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세상만사 <49>] 美 일방주의가 불러온 호르무즈 봉쇄,피해는 아시아 국가로, 韓 해상 운임 급등

작성자 정보

  • 김프로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사진 셔터스톡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 -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 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2월 28일(현지시각) 시작된 이란 전쟁은 ‘호르무즈’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초점이 모이고 있다. 중동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호출되던 호르무즈라는 단어가 그 위력을 드러내고 있다.바다를 중심으로 지도를 살펴보면 중동 모습이 다르게 다가온다.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쪽으로는 페르시아만, 서쪽으로는 홍해와 접하고 있다. 페르시아만 한쪽에는 이란이 그리고 반대편에는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가 자리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아라비아해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해당한다. 반대편 홍해 쪽도 비슷하다. 사우디아라비아 반대편에는 이집트, 수단, 에리트레아, 지부티가 있다. 이곳에서 아라비아해로 빠져나가려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세계경제를 떠받치는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좁은 해협을 통과해야만 넓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유엔 해양법 비준하지 않은 미국과 이란잘 알려진 것처럼 호르무즈해협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곳이다. 하루 세계 원유 생산량이 약 1억 배럴이기 때문에 생산량의 20%가 이곳을 지나고 있다. 원유 이외에 LNG도 세계 교역량의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세계 3대 LNG 수출국이자, 우리의 주요 LNG 수입국인 카타르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는 당연히 원유 생산량이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38%가 사우디아라비아산이다.호르무즈해협의 폭은 매우 좁다. 가장 좁은 곳은 21해리(약 39㎞)에 불과하다. 제일 넓은 곳도 52해리(약 96㎞) 수준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바다 영토에 해당하는 영해는 12해리가 일반적이다. 가장 좁은 지역인 무산담반도를 기준으로 하면 이곳을 영토로 하는 오만과 반대편 이란이 각각 12해리를 영해로 규정하면 해협 전체가 영해에 해당한다. 여기서 UAE가 아니라 왜 오만인지 궁금해진다. 무산담반도와 오만은 연결돼 있지 않지만, 오만 영토다. 사막 피오르로 불릴 만큼 절벽과 협곡이 이어지는 지형을 자랑하는 무산담반도에 거주하던 부족이 UAE가 만들어질 때 UAE 대신 당시 영국 보호령이던 오만에 포함될 것을 선택한 결과, 이곳은 오만 영토가 됐다. 좁은 해협에 거대한 유조선이 바쁘게 움직이는 이곳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가상의 선이 그어져 있다. 만 안쪽으로 이동하는 노선과 밖으로 빠져나오는 노선이 각각 있다. 폭 3.2㎞씩 이 노선 사이에는 다시 3.2㎞의 완충지대가 있다. 유엔(UN)해양법에 따르면, 영해라 할지라도 일반 상선이 그냥 통과할 경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과 이란은 유엔해양법을 비준하지 않은 소수의 나라다. 이들이 이 해협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아시아 중에서도 동남아 타격 심해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 곳은 아시아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우리나라의 경우 72%, 일본은 90% 이상이다. 중국도 42%에 이른다. 지정학적 위험을 무릅쓰고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 자체의 가격도 싸지만, 운송비가 저렴하다. 비싼 운송비를 주고 굳이 멀리서 들여올 필요는 없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경우 지속적으로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진행하면서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경제성을 모든 판단 기준으로 정하면서 중동 일변도가 됐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그래도 우리나라가 포함된 동북아 국가 사정이 제일 좋은 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200일 이상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 역시 180일 이상의 비축유를 가지고 있다. 대만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90일 분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막대한 무역 흑자로 쌓아놓은 엄청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세계 어디에서라도 원유를 사 올 수 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국가는 비싼 가격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그렇지 못한 국가다.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상황은 심각하다. 베트남은 산유국이지만, 자국에서 생산되는 원유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그동안 전량 수출해 왔다. 품질이 좋기 때문에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싼 중동산 원유를 도입하는 것이 더 이익이었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자, 상황은 달라졌다. 원유나 각종 원자재 비축은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많은 돈을 들여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돈 낭비로 간주되기 일쑤다. 베트남처럼 각종 인프라 투자에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국가로서는 비축은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호르무즈해협이 차단되자,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일본까지 와서 비축유 공급을 타진했다. 원유 생산 국가가 원유가 나지 않는 나라에 도움을 청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필리핀은 일찌감치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주 4일제 근무, 재택근무 확대, 석유류 배급제 등 강력한 통제 조치를 하고 있다. 한때 석유를 수출하던 인도네시아도 자국산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수입국으로 전환된 상태에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은 파키스탄과 인도 등 서남아시아 국가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로, 중동과 거리가 가깝다. 하지만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외화가 부족했고, 그동안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지원으로 넘겨왔다. 하지만 원유 공급 자체가 봉쇄되자 파키스탄은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 역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지만 인도의 고민은 원유보다 액화석유가스(LPG)에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집권 이후 취사를 위한 LPG 보급 확대에 주력했다. 깨끗하고 편리한 연료를 보급하면서 생활수준 향상을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중동에서 전량 수입하는 LPG 공급이 차단되면서 인도의 외식 산업과 배달 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들 국가는 대규모 인력이 중동에서 일하면서 본국으로 송금하는 규모도 큰 데 전쟁으로 인해 이것이 봉쇄되면서 어려움은 더 가중되고 있다.이란과 개별 협상, 사태 장기화에 약소국 손해 커져상황이 다급해진 국가들은 이란과 개별 협상에 나서고 있다. 파키스탄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사우디아라비아 눈치를 보면서 이란에 사정해 최근 몇 척의 원유 운반선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독자적 외교 노선을 강조하는 인도 역시 이란에 친미 국가가 아님을 들어 일부 유조선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박 운항 중단에 따른 손실이 커진 해운사가 개별적으로 이란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 이란은 전쟁 이후 유조선에 대해 일정 비용을 징수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는데 다급한 일부 선사가 이란이 요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최근 선진국 가운데 프랑스에 이어 일본 선박이 해협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전쟁이 길어질수록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은 유가 및 가스 가격 상승을 이용해 더 큰 이익을 보기 위해 오히려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강대국은 이익을 보고 약소국은 손해를 떠안는 구조가 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시작된 전쟁 비용을 아시아 국가가 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아시아 국가는 현실을 통해 체감하고 있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최근 댓글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