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AI 재판- 머스크 vs 올트먼②] 폭로와 협박의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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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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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록먼 "피·땀·눈물로 일군 가치" 머스크는 합의 거절당하자 "가장 미움받는 사람 될 것"
머스크와 오픈AI의 법정 다툼이 2주차에 접어들며 양측 모두의 약점이 도마에 오르는 진흙탕 국면으로 들어섰다. 당장 4일(현지시간)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이 이틀에 걸쳐 증언대에 오르면서 자신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300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공개하고 말았다.
머스크도 일격을 맞은 것은 마찬가지다. 자신의 AI 회사 xAI에서 오픈AI 모델을 활용해 자체 모델을 학습시킨 사실을 일부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 직전 주고받은 합의 시도와 그 결렬 과정도 드러나면서 양측 모두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브록먼 오픈AI 사장. 사진=연합뉴스
브록먼 44조원 지분은? "10만 달러 기부 약속도 안 지켰다"머스크 CEO를 대리하는 스티븐 몰로 변호사는 4일 오클랜드 법정에서 브록먼 사장이 보유한 오픈AI 영리 부문 지분 가치가 약 3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나아가 브록먼 사장이 회사에 직접 투자한 돈이 없으며 다른 기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1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한 약속도 끝내 이행하지 않았다고 기세를 올렸다.
실제로 몰로 변호사는 브록먼 사장이 2017년 개인 일기장에 "어떻게 하면 10억 달러를 벌 수 있을까(Financially, what will take me to $1B?)"라고 적어둔 대목을 꺼내 들었다. 그는 "인류의 이익을 위한 비영리 단체에서 일한다면서, 왜 10억 달러를 뺀 나머지 290억 달러의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브록먼 사장은 "10억 달러에 대한 고민은 어떤 선택을 해야 매일 아침 기꺼이 일어나서 일하고 싶을까에 대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몰로 변호사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 10억 달러로는 부족하고 30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뜻인가"라며 공세의 수위를 끌어 올렸다.
브록먼 사장도 방어전에 '올인'했다. 회사의 현재 가치가 머스크 CEO가 떠난 이후 자신과 올트먼 CEO가 '피, 땀, 눈물(blood, sweat and tears)'로 쌓아 올린 결과물이라고 항변하는 한편 자신과 올트먼 CEO가 회사를 8520억 달러 가치로 끌어올리면서 비영리 부문 자산이 1500억 달러를 넘어선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여전히 비영리 단체"라며 오픈AI 재단이 회사를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머스크 CEO와의 과거 약속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회사의 지배구조 형태에 대해 머스크 CEO에게 어떤 약속도 한 적이 없으며 다른 누구가 그런 약속을 하는 것을 들은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이어 머스크 CEO가 한때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800억 달러가 필요하다며 오픈AI에 대한 지배권을 요구했다고 진술하며 역공을 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xAI도 안전 리스크"머스크 CEO도 일격을 맞았다. 특히 가장 곤혹스러운 장면은 자신이 운영하는 xAI에 대한 내용이다. 실제로 빌 사빗 오픈AI 측 변호사는 머스크 CEO가 오픈AI의 영리 추구가 인류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지만, xAI 역시 투자자와 수익 약속이 있는 영리 회사인 만큼 같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xAI도 그런 안전 리스크를 갖고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머스크 CEO는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의 약점이 심각해지는 순간이다.
머스크 CEO는 나아가 xAI가 오픈AI 모델 결과물을 활용해 자체 시스템을 검증·학습시켰다는 점도 일부 인정했다. 그는 "AI 기업들이 다른 AI 기업의 모델을 정제(distill)해 활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부분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대형 모델이 생성한 합성 데이터로 작은 모델을 학습시키는 '모델 증류(model distillation)' 기법이다. 자신이 비판해 온 회사의 기술을 자기 회사의 검증·학습 과정에 끌어다 썼다는 사실이 공식 법정 진술로 남게 된 셈이다.
기부금 규모도 도마에 올랐다. 머스크 CEO는 그동안 BBC 등 외신을 통해 자신이 오픈AI에 4400만 달러 안팎을 기부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법정에서 실제로 확인된 기부액은 약 3800만 달러였다. 한때 약속했던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은 이행되지 않았다. 별도의 계약서나 기부 조건을 명시한 문서도 회사 정관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됐다.
과거에 쓴 이메일도 발목을 잡았다. 머스크 CEO는 2016년 자신의 자회사 뉴럴링크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비영리법인으로 설정한 것이 돌이켜 보면 잘못된 결정이었을 수 있다"고 적은 적이 있다.
비영리 사명을 배신당했다는 핵심 주장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정황이다.
소송 시점도 의문이다. 머스크 CEO는 2017년부터 올트먼·브록먼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고 진술했지만 정작 소송은 2024년에야 제기됐다. 이에 대해 머스크 CEO는 "올트먼과 브록먼이 자선 단체의 창립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렸고 2022년 마이크로소프트의 100억 달러 투자 수용을 보고 결심이 굳어졌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재판이 본격 개시되기 직전 머스크 CEO가 브록먼 사장에게 합의 의사를 타진했던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실제로 오픈AI 측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재판 이틀 전 브록먼 사장에게 합의 의향을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브록먼 사장이 양측 모두 소송을 취하하자고 제안하자 머스크 CEO는 "이번 주 내에 당신과 샘(올트먼)은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이 될 것"이라며 "당신이 고집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오픈AI 측은 이 메시지가 "머스크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동기가 법적 권리 구제가 아니라 경쟁사와 그 경영진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증거 채택을 요청했다. 다만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머스크 CEO의 증언이 끝난 시점에 제출됐어야 한다며 증거 채택을 기각했다.
이런 가운데 브록먼 사장은 머스크 CEO가 2017년 오픈AI 직원 일부를 테슬라 자율주행팀(오토파일럿)에 사실상 무급으로 차출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맡겼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오픈AI 비영리 자원이 머스크 CEO의 영리 회사를 위해 쓰였다는 정황으로, 머스크 측 도덕적 권위에 의문을 던지는 대목이다. 브록먼 사장은 머스크 CEO가 핵심 연구자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를 테슬라로 영입한 뒤 자신에게 "사과와 고백"을 했다는 일화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올트먼 등판 분수령업계에서는 첫 주 머스크 CEO의 증언, 둘째 주 브록먼 사장의 반박이 이어지면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 우위를 점하기 힘든 국면이라고 본다.
실제로 머스크 CEO 측은 브록먼 사장의 44조원 지분이라는 충격적 수치를 끌어내며 '비영리 약속 배신' 서사를 강화했다. 다만 머스크 CEO 본인이 xAI 모델 증류와 과거 영리 전환 시도, 소송 시점 지연이라는 약점을 함께 노출했다.
이런 가운데 오픈AI 측은 머스크 CEO의 모순된 행적을 효과적으로 부각시켰지만 브록먼 사장이 직접 자본 투자 없이 거액의 지분을 챙겼다는 사실 자체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 연장선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이번 주 증언대에 오를 예정이고 11일이 포함된 주에는 올트먼 CEO가 직접 출석한다. 일리야 수츠케버 공동창업자와 미라 무라티 전 CTO의 증언도 예정돼 있다. 전운이 짙어지는 이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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