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공존" 트럼프는 "사업"…손 맞잡았지만 '뼈있는 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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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면전서 '대만 충돌' 경고한 시진핑베이징서 135분간 美·中 정상회담시진핑 "대만문제 잘못 처리하면 충돌" 노골적 압박트럼프는 "회담 좋았다"…패권경쟁 미묘한 변화 기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미국이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양국이 무력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과 이란 문제를 논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대만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이날 회담은 인민대회당에서 오전 10시25분부터 약 2시간15분 동안 열렸다. 회담 도중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대만 독립’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중국과 미국 양국 모두에 가장 중요한 공통분모”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지키고자 한다면 대만 독립을 ‘반대’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머물고 있다.
< 시진핑 키 맞춰준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민대회당 앞에서 시 주석과 악수하며 다리를 벌려 키를 맞춰주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두 정상의 키 차이는 10cm 정도다. AFP연합뉴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하고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말하며 이것이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같은 강대국 지도자들이 “시대에 부응해 함께 답을 내놔야 할 과제”라고 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원전 5세기 신흥 강국인 아테네가 급부상해 기존 강국인 스파르타에 도전하며 초래된 긴장이 펠로폰네소스전쟁으로 치달았다는 역사학자 투키디데스의 해석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동등한 관계임을 강조하며 미국이 잘못 판단한다면 양국이 충돌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중동 정세, 우크라이나 사태, 한반도 문제 등 주요 국제 및 지역 현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시 주석은 “양측이 합치면 모두에게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상처를 입는다”며 공조 노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요 행사가 열리는 동안 SNS에 글을 올리거나 취재진에게 회담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회담에 관한 질문에 “좋다. 중국은 아름답다” 등의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은 15일까지 이어진다. 15일에는 오찬과 차담회 등을 통해 두 정상이 밀도 높은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협상 '4대 레드라인' 앞세운 中…美와 기싸움 대만 독립과 평화 섞일 수 없다"…習, 정상회담서 이례적 강경 발언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의미다. 오랜 기간의 노력이 쌓여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뜻으로 중국에서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다.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바늘’처럼 박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을 본격화한 중국 지도자들이 꾸준히 ‘도끼’를 갈아온 결과다.
◇ 트럼프 면전에서 강한 경고
이날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의 회담은 135분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보다 35분가량 길다. 본격적인 현안과 관련한 논의는 15일 예정된 차담과 회담에서 이뤄지고, 14일에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풀어갈 것이란 예상은 초반부터 빗나갔다. 자리에 앉은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대만 문제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총체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처리하면 부딪치거나 심지어 충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국 간에 연출될 수 있는 긴장 수준을 ‘팽당(부딪침)’과 ‘충돌’로 표현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팽당은 비교적 표면적이고 가벼운 부딪침, 충돌은 심층적이고 장기적인 대결을 의미한다.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 평화는 물과 불처럼 서로 섞일 수 없다”고도 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지만 양국 정상이 마주 앉은 자리에서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이 나온 전례는 없다. 부산 회담 때는 관련 문제를 아예 거론하지 않았고, 2017년 베이징 회담 때도 “양측은 서로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 회담 전부터 美 압박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먼저 제시하기도 했다. 주미중국대사관이 X를 통해 내놓은 ‘4대 레드라인’이다. 여기에는 대만 문제와 함께 티베트,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는 언급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공산당의 통치 체제를 인정하고, 중국을 공급망에서 강제로 분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도 포함됐다.
전날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 영접도 비슷한 압박의 연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방중 때 양제츠 당시 국무위원이 공항에 나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정 국가 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다. 직함은 한 부주석이 높아 보이지만 공산당 상무위원회에 포함돼 있던 양 위원과 달리 실권이 없기 때문이다. 충분한 예우를 제공하면서도 정상회담의 주도권은 시 주석에게 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 시진핑과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끈다. 패권국과 그에 도전하는 국가 사이에는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2012년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다. 시 주석은 2014년부터 미·중 관계의 미래 리스크를 경고하는 의미로 이를 사용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23년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고 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넘어설 수 있을지,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할 수 있을지는 역사적 질문”이라고 말했다. 군사적 충돌과 공동의 패러다임 사이에서 두 나라가 양자택일을 해야 할 상황이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인들이 무역과 사업을 고대하고 있다”며 “(회담 결과는) 전적으로 상호주의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상 등에서 실질적인 양보를 중국에서 얻어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이상은/베이징=김은정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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