할 땐 다시 물을 아래로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한다. 물의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저장했다가 공급해주는 거대한 배터리인 셈이다. 발전소 입구에서 약 700m가량의 터널을 따라 들어가자 커다란 소음을 내는 발전기가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리는 양수(揚水) 기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1년 준공된 예천 양수발전소는 국내 7개 양수발전소 가운데 가장 최신이자, 단일 호기 기준 최대 용량을 자랑한다. 양수발전소 운전원리. 자료 한국수력원자력 태양광 발전이 늘면서 양수발전소의 기동 횟수도 증가 추세다. 예천 양수발전소 1개 호기 기준 발전 기동 횟수는 2024년 799회에서 지난해 860회로, 양수 기동은 538회에서 573회로 늘었다.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관계자는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화재 위험이 큰 ESS와 달리 양수발전은 안전하고 설비 수명도 길다”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는 시대 전력 계통 안정을 위한 핵심 시설”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충북 영동, 강원 홍천, 경기 포천 등 3곳에서 총 1.8GW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도 추진 중이다. 2030년 영동을 시작으로 2032년 홍천, 2033년 포천이 차례로 준공될 예정이다. 세종=남수현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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