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박차고 나오더니 ... 英 심장부 피카딜리에 K컬처 공간 열어 ‘대박’
작성자 정보
- 김프로 작성
- 작성일
본문
운영사는 한인 기업 JS홀딩스그룹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빨간 2층 버스가 줄지어 돌아 나가고 건물 한 면을 덮은 LED 광고판이 밤낮으로 번쩍이는, 연간 수천만명이 오가는 런던의 중심 광장이다. 이곳에 최근 한글 간판이 하나 걸렸다. 놀이터, 영문으로 ‘K-playground’다. 운영사는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런던에 자리 잡은 한인 기업 JS홀딩스그룹이다.
한인 기업 JS홀딩스그룹이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 인근 빌딩에 최근 확장이전한 놀이터.(JS홀딩스그룹 제공)
임대료가 비싸기로 손꼽히는 이 자리에 한국 중소기업이 K컬처 복합 매장을 냈다는 사실은 단순한 매장 개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영국 소매시장의 빈자리, 한류 소비의 전환, 한 사업가의 10년 경험이 맞물린 결과다.
영국 심장부를 파고든 K컬처
피카딜리라는 지명은 17세기 초 레이스 옷깃 피카딜을 만들어 부를 쌓은 재단사 로버트 베이커의 저택 피카딜리 홀에서 유래했다. 틈새 상품으로 일군 장인의 터전이 오늘날 런던 최고가 상권이 된 셈이다. 이 광장의 대형 광고판은 1954년 코카콜라 간판이 걸린 이래 영국에서 가장 비싼 광고 자리로 통한다. 이처럼 상징적인 런던의 중심에 한글 로고가 걸린 것은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놀이터는 1년 전 피카딜리 광장 인근 지하 공간에 첫선을 보였는데 현지 반응이 뜨거워 이번에 확장이전하게 됐다.(JS홀딩스그룹 제공)
여기에 최근의 상권 변화도 한몫했다. 브렉시트와 팬데믹을 지나며 영국 번화가의 상징적인 점포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속속 문을 닫았다. 런던의 자국 브랜드들이 축소되는 틈을 타, 한인 기업이 도심 한복판에 약 518제곱미터 규모의 대형 공간을 확보하며 공격적으로 진입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낮에는 디저트 카페, 밤에는 바 ... 단위 면적당 수익 극대화
기존에 런던 다른 지역에서 첫선을 보였던 놀이터는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체험형 복합 문화 공간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오픈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놀이터는 이번에 런던 최대 상권인 피카딜리 서커스로 확장 이전을 결정했다. 새 매장은 약 170평 규모로, 한 업종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한 건물 안에 K팝 음반과 굿즈, 포토카드, K뷰티, 디저트 카페, 인생네컷과 셀프 노래방, 패션 상품이 함께 들어 있다.
놀이터는 한 공간 내 K팝 음반과 굿즈, 포토카드, K뷰티, 디저트 카페, 인생네컷과 셀프 노래방 등 K컬처를 맘껏 즐길 수 있게 설계했다.(JS홀딩스그룹 제공)
회사가 내세우는 운영 방식은 시간대와 콘텐츠를 바꿔가며 한 공간에서 여러 번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상시 판매하는 리테일(소매점), 입장료를 받는 체험, 낮에는 디저트 카페였다가 밤에는 바 모드로 바뀌는 식음료, 팬미팅과 브랜드 출시 같은 이벤트, 입점과 대관으로 버는 B2B, 매장 데이터를 재구매로 잇는 온라인까지 여섯 갈래다.
낮밤 전환이 특히 눈에 띈다. 같은 평수를 하루에 두 번 쓰는 방식이다. 낮의 디저트 손님과 밤의 술 손님은 다른 사람이지만, 고정비는 한 번만 들인다. 비용과 수익성 관점에서 볼 때 임대료가 높은 피카딜리에서 단위 면적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한 구조다. 회사는 이 흐름을 방문, 참여, 구매,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자기 강화적 수익 순환이라고 설명한다.
내부 설계도 서울의 번화가를 층마다 옮겨 놓았다. 2층은 뷰티 체험존으로 명동, 1층은 K팝 굿즈와 팝업 공간으로 강남과 성수, 지하는 노래방과 포토부스 공간으로 홍대의 밤을 재현했다. 영국식 외관과 한국식 콘텐츠가 만나는 셈이다.
‘요리’란 식당으로 창업 ... 글로벌 플랫폼 진화
이런 사업모델 뒤에는 JS홀딩스그룹 김종순 대표가 있다. 삼성전자 유럽지사 출신인 김 대표는 회사 시절 유럽총괄을 맡게 됐을 때 17개 법인을 관리해보면서 사업에 눈을 떴다. 이를 K컬처에 접목, 유럽 사람들에게 소개해보면 먹힐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길로 2016년 런던에 한식당 ‘요리’를 열었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지금은 영국 36개, 유럽 16개를 합쳐 매장 52개에 직원 400여명 규모로 컸다. 요리 14개, 요리반점 1개, 노리 1개, 케이크앤빙수 1개, 더블레스 1개, 포카랜드 2개, 라이프포컷 29개 등 운영 사업만 30개가 넘는다.
김종순 대표가 운영중인 영국 ‘케이크앤빙수’ 매장에 찰스 왕이 다녀갔을 정도로 현지에선 유명하다.(JS홀딩스그룹 제공)
이렇게 외식업을 통해 입지와 현금흐름 관리를 익히고 인생네컷으로 오프라인 콘텐츠의 성공 데이터를 쌓은 결과물이 바로 놀이터다.
최근 K컬처 소비 시장의 흐름을 보면 오프라인 플랫폼의 등장 시점은 시장의 요구와 맞아떨어진다. 전 세계 한류 커뮤니티 규모는 약 2억2500만명, K콘텐츠 호감도는 70.3%, 월평균 지출은 15.4달러에 달한다. 콘텐츠는 온라인에 넘치는데 팬들이 모여 돈을 쓸 상설 오프라인 공간은 드물었다.
지난 1년간 파일럿(시범) 매장 형태로 운영하며 축적한 집객력(고객 유인 능력)은 숫자로 확인됐다. 방탄소년단 RM이 매장을 다녀갔고, 음악 축제 하이드파크와 연계해 블랙핑크 시즌에는 하루 3000명, 스트레이키즈 시즌에는 하루 4000명이 몰렸다. 대형 콘서트가 없는 평상시에도 단일 굿즈 팝업 행사에 사흘간 1800명의 팬이 방문하며 순수 오프라인 유통 매장으로서의 모객력도 입증했다. 아티스트의 영국 활동 일정에 맞춰 매장 콘텐츠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규모 관객을 매장으로 이끈 것이다.
확장 이전 전 놀이터에서도 방탄소년단 RM,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등이 영국 공연을 할 때면 하루 400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JS홀딩스그룹 제공)
확장 계획도 구체적이다. 영국 HMV, K콘텐츠 유통사 헬로82와 포카랜드를 통해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낸다. HMV는 1921년 문을 연 영국 음반 유통의 대표 브랜드다. 여기에 K팝 아이돌 포토카드 전문 유통 브랜드인 포카랜드와 헬로82의 K팝 공급망을 결합하는 구조다. HMV의 120개 오프라인 매장 팝업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것은, 비틀스를 팔던 영국 전통의 음반 진열대에 K팝 굿즈가 대대적으로 오르게 된다는 의미다. 이미 영국을 비롯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슬로바키아에는 놀이터 매장을 개점했으며, 향후 이탈리아 등지로 뻗어 나가며 라이선싱(특허사용 계약)과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자본 부담을 줄이고 세계 30여개국 진출을 목표로 한다.
놀이터는 영국을 비롯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슬로바키아에 매장을 오픈했으며, 향후 이탈리아 등 30개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JS홀딩스그룹 제공)
거점은 런던에 두고 한국이 만든 콘텐츠를 현지화, 고도화시키는 김 대표.
그는 “지난 1년 동안 유럽 현지 고객들이 보내준 기대 이상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런던 최고의 요충지인 피카딜리 서커스에 진출하게 됐다”며 “앞으로 놀이터는 한국 브랜드들이 유럽 및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팝업과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는 플랫폼이자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문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식당 주인에서 출발해 글로벌 공간 기획자로 도약한 한인 사업가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