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해방’ 역풍에 장기채 파멸선 5% ‘아슬’ [트럼프 스톡커]
작성자 정보
- 김프로 작성
- 작성일
본문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210>美국채 30년물 금리, 10개월 만에 5% 돌파해협 긴장 장기화에 유가發 물가 상승 위험주담대·투자·소비·재정 등 악영향 가능성“파멸의 문 열릴 수도”...연준도 정책 딜레마출구 없는 트럼프, 韓中에 중재·참전 촉구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바히디 총사령관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란 측의 실질적인 막후 통제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 프로젝트(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이 역효과를 부르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려는 시도가 이란과의 충돌 가능성만 키우며 거꾸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형국이다. 특히 미국 국채 금리가 올 들어 처음으로 5%를 넘나들면서 물가는 밀어올리고 다른 분야 투자는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미 국채 시장도 한동안 불안한 흐름을 보일 공산이 커졌다.
30년 만기 美국채 금리, 10개월 만에 5% 돌파...주담대, 투자, 소비, 재정 악영향
미국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거래중개인들. AF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 시간)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30년물의 금리는 하루 만에 0.06%포인트 상승해 5.02%를 기록했다. 30년 만기 국채의 금리가 5%선을 넘은 것은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물가 상승과 재정적자 증대 우려가 확산했던 지난해 7월 17일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30년물 금리는 미국 주택담보대출과 우량 회사채의 준거 역할을 한다. 이 금리가 5% 위에서 움직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회 안팎에 불과한 특이 현상이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에 국채 수익률이 올랐다는 것은 그 값은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날은 채권시장의 기준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과 단기물인 2년물도 0.07%포인트, 0.08%포인트씩 상승했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5일 다소 하락하긴 했으나 여전히 4.99%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제3국의 선박 안전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휴전 분위기가 역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과 뉴욕상품거래소의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이 5% 안팎으로 치솟으면서 각각 114.44달러, 106.42달러에 이르자 인플레이션 공포가 채권시장까지 번졌다. 전쟁의 장기화 기미에 가뜩이나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재정이 지출 확대로 휘청일 것이라는 관측도 반영됐다.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부채는 현재 약 39조 달러(약 5경 3000조 원)에 달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4일부터 해당 작전을 포함한 해방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과 그 주변에 갇힌 선박은 약 2000척, 선원은 2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군이 이 과정에서 이란의 소형 고속정 7척을 격침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달 7일 휴전 이후 그나마 잠잠했던 이란도 반격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발 미사일 15기, 드론 4대를 격추했다며 드론 1대가 푸자이라 석유 시설에 화재를 일으켜 인도인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영국군도 UAE 인근 해상에서 화물선 2척이 불탔다고 밝혔다. 오만도 호르무즈해협 인근 주거용 건물이 공습을 받아 외국인 근로자 2명이 다치고 차량 4대가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알리 압돌라히 이란군 최고사령관은 이란 국영 IRIB방송에 “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하거나 진입하려는 모든 외국 군대, 특히 미군은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X(옛 트위터)에 “미국은 다시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 금리 인하 가능성도 급감...“30년물 금리 5% 넘으면 파멸의 문 열릴 수도”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통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채 장기물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30년물의 경우 미국 주담대 금리를 끌어올려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와 소비 둔화로 직결될 수 있다. 채권 금리 상승은 부채가 많은 한계기업들에 이자 부담을 늘려 파산 가능성을 높이는 영향도 준다. 나아가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키고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시장으로 흘러가야 할 자본의 흐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미국 국채가 가격 하락으로 안전자산 노릇을 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전반적인 불확실성도 커지게 된다. 미국 연방정부가 막대한 부채에 대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도 급증하게 된다.
나아가 미국 정부가 30년물 국채 보유만으로 5%의 금리를 보장하게 되면 이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제 분야들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위험을 떠안고 투자에 나서느니 5% 금리에 안주하자는 심리가 확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모든 자산의 가격이 강제적으로 재조정되고 인공지능(AI) 투자로 버티던 미국 경제의 호황 주기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5일 상무부에 따르면 3월 미국의 상품·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는 603억 달러로 2월 578억달러보다 4.4% 늘었다. 수출이 2월보다 62억 달러(2.0%) 증가한 3209억 달러에 달했으나, 수입도 같은 기간 87억 달러(2.3%) 늘어난 381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이를 상쇄했다. 미국 국책 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전쟁 직전인 2월 26일 5.98%였던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주담대 평균 금리는 그 이후 6% 중반까지 치솟았다. 마이클 하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최고투자전략가도 1일 투자자 노트에서 3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 5%를 ‘마지노선’에 비유하며 “수익률이 이보다 더 높아질 경우 파멸(doom)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실종됐다. 지난달 28~29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투표권자 12명 가운데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은 총재 등 무려 3명이 추후 금리 인하를 암시하는 문구조차 성명에 넣지 말자며 반대 의견을 냈을 정도다. 이는 이달 최종 인준 절차를 밟고 있는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자에게도 큰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취임 초부터 연일 금리 인하를 원하는 인사권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연준 내 반발 기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에도 트루스소셜에 제롬 파월 의장 사진을 올리고 “‘너무 늦은(Too Late) 사람’은 미국의 재앙”이라며 “금리가 너무 높다”고 비판했다. 파월 의장은 의장직 임기가 끝나는 15일 뒤에도 자신에 대한 법무부 수사가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연준 이사로 남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5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올해 말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 3.50∼3.75%로 유지할 확률을 61.4%, 금리를 인상할 확률을 30.4%로 봤다. 연준이 연내 한 차례라도 금리를 내릴 확률은 8.1%에 그쳤다.
출구 안 보이는 전쟁...중국, 한국 등에도 잇따라 중재, 참전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채권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 합의는 좀체 타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해방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이란의 군대가 미국 선박을 겨냥하려고 한다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발언의 강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유연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미국은 나아가 오는 14~15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에 중동 전쟁 관련 역할론을 요구하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작전 지원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이 외교적 노력으로 이란이 해협을 개방하도록 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그 이유로 “중국은 이란 에너지의 90%를 구매했으므로 테러를 지원하는 최대 국가에 자금을 대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그 직후인 5일 이란의 아라그치 장관은 5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이 성사된 지난달 7일에도 AFP통신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란에 휴전 협상을 촉구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들었다”고 수긍한 바 있다.
미국 홀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되자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수위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워싱턴DC 백악관 행사에서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43%의 석유를 조달한다”며 “그들은 선박의 대열에 없이 혼자 행동하기로 하다가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화물선 HMM(011200) 나무호가 단독으로 움직이다가 이란에 공격을 당했다고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선박은 4일 박살났지만 미국이 보호하던 선박들은 공격당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에도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해방 프로젝트 작전과 관련해 한국 등 무관한 국가들의 화물선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며 “한국도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비협조를 이유로 유럽연합(EU) 자동차 관세 15%에서 25%로 인상, 주독 미군 5000명 감축 등을 발표하며 독일을 상대로 사실상 보복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도 5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더 나서주길(step up) 바란다”며 “일본이 더 나서주기를, 호주가 더 나서주기를, 유럽이 더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반해 화재 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진상을 규명하는 데 최소 며칠이 더 걸린다는 입장이다.
이란 전쟁이 적어도 2~3주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증시뿐 아니라 채권시장과 미국 국가 신용도도 상당히 흔들리게 됐다. 미국 국채 금리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각국의 통화정책,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가격, 미국 내 부동산과 소비시장 움직임, 미중 정상회담,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등이 연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브렌트유와 WTI 선물은 5일 휴전이 일단 유지됐다는 안도에 3.99%, 3.90%씩 내렸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email protected]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