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사겠지' 물량 밀어넣더니…"당장 가져가라" 난리 [차이나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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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척 신화' 네슬레의 몰락…재고 폭탄에 유통업체 '부글中 유통업체들, 네슬레에 환불 요구수요 둔화 속 과도한 물량 공급 지적지역 책임 강화제로 반전 노리는 네슬레
네슬레가 가파른 수요 둔화에도 과도하게 중국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면서 현지 유통업체들이 대거 환불을 요구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네슬레 차이나
한때 '중국 개척의 신화'로 불렸던 스위스 식품 대기업 네슬레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가파른 수요 둔화에도 과도하게 중국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면서 현지 유통업체들이 대거 환불을 요구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현지 기업들과 경쟁 심화 속에 소비 성장 둔화까지 맞물리면서 네슬레의 입지가 급격하게 축소됐다는 지적이다.
"물건 떠넘기고 환불 안 해" 유통업체 반발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허베이성에서 약 100㎡ 규모 창고를 운영하는 펑리칭은 네슬레 분유와 우유 제품 상자로 창고를 가득 채워두고 있다. 하지만 판매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2018년부터 네슬레 제품을 유통해온 그는 네슬레가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물량 구매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다른 유통업체로 대체될 수 있다는 압박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는 FT에 "비용은 계속 쌓이고 은행 대출도 갚아야 한다"며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그는 네슬레의 베이징 사무소를 직접 찾아가 항의했다. 네슬레가 판매되지 않은 재고에 대한 환불을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네슬레가 가파른 수요 둔화에도 과도하게 중국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면서 현지 유통업체들이 대거 환불을 요구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네슬레 차이나
비슷한 사례는 중국 전역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현직 네슬레 임원들은 이런 상황의 배경으로 채널 스터핑을 지목하고 있다. 기업이 내부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 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을 유통망에 밀어 넣는 관행을 말한다.
네슬레는 중국에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08년 상하이에 첫 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서구 기업들의 중국 진출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대에는 중국 현대 낙농 산업 형성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상황이 달라졌다. 네슬레의 중국 사업은 전체 연간 매출 895억스위스프랑(약 169조원) 중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과다. 네슬레의 중국 사업은 최근 7년 중 6년 동안 감소세를 이어갔다. 중국에서 30개 이상 공장과 연구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성과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네슬레, 중국서 평판 리스크 확산
업계에선 중국 시장에서 서구 기업들이 직면한 전반적인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지 기업들과 경쟁이 심화된 데다 소비 성장도 둔화된 탓이다. 특히 출생률 감소는 분유 판매 감소로 이어지며 네슬레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같은 수익성 악화는 경영진 교체와 제품 안전 논란이 이어진 시기와 맞물렸다. 2024년 지도부가 부진한 수요 속에서 실적 압박을 받으면서 교체됐고, 후임 역시 부적절한 사내 관계 문제로 해임됐다.
현지 업계에선 이렇게 경영 실적이 둔화하자 오히려 채널 스터핑이 더욱 심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 방식은 단기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유통업체들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서 브랜드 가치까지 훼손할 위험도 있다.
네슬레가 가파른 수요 둔화에도 과도하게 중국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면서 현지 유통업체들이 대거 환불을 요구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네슬레 차이나
중국 사업을 잘 아는 한 전직 임원은 "보너스를 받고 실적을 보여주기 위한 쉬운 방법"이라고 했다. 제품을 밀어내는 동시에 소비자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스위스 본사 경영진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중국통을 중국 사업 책임자로 앉혔다. 조직 단순화와 지역 책임 강화 등을 포함한 구조 개편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중국 내 유통업체 수를 줄이려는 모습이다. 전직 임원은 "유통업체 수는 적을수록 관리가 쉽고 재고와 가격, 거래 조건을 통제하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제품을 유통망에 밀어넣기보다 소비자 수요를 먼저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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