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 IMF 사태 직후 인건비 줄이려 도입된 성과급… 이제는 ‘고액 연봉’으로 굳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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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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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본격 도입 30년 넘긴 성과급의 역사 이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 연합뉴스 국내 기업에 성과급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된 것은 1997년 IMF 위기 직후였다. 연공서열식 호봉제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차원에서 정부가 성과급 도입을 적극 유도한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AI(인공지능) 분야의 글로벌 호황으로 역대 최고 이익을 거두면서 성과급이 수억원대 고액 연봉으로 굳어지고 있다. 원래 도입 취지와는 반대 방향이 된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 예고를 거쳐 향후 10년 간 영업 이익의 10.5%를 성과급을 받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업 이익은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는데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분배하는 게 옳은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또 성과급은 개인의 성과 기여분에 따라 차등 지급돼야 하는 것인데 모든 직원이 같은 액수를 받는다면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IMF 사태 직전 성과급 실시 기업 1.6%… 점차로 보편화 IMF 사태 직전이던 1996년 국내 기업 중에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제를 실시하던 기업의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2000년 50.6%, 2013년 66.2% 등으로 점차로 높아졌다. 이후 성과급 방식은 국내 기업에 보편화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정부가 미국식 성과급 도입을 유도한 측면이 있었다. IMF 사태 극복을 위해 임금을 성과와 실적에 연동시켜 기업 구조조정과 고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취지였다. 기존의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그대로 두면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해 기업 실적이 좋아질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당시에도 성과급이 고정급화 할 것이라는 우려는 있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규직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거대 노조의 협상력도 강했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임직원의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1998년 성과급을 도입했다가 중단한 9개 업체를 조사했더니 중단 이유로 ‘성과급이 고정급화될 우려 때문’,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이들 업체에는 대부분 노조가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94년 임금 유연성 제고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보너스는 정액 급여보다 경기 변동에 더 유연하게 변화하는 임금 항목”이라며 “보너스를 기본급화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 수십兆 성과급 방침에 주주 반발… 투자 재원 훼손 우려도 삼성전자 노사는 향후 10년간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에게 사업 이익의 10.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안에 지난 20일 잠정 합의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올해 300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실화된다면 특별 경영성과급 재원은 약 31조 50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서 “영업이익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게 옳으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업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으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주 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의 민경권 대표는 노조 잠정 합의안을 비준·집행하는 이사회 결의가 상정될 경우, 법원에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주주운동본부는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미리 계산해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노사 잠정 합의는 위법”이라면서 “주주총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법률상 무효”라고 했다. 아울러 영업이익을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재원으로 먼저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1개 공장 신설에 수십조원의 투자금이 소요된다고 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세미컨덕터인텔리전스(SC-IQ)에 따르면 올해 주요 반도체 기업의 설비 투자(CAPEX·Capital expenditure) 규모는 TSMC가 540억달러로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삼성전자가 400억달러, SK하이닉스 274억달러, 마이크론 200억달러, 인텔 177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한 전문가는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분야”라면서 “여기에서 나온 영업 이익을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려면 각자가 성과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입증하거나 회사가 개별 평가해서 차등 지급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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