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버린 수단, 中은 거뒀다… 770억원 ‘푼돈 탕감’으로 전후 재건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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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 빈틈 파고든 中 무이자 차관 탕감 카드로 지배력 강화
중국이 수단에 빌려준 무이자 차관 4건, 3억4452만 위안(약 5000만 달러·771억 원)을 28일(현지시각) 통째로 탕감했다. 29일 수단 관영 SUNA에 따르면 두 나라는 이날 수단 최대 항구 포트수단에서 새 프로토콜에 서명하고, 해당 채무를 즉시 효력으로 취소한다고 밝혔다. 중국개발은행은 수단 중앙은행과 취소 차관의 정산 절차를 맡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차관 탕감 조치는 미국이 지난 26일 수단 정부를 겨냥한 새 제재를 내놓은지 며칠 만에 이뤄졌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26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앞서 의결한 법안에 따라 내전을 끌어온 책임자와 관련사들을 새롭게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은 현재 수단 지도부와 수단 국영 항공사도 포함됐다. 동시에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에서 수단 정부가 대출·채무 구제를 받지 못하도록 해당 기관 미국 지도부에 지시하는 조항을 넣었다.
수단은 지난 2021년 IMF와 세계은행의 고채무빈국(HIPC) 이니셔티브를 통해 3년 안에 500억 달러(약 77조1500억 원) 넘는 채무를 털어내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같은해 10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니셔티브 절차도 1년 뒤 멈췄다.
중국은 서방이 수단으로 가는 자금 통로를 잠근 국면에서 거의 유일한 돈줄이다. 이번 탕감 규모만 보면 수단 경제에 큰 보탬은 아니다. 전쟁 전 수단이 보유한 대외채무는 560억 달러(약 86조4000억 원)를 넘었다. 해당 대외채무를 기준으로 이번 탕감액은 그 1%에도 못 미친다. 이날 차관 탕감 이후에도 수단은 지금도 50억 달러(약 7조7150억 원)가 넘는 빚을 중국에 진 상태다.
2023년 4월 26일 중국 인민해방군(PLA) 해군이 수단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포트 수단에서 중국 국적자들이 검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수단에서는 현재 3년 넘게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UN은 수단군과 신속지원군(RSF) 간 전쟁으로 수단 경제가 약 40% 위축됐다고 집계했다. 내전 사망자는 150만 명을 넘었다. 실향민은 약 14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단에 정상 가동 중인 의료시설이 최소 필요량 대비 14% 미만이라고 봤다. 수단 파운드 화폐 가치는 전쟁 전 달러당 약 600파운드에서 2026년 6월 5000파운드 이상으로 뛰었다. 최근 1년 새 화폐 가치가 8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
반대로 중국은 17년 연속 아프리카에서 최대 교역국 자리를 지키며 권역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차이나-아프리카 연구 이니셔티브는 중국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아프리카 대륙에서 무이자 채무를 최소 34억 달러(약 5조2462억 원) 털어줬다고 집계했다. 무이자 차관 탕감은 중국이 아프리카 정상급 회의에서 되풀이해 꺼내는 외교 카드다. 중국이 아프리카 외교 무대에서 통 큰 결단인 것처럼 탕감해 주는 빚은 대부분 중국 정부 예산에서 직접 나간 ‘소규모 무이자 차관(대외 원조 성격)’에 한정된다. 알자지라는 이를 두고 ‘규모가 작은 차관으로 큰 영향력을 사는 거래에 가깝다’고 했다.
반면 아프리카 국가들이 도로, 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를 지을 때 중국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에서 빌린 막대한 돈은 철저히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대출이다. 국책은행을 거친 대형 상업 차관에는 높은 이자가 붙어 쉽게 지우지 못한다.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거액의 원금뿐만 아니라 막대한 이자 수익까지 걸려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외교적 환심을 사려는 목적으로 이 거대한 부채를 쉽게 없애주거나 포기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서방이 수단 지도부를 고립시키려는 현 국면을 감안하면 작은 탕감 하나가 중국에도 큰 지렛대를 쥐여준다고 내다봤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수단은 중동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맞닿는 요지에 자리한다. 이 일대는 홍해를 끼고 수에즈운하로 이어지는 핵심 항로기도 하다. 이 길목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경제적 가치는 5000만 달러보다 훨씬 크다고 알자지라는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중국과 수단은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수단 유전 진출을 계기로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CNPC는 서방 기업이 제재로 빠져나간 이후 벌판이었던 포트수단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2011년에는 남부가 독립을 택하면서 신생국 남수단이 유전 대부분을 가져갔다. 이후 수단으로 가는 중국 투자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
가브릴 이브라힘 수단 재무장관은 이날 서명식에서 탕감을 환영하며 수단과 중국의 오랜 경제 관계를 치켜세웠다. 그는 “전쟁 내내 중국이 투자를 이어온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서방은 대체로 지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브라힘 본인 역시 지난해 9월 내전 가담과 이란 연계 의혹으로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 상태다. 쉬젠 주수단 중국 대리대사는 이날 서명식에서 “중국은 전쟁으로 파괴된 수단을 재건하는 데 도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국제 금융기관 은행 제재를 풀 방안을 검토하고, 중국 CNPC의 수단 내 운영 재개가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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