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한국에서 발견한 'AI 케이크'… 5개 층을 모두 갖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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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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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P 송지윤 그래픽 디자이너  인공지능(AI)은 5개 층으로 쌓아 올린 케이크와 같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줄곧 강조해 온 비유다. 그리고 그는 나흘간의 방한에서 그 '완성된 케이크'를 한국에서 발견한 듯했다. 엔비디아는 AI를 단일 제품이 아닌 복합 구조로 본다. 맨 아래 에너지, 그 위에 반도체, 이를 담고 구동하는 인프라, 그 위 AI 모델, 마지막으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는 응용 단계다. 황 CEO는 모든 응용 단계의 수요가 결국 발전소까지 내려간다고 본다. AI 시대의 패권은 이 5개 층 전반의 경쟁력에서 갈린다는 것이다. 이 모두를 갖춘 나라는 드물다. 중국은 에너지·인프라·응용을 수직계열화해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모델에서 앞서 있다. 반면 한국은 5개 층을 모두 채울 잠재력을 지녔다는 게 황 CEO의 진단이다. 빡빡했던 나흘 일정 내내 그가 내비친 열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황 CEO는 10일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며 "지금이 여러분의 시간이다.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매우 특별한 순간에,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인프라: 'AI 팩토리'로 쌓는 기반 그의 행보는 케이크처럼 맨 아래에서 시작됐다. 이번 방한의 최대 규모 협력은 에너지와 그 위 물리적 인프라에 집중됐다. 다만 핵심은 건물보다 '클라우드', 즉 연산 능력을 빌려주는 서비스 계층에 있었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 DSX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가와트급 AI 클라우드를 구축한다. 첫 AI 팩토리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소버린·피지컬·에이전틱 AI 서비스를 국내에 제공한다. 네이버도 유사한 단계적 확장에 나선다.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 규모로 출발해 같은 해 100㎿, 2028년 200㎿로 키운 뒤 최종적으로 기가와트급에 도달한다는 구상이다. LG는 LG유플러스를 통해 같은 경쟁에 합류했다.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 DSX 기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최신 GPU를 수용하고 향후 AI 클라우드·GPU 서비스를 지원한다.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구동할 800V 직류(DC) 전력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는 전통적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엔비디아가 'AI 팩토리'라 부르는 시설이다. 전력과 데이터를 현대 지능의 기본 산출물인 토큰으로 바꾸는 공장인 셈이다. 이 같은 건설 흐름은 서해안으로 이어졌다. 황 CEO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에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엔비디아가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인프라 층이 구체적 형태로 드러난 대목이다. 토지와 전력, 냉각이 콘크리트로 구현돼, SK텔레콤·네이버·LG가 그 위에서 판매할 클라우드 서비스의 물리적 토대를 이룬다. 반도체: 가장 단단한 한국의 강점   AJP 송지윤 그래픽 디자이너  한 층 위의 반도체에서 한국의 입지는 가장 견고하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다년간 기술 협력을 맺고 AI 인프라·퍼스널 AI·피지컬 AI를 아우르는 엔비디아 4개 플랫폼에 걸쳐 메모리를 공동 개발한다. 기성품을 사들이는 게 아니라 엔비디아의 연산 로드맵에 맞춰 설계하는 메모리다. 황 CEO는 SK그룹 경영진과 회동한 뒤 기자들에게 "SK는 우리의 최대 메모리 파트너"라며 "이 협력을 여러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의 일정 반대편 끝을 장식했다. 황 CEO는 9일 저녁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과 비공개 회동하며 방한을 마무리했다. 양측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제조를 아우르는 폭넓은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후 황 CEO는 방한 내내 관통한 주제로 돌아갔다. 그는 "AI의 다음 물결은 AI가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사회와 문화의 결집력 덕분에 세계에서 매우 독특한 나라"라며 "오늘날 한국은 중공업과 제조업의 세계적 선두주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전자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급이며, 흥미롭게도 소프트웨어와 AI에서도 세계 선두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조와 중공업에 뛰어난 나라는 소프트웨어에 약하고, 소프트웨어에 강한 나라는 중공업에 약한데 한국은 이 모두에 탁월하다. 독보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AI 모델: 수입품이 아닌 한국산 다음 층인 AI 모델은 흔히 한국이 수입에 의존한다고 여겨지는 영역이다. 그러나 이번 방한은 다른 그림을 보여줬다. 엔비디아와 LG AI연구원은 한국의 대표 소버린 AI 모델 중 하나인 엑사원(EXAONE) 고도화에 협력한다. LG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와 니모(NeMo)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이를 학습시킨다. 한국형 인프라 위에서 벼려진 한국산 모델인 셈이다. 엑사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네이버는 한국어에 깊이 뿌리내린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하고 있고, 황 CEO가 게임 현장에서 기술력을 조명한 엔씨는 자체 바르코(VARCO) 모델군을 개발했다. 한국의 주요 AI 모델은 이를 구동하는 가속기 상당수가 외산일지언정, 점차 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다. 응용: 피지컬 AI로 향하는 열정 이 모든 층 위에 응용 단계가 있다. 황 CEO가 진정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고 보는 영역이자, 그의 열정이 가장 뜨거웠던 지점이다. 황 CEO는 "한국은 제조와 메카트로닉스, AI에 탁월하며, 이 강점들의 융합이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를 한국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표현으로 피지컬 AI인 로보틱스는 이번 방한에서 가장 폭넓은 협력을 이끌어냈다. LG전자는 미래 가정용 로봇에 엔비디아의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 추론 모델 적용을 검토 중이며, LG CNS는 엔비디아 기술을 산업 자동화·물류 시스템에 통합하고 있다. 두산은 이번 방문의 뜻밖의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 산업그룹은 AI 가속기에 쓰이는 첨단 전자소재를 공급하는 동시에, 엔비디아 플랫폼을 도입해 자체 로봇 시스템을 개발·학습시키는 양방향 관계를 맺었다. 황 CEO는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시구에 나서며 이 관계를 부각했다.   AJP 송지윤 그래픽 디자이너  삼겹살에서 신라호텔까지: 생태계를 관통한 일정 이번 투어 자체가 엔비디아가 한국에서 보는 생태계의 폭을 그대로 드러냈다.일정은 홍대의 삼겹살·소주 회동으로 시작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함께한 자리였다. 이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의 자율주행 논의, SK하이닉스에서의 메모리 협상, 네이버와의 클라우드 인프라 합의를 거쳐 신라호텔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의 회동으로 마무리됐다. 황 CEO가 서울을 떠날 무렵, '5층 케이크'는 발표 슬라이드 그 이상이 돼 있었다. 에너지는 한국의 원전 역량과 AI 팩토리 건설로, 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로 구현됐다. 인프라는 SK텔레콤·네이버·LG로, 모델은 엑사원과 하이퍼클로바X 등 소버린 AI로 나타났다. 응용은 자율주행차부터 공장 로봇까지 곳곳에서 확인됐다. 황 CEO는 "한국은 에너지부터 반도체, 인프라, 로보틱스, 응용에 이르기까지 AI 생태계의 모든 층에서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반도체 강국으로만 각인돼 온 나라를 향한 그의 메시지는 더 넓었다. 한국의 강점은 더 이상 AI 스택의 어느 한 층에 있지 않다. 거의 모든 층을 직접 쌓아 올릴 수 있는, 드문 능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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