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경고 커질수록 수치는 낮아졌다···IMF 전망의 역설[박상영의 경제본색](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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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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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AFP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간한 ‘재정 모니터(Fiscal Monitor)’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63%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해 재정건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IMF 보고서를 인용하며 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보고서에서 “벨기에와 한국은 출발선은 다르지만,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가 예상된다”고 명시한 대목을 주목하며, 5개월 전보다 경고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IMF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5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도 이미 한국의 정부 부채가 “2025년 GDP 대비 48%에서 2030년 59%로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부채 수준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부채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오히려 재정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IMF 전망, 과거에도 계속 빗나갔다 사실 IMF의 중장기 재정 전망은 실제와 상당한 괴리를 보여온 전례가 있다. IMF는 2021년 당시 한국의 2026년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69.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 발표에서는 같은 시점의 전망치를 54.4%로 대폭 낮췄다. 불과 5년새 예측값이 15.3%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연도별 수정 흐름을 살펴보면 이 같은 경향은 더 뚜렷하다. 한국의 2026년 일반정부 부채 비율 전망치는 2021년 69.7%를 기점으로 2022년 58.3%, 2023년 57.2%, 2024년 57.9%, 2025년 55.7%, 올해 54.4%로 꾸준히 하향 조정돼왔다. 초기 전망에서는 급격한 재정 악화를 예상했지만, 실제 경제 흐름과 재정 여건이 반영될수록 수치는 낮아졌다. 비슷한 경향은 국내 전망에서도 확인된다. 정부는 매년 예산안과 함께 향후 5년간의 재정 운용 방향을 담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는데, 이는 단년도 예산의 한계를 보완하고 중장기 재정 전략을 제시하기 위한 종합 계획이다. 그러나 과거 전망을 되짚어보면, 정부도 실제보다 높은 채무 비율을 예상한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가 2021년 발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2025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58.8%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결산 기준 채무 비율은 49.0%에 그쳤다. 예상보다 9.8%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IMF “지금은 완화적 재정 정책이 적절”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도 비슷한 오류가 반복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발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4년 채무 비율이 58.3%에 이를 것으로 봤지만, 실제 수치는 46.0%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국제기구 모두 중장기 재정 전망에서 실제보다 훨씬 높은 부채 비율을 제시했던 셈이다. 전망치와 실제 수치 간 격차가 반복되는 이면에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 GDP 규모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DP 대비 채무 비율은 단순히 국가채무 규모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분모인 GDP의 증가 속도에도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명목 GDP가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면서 부채 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한 매장에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특히 한국은행이 5년마다 실시하는 국민 계정 기준 개편 과정에서 기존 통계에 포착되지 않았던 경제활동이 새롭게 반영되면서 명목 GDP 규모가 상향 조정된 것도 부채 비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4월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웨덴과 네덜란드에서는 성장률을 제고시켜서 부채 비율을 낮추는 구조를 택했다”며 “재정을 제대로 투자해 경제 성장을 촉발하고 세수를 확충하는 ‘재정의 선순환 체계’를 어떻게 잘 갖출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IMF도 경기 상황에 맞게 재정의 역할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IMF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충분한 정책 여력과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완화적 통화·재정 정책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경기 하방 위험이 현실화하는 경우 적절한 시점에 추가적인 완화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부채, 숫자보다 질로 봐야 한다 IMF는 재정 정책 기조의 전환 시점으로는 잠재성장률 회복 이후라고 언급했다. 최근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 회복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재정 긴축으로의 전환을 서두를 필요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부채 규모보다 부채의 구조적 특성, 즉 ‘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숫자만으로는 재정건전성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올해 2월 발간한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 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부채 구조는 질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장기부채 비중이 88.0%에 달해 단기 상환 압박이 상대적으로 적다. 단기부채 비중이 높을수록 유동성 위기에 취약해지는 만큼 이는 재정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 전체 부채의 98.9%가 원화로 표시돼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제한적이다. 외화부채 비중이 높으면 환율 급등 시 실질 부채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는데, 한국은 이 위험에서 상당 부분 자유롭다는 평가다. 여기에 국내 채권자가 부채의 80.0%를 보유해 대외 충격이 발생해도 자본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IMF가 제시한 숫자가 주는 경고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매번 실제보다 높게 책정됐던 과거 전망치의 이력과 우량한 부채 구조, 성장을 통한 재정 선순환 가능성까지 함께 놓고 봐야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숫자에 대한 공포가 필요한 재정 투자를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박상영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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