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변수에…펜실베이니아 반도체 부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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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기업인 AMD 독일 드레스덴 공장 클린룸. /사진=한경DB
미국 펜실베이니아 리하이밸리의 반도체 산업 부활 계획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지연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도 연방 지원금이 집행되지 않으면서다. 해당 지역 투자와 산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5개월 전 반도체 생산을 아시아에서 되돌리기 위해 리하이밸리를 포함한 지역에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당수 자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기업과 지방정부는 투자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리하이밸리는 1951년 최초의 대량 생산 트랜지스터가 만들어진 지역이다. 한때 웨스턴일렉트릭과 벨연구소가 수천 명을 고용하며 미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후 제조 기능은 약화했지만 설계와 인력 기반은 유지되며 재도약 기대가 이어져 왔다.
사진=로이터
현재 브로드컴 공장은 데이터센터용 레이저 칩 생산을 확대하며 최근 4년간 생산량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회사는 올해 투자 규모가 지난 6년 총합보다 클 것으로 예상한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포토닉스 반도체는 챗GPT와 같은 AI 시스템을 구동하는 칩 연결 기술에 사용되며,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와 맞물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2022년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은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 인피네라와 코히런트는 각각 9300만달러, 790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배정받았지만 계약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인피네라는 부지 확보와 인허가도 마무리하지 못했고, 코히런트 역시 정부 일정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지연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보조금 정책을 비판하고 기업별 협상을 통해 투자 확대를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일부 기업에는 더 큰 투자 약속을 조건으로 지원을 재조정했다. 인텔의 경우 약 110억달러 지원을 지분 형태로 전환하는 조치까지 취해졌다. 그럼에도 인텔은 리하이밸리 사무소를 폐쇄하고 인력을 감축했다.
정책 변화는 단기 지연을 넘어 구조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 투자는 수십 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정책 방향이 수시로 바뀌면서 기업들이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역 관계자들은 “정부가 누구를 선호하는지에 따라 투자 환경이 달라진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시장 신뢰가 약화했다고 지적한다.
반도체산업협회는 2030년까지 미국 반도체 인력이 11만5000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고급 기술 인력 부족을 경고했다. 리하이밸리는 벨연구소 출신 엔지니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숙련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부에서 인재가 유입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은 지역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광통신 기반 칩 기술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리하이밸리 기업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광학 산업의 폭발적 성장기”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 갈등, 희귀 원소 공급망 문제, 숙련 인력 비자 비용 증가 등 추가 변수도 남아 있다. 정책 환경과 글로벌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투자 지연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리하이밸리의 반도체 부활은 연방 정책의 일관성과 자금 집행 속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향후 보조금 계약 확정 여부와 기업들의 실제 투자 집행이 지역 산업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김주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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