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뷰티 그리고 KOSPI”…‘문화 강국’ 이탈리아가 분석한 ‘한국 증시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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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서는 이 랠리의 배경을 단순한 반도체·인공지능(AI) 호황만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K팝과 드라마, K뷰티, 서울의 도시 이미지까지 포함한 ‘한국 문화의 매력’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신뢰와 기업가치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피 랠리, 기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안젤로 아르젠토 이탈리아 민간문화협회 ‘쿨투라 이탈리에’ 회장은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경제 일간지 ‘일솔레 24오레’ 기고문에서 최근 코스피 랠리를 “서방이 과소평가해 온 한국 국가 프로젝트가 숫자로 입증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코스피 시가총액이 4조1000억달러로 마감하며 3조9900억달러에 그친 런던 증시를 넘어섰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를 “몇 년 전만 해도 지정학적 공상처럼 보였을 일”이라며 한국 증시가 세계 8위 금융시장으로 올라선 것은 단순한 금융 이벤트가 아니라고 짚었다.
아르젠토 회장은 코스피 상승의 직접 동력으로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에너지 △방위산업 등을 꼽았다. 다만 그는 “코스피 랠리를 기술로만 설명하는 것은 분석적 오류”라고 봤다. 한국이 해당 산업에 단기 기회가 아니라 국가적 시스템 차원에서 투자해 왔고, 여기에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바뀐 점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1970년대 한국이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안은 동아시아의 주변부였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국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유는 석유나 특별한 지리적 이점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국제적 중심성을 구축해 온 집요한 국가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K팝·K드라마·K뷰티가 만든 ‘한국 금융시장 선호도’
아르젠토 회장은 ‘한국에 대한 세계적 선호도’가 금융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보고서에 명시하지 않더라도, 한국 문화가 만들어낸 신뢰와 선망을 가격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는 K팝을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산업적 문화외교”라고 표현했다. 공공과 민간 투자가 맞물리고 아티스트 양성 시스템과 글로벌 유통망, 팬덤 관리 체계가 결합된 국가적 문화 산업이라는 평가다.
한국 드라마도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국가 브랜딩이라고 봤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어떤 정부 홍보 캠페인보다 한국에 대한 세계의 인식을 크게 바꿨다고 평가했다.
CJ올리브영 제공
K뷰티도 중요한 사례로 거론됐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전 세계 미적 기준을 다시 썼고, 서울의 성수동 카페와 대형 서점, 몰입형 미술관 같은 도시 공간은 관광객과 창작자,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욕망의 무대’가 됐다는 것이다.
아르젠토 회장은 “글로벌 상상력을 지배하는 나라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신뢰는 장기적으로 자본 유입, 기업가치 프리미엄, 인재와 기술을 끌어들이는 힘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스피가 올해 초부터 80% 이상 급등하며 대만·영국 등 주요 금융시장의 상승률을 넘어선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반도체와 AI가 코스피를 밀어 올린 것은 맞지만, 그 배경에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에 대한 재평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는 유산을 소비만할 뿐”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 AFP연합뉴스
아르젠토 회장의 기고문은 이탈리아를 향한 자성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이탈리아가 패션, 음식, 디자인, 첨단 제조업, 페라리와 아르마니, 베네치아와 피렌체 같은 강력한 상징 자본을 갖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누구나 알아보는 상상력을 스스로 지배하지 못하고, 물려받고 전시하고 소비할 뿐 재생산하거나 조직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화 역시 전략 산업이 아니라 예산의 잔여 항목처럼 다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은 K팝, 드라마, 뷰티, 도시 공간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해 세계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봤다.
그는 밀라노 증시 시가총액이 코스피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은 더 많은 역사를 가진 것이 아니라, 더 현대적이고 일관되며 오늘날 세계가 쓰는 언어로 말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시장은 냉혹하다. 이미 그 차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여진 AX콘텐츠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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