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신뢰 인프라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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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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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문화체육관광부 집계 기준 2025년 K-콘텐츠 수출액은 149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K-콘텐츠와 K-컬처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향유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삼성전자 5%, SK하이닉스 8% 급락 마감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19.09포인트(5.81%) 내린 8,411.21에, 코스닥은 36.44포인트(4.10%) 내린 851.37에 장을 마감했다. 2026.6.26 [email protected]
지난 23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9.99% 무너졌다. 모든 거래를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2% 넘게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 주목할 대목은 그다음이다. 한국의 급락은 곧장 미국과 유럽 반도체주로 번졌다. 미국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13% 넘게 빠졌고, CNN은 한국 증시를 글로벌 기술주 조정의 출발점으로 지목했다. 한국 시장의 기침이 세계의 감기로 옮은 셈이다.
한국발 나비효과, 커진 영향력의 무게
이는 한국 증시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신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제 국내 대표 종목을 넘어,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의 중심축이다. 두 종목에 SK스퀘어를 더하면 코스피 시가총액의 60%에 육박한다. 이들이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출렁이고, 외국인 매도가 또 다른 매도를 부르는 구조다. 23일 하루에만 외국인이 5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이번 급락의 원인은 한 가지로 좁혀지지 않는다. AI 기대감으로 단기간 급등한 반도체주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고,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부담과 고평가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매도와 1,530원대로 오른 환율도 겹쳤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무너진 사건이라기보다, AI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한꺼번에 재평가된 국면에 가깝다.
배경에는 제도의 변화도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법은 세 차례 개정됐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어졌고,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잇따라 시행 단계에 들어섰다. 주가조작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과 불공정거래 과징금도 집행 체계를 갖췄다. 코스피는 2025년 10월 처음 4,000선을, 2026년 1월 5,000선을 넘어서며 오랜 '코리아 디스카운트'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 상승이 제도 효과인지, 반도체 업황과 유동성 같은 시장 환경 덕인지를 두고는 더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함께 나온다.
외국인 자금은 값싼 주식만 보고 들어오지 않는다. 시장의 제도 변화와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을 함께 읽는다. 한국 증시가 투명해지고 주주권 보호가 강해질수록, 외국인은 한국을 흔들기 쉬운 변방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중심 시장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 한국발 나비효과는 그 위상 변화가 현실이 됐다는 증거다.
화폐의 신뢰는 누가 설계하는가
같은 질문이 화폐의 영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무대는 스테이블코인이다. 특정 화폐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이 디지털 자산은 이제 결제와 송금, 가상자산 거래의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입구가 됐다. 작은 불안이 페그(가치 연동)를 흔들면 그 충격은 한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권도형이 만든 테라·루나의 붕괴가 보여준 그대로다.
그래서 각국은 화폐와 결제가 국가가 책임지는 영역이라는 원칙을 다시 확인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은 이른바 지니어스법으로, 유럽연합은 가상자산시장규제법(MiCA)으로 발행과 감독의 틀을 세웠다. 다만 그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에서는 테더·서클 같은 민간 기업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이끌고, 유럽연합도 인가받은 디지털 자산 기업의 발행을 허용한다.
한국의 선택은 더 신중한 쪽이다. 헌법상 화폐 발행 권한은 한국은행에 있고, 한국은행은 통화·금융 안정을 이유로 은행이 지분 51% 이상을 쥔 컨소시엄에만 발행을 맡기자는 '은행 51%룰'을 고수한다. 정부는 가상자산을 미래 금융 인프라로 규정하고 제도권 편입을 추진하지만, 발행 주체를 둘러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핀테크 업계의 견해차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은 당초 2025년 처리 목표가 무산된 뒤 6·3 지방선거를 지난 지금까지도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이 논쟁의 바탕에는 하나의 인식이 깔려 있다. 금융은 누구나 손쉽게 갈아 끼우는 플랫폼 서비스라기보다, 국민경제 전체에 물을 대는 수도관에 가깝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가상자산 붕괴는 시장의 자율 규제만으로 그 수도관을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드러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권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결국 화폐의 신뢰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물음과 맞닿아 있다.
토큰화 시대, 기술과 주권의 재조정
주식시장의 제도와 화폐의 발행권. 언뜻 멀어 보이는 두 사안은 같은 시대의 흐름 위에 있다. 자산과 화폐가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으로 거래되는 시대, 이른바 웹3.0의 물결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그 입구라면, 실물 자산을 토큰으로 쪼개 거래하는 실물자산 토큰화(RWA)는 그다음 단계로 꼽힌다. 금융의 토대가 빠르게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서 갈린다. 웹3.0을 떠받치는 기술의 본래 정신은 탈중앙화다. 중앙의 통제 없이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하자는 이상이다. 그런데 각국 정부가 내놓는 답은 그 반대편을 향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의 틀 안으로, 자본시장은 더 촘촘한 감시와 규율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탈중앙의 기술과 국가의 주권이 정면으로 마주한 채 균형점을 더듬는 과도기인 셈이다.
두 사안을 잇는 진짜 열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증시가 세계를 흔든 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진통도, 결국 한국의 제도와 신뢰가 세계 금융 질서 안에서 하나의 신호가 됐다는 뜻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더 예민하게 들여다보고, 글로벌 자본이 원화 디지털 자산의 향방을 주시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이 장면을 이미 다른 무대에서 목격했다. K-팝과 K-드라마, K-푸드로 대표되는 K-컬처는 어느새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들어, 한국에서 만들어진 노래 한 곡과 드라마 한 편이 지구 반대편의 취향을 움직이는 시대를 열었다. 변방의 문화로 여겨지던 콘텐츠가 세계가 함께 소비하는 중심이 된 것이다. 한국 증시가 세계 기술주를 흔들고, 원화의 디지털 설계가 글로벌 자본의 시선을 끄는 지금의 풍경은 그 문화적 위상이 자본시장으로까지 옮겨 온 장면에 가깝다. 콘텐츠로 세계의 마음을 얻은 나라가, 이제 자본과 제도의 언어로도 세계와 같은 무게로 대화하기 시작한 셈이다.
다만 영향력에는 책임이 따른다. 세계가 한국의 노래에 환호하면서도 그 산업의 노동과 공정성을 함께 들여다보듯, 세계 자본도 한국 시장의 규모만이 아니라 그 시장이 얼마나 투명하고 단단한지를 함께 묻고 있다. 남은 과제는 영향력의 크기를 키우는 일을 넘어선다. 그 영향력을 감당할 만큼 제도가 성숙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더 투명해지고 화폐의 설계가 더 단단해질 때, 한국은 흔들기 쉬운 변방을 벗어나 세계가 신뢰하고 들여다보는 중심에 설 수 있다. 토큰화의 시대가 진짜로 묻는 것은 신뢰의 인프라다.
K컬처가 세계의 마음을 얻었듯, 한국의 자본시장이 세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 새 기술을 얼마나 빨리 들여오는가를 넘어, 그 위에 어떤 신뢰를 세울 수 있는가에 그 답이 달려 있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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