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줄, 한줄, 다시 두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오락가락 정책'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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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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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11년 만에 돌아온 ‘두줄 서기’30년간 방향 바뀐 정책안전사고 줄이려는 정부이미 굳어진 ‘한줄 서기’ 문화반복되는 캠페인 혼선 논란 에스컬레이터 오른쪽엔 줄지어 선 사람들이 빼곡하다. 왼쪽은 빠르게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의 통로다. 그런데 최근 이 익숙한 풍경이 다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전환을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가면서다. 한편에선 정책이 일관성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말일까. 에스컬레이터 줄서기 정책은 지난 30년간 여러 차례 방향이 바뀌며 혼란을 낳아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가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캠페인'을 재도입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2015년 반발 여론과 근거 부족 논란 등으로 두줄 서기 캠페인을 중단한 지 11년 만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오는 7~8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다"며 "이후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전국 단위 캠페인 추진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스컬레이터 줄서기 정책은 지난 30년간 여러 차례 방향이 바뀌며 논란을 낳아왔다. 정부가 처음 권장한 방식은 '한줄 서기'였다. 1998년 효율성을 내세워 에스컬레이터 한줄 서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다 무게 쏠림에 따른 에스컬레이터 고장 등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2007년 두줄 서기 캠페인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한줄 서기가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데다, 정부 역시 두줄 서기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호응이 크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2015년 캠페인을 공식 중단했다. 현재 정부가 안내하는 에스컬레이터 이용 수칙 역시 한줄 서기나 두줄 서기보다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노란 안전선 안에 타기 등 '3대 안전수칙' 준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11년 만에 두줄 서기 전환에 다시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이용 습관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는 총 135건이었다(승강기안전관리법 제48조 1항에 따른 중대한 사고 기준). 이중 이용자 과실로 발생한 사고는 90건으로 66.7%를 차지했다. 그중 넘어짐 사고 비중은 77.8%에 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줄 서기 문화가 기기 수명을 단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쪽에만 하중이 쏠린 상태에서 일부 이용객이 걸어서 이동하면 특정 부품에 반복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거다. 공하성 우석대(소방방재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사람이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이동하면 순간 충격량이 정지 상태일 때보다 커진다. 특히 한쪽 줄에서 반복적으로 보행하면 주요 부품의 마모와 손상이 빨라질 수 있다." 쉽게 말해, '한줄 서기ㆍ한줄 걷기' 문화가 이용자와 시설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용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줄 서기ㆍ한줄 걷기'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데다, 이를 더 빠르고 효율적인 이용 방식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서다. 특히 출퇴근 시간 혼잡한 지하철역에서는 몇분 차이에도 민감해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해진다. 평소 지하철로 통근하는 직장인 성지훈(36)씨는 "급한 사람은 걸어 올라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서서 이동하는 게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이용 방식"이라며 "갑자기 두줄 서기를 강하게 권장하면 출퇴근 시간 혼잡이 더 심해지고 이용자 불만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김수민(30)씨는 "두줄 서기를 권장하더라도 급한 사람들은 결국 지나가려고 할 텐데, 그 과정에서 서로 비켜 달라고 하거나 눈치를 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염려했다. 온라인상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출근 시간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 같다" "결국 아무도 안 지킬 것" "정책 아이디어 낸 사람 지하철 이용은 해봤나"라는 반응과 "애초에 에스컬레이터는 걷는 시설이 아니다" "안전 문제라면 불편하더라도 바꿔야 한다"는 반론이 맞부딪히고 있다. 이처럼 이미 굳어진 이용 문화를 바꾸는 문제는 해외에서도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런던 지하철 홀본역이다. 런던교통공사(Transport for Lon donㆍTfL)는 지난 2015년 혼잡 완화와 안전 강화를 위해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실험을 진행했다. 표지판과 홀로그램까지 동원해 두줄 서기를 유도했고, 실제 수송 효율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자리 잡은 '한줄 서기ㆍ한줄 걷기' 문화에 익숙한 이용객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런던교통공사는 두줄 서기를 이듬해 철회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에스컬레이터 정책이 여러 차례 바뀐 만큼,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충분한 설명과 공감대 형성 없이 캠페인만 반복할 경우 정책 혼선과 세금 낭비만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심리학) 교수는 "사람들은 단순히 '하지 말라'는 지시만으로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며 "왜 바꿔야 하는지 충분히 공감해야 이용 문화도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은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무엇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합의에 더해 이용 환경과 시설 운영 방식을 함께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소방방재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이용자들의 빠른 이동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두줄 서기만 권장하면 현장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 최근 지하철 역사나 대형 쇼핑몰 중에선 계단보다 에스컬레이터 중심으로 동선을 설계한 곳도 적지 않다. 에스컬레이터 안전 문화를 정착하려면 이용 행태만 전환할 것이 아니라 계단 접근성 같은 시설 구조와 시간대별 혼잡 관리 방안까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환경 변화를 동반해야 한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email protected]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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