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사회주택, 전세사기 키운 건 '공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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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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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전세사기③] 부실 징후 알고도 방치한 LH, HUG, SH... "구조적 한계" 핑계 대는 사이 세입자만 벼랑 끝으로 공공이 토지와 재원을 지원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한때 청년들의 안심 거처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26년 봄, 대표적인 민간 운영사 녹색친구들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사회주택 지점 다섯 곳은 순식간에 전세사기 현장으로 돌변했다.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인 이들만 약 80세대, 피해 규모는 최대 100억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깊숙이 관여한 '공공 주도' 사회주택에서 어떻게 이런 비극이 발생했을까. <오마이뉴스>는 공공의 방치와 구조적 결함 속에서 예견됐던 이번 사태의 내막을 세 편에 걸쳐 짚어봤다. <기자말> [류승연 기자] ▲  세입자 박근호씨가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녹색친구들 삼송점 내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바라보고 있다. LH가 사업을 주관하고 HUG가 토지를 소유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박씨는 주거와 생계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 유성호 녹색친구들의 경영 악화 징후를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SH가 관할하는 녹색친구들 사회주택 지점은 모두 5곳이다. 성산점·창천점·행운점은 SH가 토지를 직접 소유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다. 대조점과 연남점은 HUG와 SH가 함께 만든 리츠가 토지를 소유하고, SH가 사업을 관리하는 토지지원리츠 방식이다. 2024년 성산점·창천점·대조점·연남점·행운점 등 녹색친구들이 운영하는 전체 사업장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했고, 보증금 반환준비금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운영사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입주민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행운점에서 보증금 반환 문제가 발생했다. SH는 이 지점에 대해 대위변제를 진행하고 있다. 대위변제란 원래 돈을 갚아야 할 운영사 대신 공공기관이 먼저 보증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4곳의 입주민들은 현재 보증금 미반환 문제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2025년 12월 발표된 종합 평가에서도 위험 신호는 계속 감지됐다. 성산점은 78.5점, 창천점은 78.4점을 받아 총점 80점 미만으로 다시 시정조치 대상이 됐다. 더 심각한 내용도 있었다. SH는 당시 전문가로부터 녹색친구들의 재무제표에 대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판단을 받았다. 완전자본잠식이란 회사가 벌어둔 돈을 다 쓰고 자본금까지 파먹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SH는 이들 사업장에 "2024년 말 감사보고서 기준 차입금 현황표를 작성하고 차입금 잔액에 대한 상환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적했을 뿐이다. SH도 알고 있었다... 녹색친구들 경영 악화 징후 SH의 토지임대차계약서에는 SH와 운영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도 들어 있었다. 그중에는 "평가 결과 임대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 녹색친구들은 자본잠식 상태였고, 보증보험 미가입 문제도 있었다. 반환준비금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SH는 이런 사정을 계약 해지 사유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공의 방치 속에 녹색친구들의 재무 상태는 계속 나빠진 것이나 다름없고, 그 결과 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SH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부실 징후가 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지적해 왔다는 사실이다. SH가 작성한 '2024년 사회주택 평가·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유형은 토지주와 건물주의 불일치의 구조적 제약과 보증금 반환 문제 발생 같은 사업장 관리 및 운영 미흡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공공성과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 비슷한 문장은 2025년 작성된 내부 문건에도 등장한다. "토지임대부형의 토지지원리츠 시회주택 유형은 토지주와 건물주가 이원화 되어 있는 사회주택의 사업구조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조건 강화 등으로 몇몇 사업장의 보증보험 가입불가가 사업자의 관리·운영 의욕상실 등으로 이어져 지속 가능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됨" 법조계에서도 사회주택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강훈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가장 큰 약점은 운영사가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이뤄지는 건물만으로는 담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돈이 안 되는 모델"이라고 꼬집었다. 애초에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구조가 탄생한 배경에는 서울의 천문학적인 땅값이 있었다. 보통 땅을 사들여 임대주택을 지으려면 시세에 맞는 높은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주택은 정책 목적상 '시세의 80% 이하'라는 저렴한 임대료를 유지해야 한다. 일반적인 임대 사업자라면 건물을 짓고 10년 뒤 매각해 땅값 상승분으로 수익을 챙기는 '엑시트' 전략을 세우겠지만 사회주택 운영사에게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30년 이상 운영 조건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이 토지를 저렴하게 빌려주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된 건데, 이 변호사는 "해외의 검증된 사회주택 모델을 따른 것이 아니라 한국의 높은 땅값을 감당하기 위한 실험적 대안에 가까웠다"고 짚었다. 사회주택협회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애초에 운영사가 장기간 적자를 견뎌야 하는 구조라고 본다. 협회 관계자는 "운영사는 30년 후 사업 청산 때 땅·건물 가치 상승분을 공공으로부터 정산받아야 본전을 찾을 수 있는데, 그 긴 세월을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무너지는 게 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시세 대비 낮게 묶인 임대료는 운영사의 실질 수익을 시세의 60%대까지 떨어뜨렸고, 보증보험 가입 제한으로 인한 공실이 경영난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  녹색친구들 삼송점 세입자들이 건물 출입구에 현수막을 내걸고 보증금 미반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공공이 주도한 사회주택 사업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며 LH와 HUG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 유성호 문제가 불거진 후 세입자 보호 대책과 관련해 SH는 "보증금 선지급이나 건물 매입을 시행하고 있다"는 대답을 내놨다. 선례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SH가 토지를 단독 소유한 행운점은 대위변제가 이뤄지고 있다. 창천점과 성산점 역시 같은 선상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SH 스스로 "대부분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건물 가치보다 채무가 많아 건물 매입에 제약이 크다"고 평가해 최종 구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같은 피해를 입고도 '땅 주인'에 따라 구제 수준이 엇갈린다는 점도 문제다. SH가 토지를 소유한 사업장은 대위변제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HUG 공동리츠가 토지를 보유한 대조·연남점 입주민들은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같은 SH가 관리하는 사업장인데도 토지 소유 여부에 따라 세입자들의 운명이 갈리고 있 셈이다. 부실 징후 수년 전 포착하고도... 공공기관들 "우리 소관 아냐" ▲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세입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동부기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주택 업체인 '녹색친구들'의 자본잠식으로 발생한 연쇄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고통을 호소하며 토지 소유권과 계약상 구조적 책임이 있는 HUG가 피해주택들을 매입해 보증금을 보전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정작 이 사태를 막아야 할 공공기관 세 곳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이다. 앞서 LH는 자본잠식 상태의 녹색친구들을 직접 선정하고도 2022년 HUG로 자산관리 업무를 이관한 뒤로는 "운영 실태를 확인할 권한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HUG는 리츠의 주주이자 AMC이면서도 "계약상 임대사업 제반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고 운영사 재무상태 점검 역시 "실시 이력이 없다"고 답했다. 또 HUG와 SH가 공동 투자한 리츠 사업에 대해서는 "사후 평가는 서울시에서 매년 진행하도록 돼 있다"며 책임을 미뤘다. SH는 HUG와의 공동리츠가 토지를 소유한 대조·연남점을 가리켜 "HUG 800억원, SH 400억원의 출자 구조로 운영돼 SH의 단독적인 의사결정 및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LH는 이미 떠났고, HUG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고 SH는 혼자 결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는 새 자본잠식에 빠진 위기의 운영사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세입자를 받고 있다. 한편 사태의 당사자인 녹색친구들 대표와는 이번 취재 과정에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사회주택협회 쪽은 현재 "녹색친구들과 협약을 맺고, 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입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며 운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LH, SH, HUG는 사회주택 운영사의 경영위기와 보증금 반환 위험을 알고도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 불이 번지는 것을 보고도 구경만 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세 기관은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사회주택 입주를 선택한 청년들은 전세사기만은 피해보겠다 생각하며 정부를 믿고 사회주택에 입주한 것"이라며 "서울시와 SH,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관련기관이 감독·시정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임차인 피해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회주택 전세피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보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보장이 불가능한 제도적 공백에 있다"면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도 보증보험 가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 정책 신뢰를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관련기사]- 음식물 찌꺼기 역류, 곰팡이까지... 공공주택 믿은 청년, '덫'에 걸렸다 https://omn.kr/2iq8s- "안심하라"던 LH·HUG의 공공주택... 결과는 '전세사기'였다 https://omn.kr/2imwf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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